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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피해자 - 이 여성을 위한 변론을 시작합니다 (커버이미지)
완벽한 피해자 - 이 여성을 위한 변론을 시작합니다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김재련 지음 
  • 출판사천년의상상 
  • 출판일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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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성폭력에 대한 편견과 싸워온
여성 인권 변론 20년, 그 만남과 성찰

1. “성폭력에 대한 견고한 편견에 균열을 내고 싶습니다”
― 성적 자기결정권, 가해자 중심주의, 성인지 감수성이란?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김재련은 지난 20년간 여성 인권 변론 현장을 지켜왔다. 성폭력, 가정폭력, 결혼이주여성, 아동학대 사건 변론을 1,000건 넘게 맡아 왔으며, 그중 600여 건은 무료법률구조 활동이었다. 그런 김 변호사지만 법조인으로 활동하기 전까지는 여성 차별을 거의 체감하지 못했다. 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나 가족들 사랑을 듬뿍 받았고, 여고, 여대를 다녀서 성차별 상황에 부닥친 일도 거의 없었다. 사법연수원 2년 차 시절, 우연찮게 변호사 시보 생활을 두 달간 했던 대학 선배의 제안으로 함께 일하게 된 게 김 변호사의 삶의 행로를 결정하게 된다. 한 달에 많게는 80건이 넘는 가사 사건들을 담당하면서 여성 차별과 인권 유린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대생 성추행 사건, 태권도 사범 미투 사건을 비롯해 많을 때는 한 해 100건 넘는 무료법률구조사건을 맡아오면서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성폭력과 그 피해자들에 대한 숱한 편견을 겪었고 이에 맞서 왔다. 이 책 『완벽한 피해자』를 쓰게 된 것도 그러한 편견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런 편견 중 하나가 책 제목이기도 한 ‘완벽한 피해자’라는 피해자다움에 대한 허상이다. “피해자라면 성폭력 피해 입은 후 가해자 집에 놀러 갈 수 있겠어?, 피해자라면 그다음 날 친구들이랑 나이트 가서 놀 수 있겠어?, 피해자라면 그런 일 겪고 SNS에 활짝 웃는 사진 올릴 수 있겠어?…” 이 모든 것은 양립할 수 있고, 사건 이후 삶은 피해자의 상황, 성향, 기질에 따라 다양하게 이어진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허상을 깬다.
성폭력에 대한 편견은 이것만이 아니다. ‘증거를 가지고 오면 믿어 주겠다’고 짐짓 합리적인 척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은 애당초 객관적, 물리적 증거가 확보하기 어려운 게 특징이다. 그 보호법익이 성적 자기결정권이기 때문이다. 가령 단둘만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가슴을 만졌다고 하자.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다. 그런데 가슴이 밀가루 반죽이라면 그 당시 형태 그대로 증거가 남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 그래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꼼꼼하게 따지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 김재련 변호사는 바로 그래서 가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기보다 가해자의 의도나 상황을 우선 이해하려고 하고, 피해자에게만 피해 사실 증명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때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말을 무조건 믿어주라는 게 아니다. 성과 관련된 사건을 상담하거나 수사하거나 재판하는 사람은 특정 단어나 장면을 근거로 판단하지 말고,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 ‘앞뒤 맥락’을 꼼꼼히 살펴보라는 의미다. 이 책 『완벽한 피해자』에서는 20년 간 여성 인권 변론을 해온 김재련 변호사가 맡았던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이러한 편견들을 하나하나씩 구체적으로 반박한다.

2. “당신은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지켜낸 사람입니다”
― 용기 있게 상처를 드러낸 여성들에게 띄우는 김 변호사의 편지

이 책의 저자 김재련 변호사는 20년 간의 여성 인권 변론 현장에서 만나왔던 피해자들 중 같은 모습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직장을 바로 그만둔 사람, 아무렇지 않은 듯 직장생활하고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않은 사람, 가해자 측의 형사합의 의사를 전달하면 혹시 변호사가 상대방과 모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피해자…. 피해자도 부족한 게 많은 보통 사람이고 변호사도 흠결 많은 인간일 뿐이다.
이들 피해자들은 모두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해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무릅쓰고 용기를 낸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재련 변호사의 모습이 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한겨울에 사건 현장인 모텔을 찾아서 의뢰인과 함께 거리를 헤매고 다녔던 이야기, 세쌍둥이 임신으로 빵빵한 배를 끌어안고 현장 검증하러 다녔던 사연, 10명의 피해자 기록을 가방에 가득 담고 지방 법원을 숱하게 왕복해야 했던 나날들. 어쩌면 이 책 『완벽한 피해자』는 김재련 변호사가 함께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아주 긴 편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 ‘나오는 말’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여성들에게 전하는 얘기들로 마무리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우선은 “저항은 당신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닙니다”라는 말부터 전한다.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왜 저항하지 않았냐?”고 추궁한다. 죽기 살기로 저항하면 성폭력은 발생할 수 없다고 말하며 피해자를 의심하곤 하는 것이다. 죽기 살기로 저항하면 정말 피해자가 죽기도 하고 더러 그러다 가해자가 사망하기도 한다. 김 변호사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면 차라리 피해자가 성폭력의 순간에 저항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때론 무리한 저항의 결과가 너무도 가혹하고 그 결과를 피해자 혼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책하지 말았으면 합니다”라는 당부로 이어진다. 많은 피해자들이 어렵사리 용기 내어 가해자를 고소한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자책하곤 하는 걸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잘못을 말하고 제대로 처벌해 달라는 것은 당신의 권리라는 것. 자책은 가해자의 몫이어야 하며 당신이 할 일은 용기 있는 결정을 한 당신 안의 그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위로한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살아내야 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친구를 만나고 즐겁게 여행 다니고, 클럽에 가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연애도 해야 한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피해자가 위축되지 않듯이 그 사고 기억이 피해자 삶을 삼켜버리지 않듯이 당신도 그 기억이 당신의 현재를 계속 지배하도록 허락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신은 당신의 존엄을 스스로 지켜낸 멋진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3. “마음의 문이 열려야 진실의 문이 열립니다”
―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수사관, 검사, 판사들이 가져야 할 태도

가해자만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니다. 용기를 내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고 법정에서 정의의 심판을 구하는 과정에서 때론 피해자들은 수사관, 판검사에게서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입곤 한다. 변호사 김재련이 이 책의 마지막 한 장을 할애해 이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남긴 것도, 피해자 진술 조사에 동석하고 법정에서 변론하면서 이들이 가진 편견과 무지에 숱하게 부딪힌 경험 때문이다.
가령 이런 사례들. 친아빠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어린 학생을 조사하면서 피해자에게 빨리 말해 달라고 재촉했던 수사관이 있었다. 왜 그런지 물으니, 돌아온 대답. ““빨리 끝내고 가서 마라톤 연습을 해야 해서요.” 어떤 악의도 없었다 해도, 그 수사관의 말에 피해자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사 역량은 발 빠른 증거 수집 같은 실무 역량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그래서 ‘존중과 공감’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수사기법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사례. 어떤 판사는 기소된 이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에게 “증인은 여자이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남자친구도 사귀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을 건데, 아빠를 고소한 사실을 평생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물은 적도 있다고. 이 책 『완벽한 피해자』를 쓴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법정에 나왔을 때는, 마음의 문을 열고 자기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덜 불편하게 끄집어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판사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긴 문장을 얘기할 필요도 없다. “오시느라고 고생했다. 힘들겠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해줘라. 혹시 진행하는 중 불편하거나 힘든 질문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달라.” 이렇게만 얘기해도, 피해자는 존중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수사기관과 법정은 또 다른 상처를 낳는 곳일 수도 있지만,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현장일 수도 있다. 비록 시효 만료로 패소했지만, 이 피해자의 목소리는 승소와 관계없이 과정 자체가 치유의 힘이 될 수 있음을 증거한다.

“판사님 감사합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사건 소송에서 제가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판결이 안 나왔는데도 제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 이야기, 그러니까 제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게 얼마나 제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는지, 제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판사님이 다 들어주셨고, 또한 법정에 가해자를 대신해서 나와 있는 가해자의 부인 역시 이 이야기를 다 들었기 때문에 저는 제가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진실의 문이 열린다. 그 열쇠는 수사관과 검사, 판사가 쥐고 있다.

저자소개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세쌍둥이 아이들에게 ‘각자도생’을 외치며 저 살기 바쁜 불량 엄마. 이화여대 법학과 졸업 후 제42회 사법 고시를 합격하고 법조인의 삶을 시작했다. 20년 동안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 결혼이주여성, 아동학대 사건 변론을 1,000건 넘게 맡아 왔다. 그중 600여 건은 무료법률구조 활동이다. 2년 동안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개방형)으로 근무하면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정책 전반을 정비하는 데 참여했다. 김 변호사가 꿈꾸는 세상은 온 세상, 따뜻한 세상이다. 곁에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상처 입은 사람을 보듬어 주고, 삶의 힘든 지점에 서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으로 인해 다시 힘을 얻는 그런 따뜻한 세상!

목차

들어가는 말 | 견고한 편견에 균열을 내고 싶습니다



1장 당신은 어디에 서 있나요?


마음에 든 멍을 볼 수 있다면

―성적 자기결정권



남편 해장국 끓여 주는 매 맞는 아내

―행위자 관점, 피해자 관점



강도에게 선물을 준 건가요?

―가해자 중심주의



‘나란히’ 앉으면 ‘다정한’가요?

―성인지 감수성



2장 우리의 편견이 그들의 고통을 완성한다


핑크색보다 검은 머리칼이 더 진실한가요?

―피해자다움



몸에만 골격이 있는 게 아니다

―트라우마



모래 위 성이라도 지키고 싶어

―강요된 적응



201개, 305개 ……

―학대순응증후군



상냥해도 너무도 상냥한

―피해자의 취약성1



법관이 강제한 연애 관계

―피해자의 취약성2



“밥은 먹었는지…… 그리고 미안해요”

―양가감정



“젊은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2차 가해



사랑이 흉기가 될 때

―데이트 폭력



3장 누군가 걸어가면 길이 된다


존엄을 지키는 두 갈래길

―피해자 변론, 가해자 변론



열두 살 소녀와 헤어질 시간

―어떤 성폭력1



한겨울 강남 모텔 찾기 대작전

―어떤 성폭력2



두 발로 찾아낸 진실

―A대 교수 성폭력 사건



제때 도착하지 못한 사과

―의대생 성추행 사건



더 사랑하기에 더 많이 포기하는

―프랑스 엄마의 딸 찾기



또 하나의 고통, 또 다른 피해자

―가해자의 가족



4장 마음의 문이 열려야 진실의 문이 열린다

증거가 제 힘을 발휘하려면

―수사관님들께1



‘존중과 공감’이라는 수사기법

―수사관님들께2



깔때기 아래 쌓이는 진실들

―수사관님들께3



눈물을 저울에 올려야 한다면

―검사님, 판사들님께1



치유와 회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검사님, 판사님들께2



골을 넣으려면 축구화가 필요합니다

―검사님, 판사님들께3



나오는 말 |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

고마운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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