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한승원 지음
- 출판사열림원
- 출판일2023-01-30
- 등록일2024-02-19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21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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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작가 한승원이 마침내 완성한
‘조선 천재 3부작’ 『추사』『초의』『다산』을 다시 읽는다!
한승원 소설가는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목선」으로 등단하여, 반세기가 넘도록 소설을 써오며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들을 수상하고, 수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소설가는 흘러 다니는 말이나 기록(역사)의 행간에 서려 있는 숨은 그림 같은 서사, 그 출렁거리는 파도 같은 우주의 율동을 빨아먹고” 산다는 한승원의 말처럼, 역사 속 숨어 있는 진실을 찾아내고자 하는 그의 남다른 소설적 집요함은 한 시대의 공기, 바람과 햇살, 심지어 역사적 인물의 숨결까지 살려내 소설에 담아내기에 이른다. 그가 평생에 걸쳐 좇아온 ‘조선 천재’ 3인의 평전소설 『추사』『초의』『다산』이 열림원에서 새롭게 출간된다.
어지러운 세상 속 ‘물 흐르듯 꽃 피듯’ 살아간
차의 선승, 초의의 삶을 그리다
“지난 한 해 동안 내내 나는 초의 스님과 함께 살아온 셈이고 그윽하고 향기로운 선풍을 쐰 듯싶다. 자연 초의 스님이 사귄 여러 선비들과 함께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초의 스님 속으로 들어가고 초의 스님이 내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 결과가 이 소설이다.” _‘작가의 말’에서
“초의는 왜 자기의 도 닦음으로 얻은 깨달음을 평생 동안 중생에게 되돌려주려 했는가, 하는 것은 나에게 늘 하나의 화두가 되어왔다. 오랫동안 그 화두를 든 채 책의 내용을 수정하고 가필했고, 이제 개정판을 낸다.” _‘작가의 말 – 새로 펴내며’에서
그 이름대로 평생을 “풀옷의 소탈한 정신”으로 살아온 스님, 초의. “시서화뿐만 아니라 범패, 탱화, 단청, 바라춤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다재다능했던 그는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과 실학사상을 공유하며 “묵은 세상”을 “싱싱하게 바꾸어”나가려 했던 인물이다. “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다신전』『동다송』 등의 다서(茶書)를 편찬하며 한국 차의 기틀을 마련한 그는 “한국 차의 중시조”라 불리며,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한 선(禪)을 실천함으로써 “유학 선비와 벼슬아치들을 제도”해 기울어가는 조선 사회를 바로잡고자 했다.
“당대의 지식인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호남 칠고붕”으로서 추앙받았지만, 초의 스님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한승원 소설가는 그 삶을 복원하기 위해 초의가 “사귀었던 여러 지식인의 행장이며 문집, 비문을 뒤지고” “해남 대둔사 일지암과 강진의 다산초당 사이를 수없이” 오고 가며 이 소설을 펴냈다. “차의 선승”이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습이 아닌 그 그림자에 가려 있던 초의의 삶과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여 복원해낸 것이다.
“먼 훗날 그 돈 받을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네”
동전 두 닢의 빚,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소설에서 초의는 전염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고향을 떠난다. 빈털터리로 강을 건너지 못할 처지에 있던 그에게 한 여인이 동전 두 닢을 건네주고, 초의는 무사히 고향을 벗어난다. 이후 초의는 자신이 받았던 그 도움을 다른 이들에게 선을 베푸는 것으로 갚고자 한다. “먼 훗날 그 돈 받을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여인의 말을 가슴에 품고……. 세상에는 그 빚을 갚아야 할 사람들이 “외로운 무인도들처럼 지천”으로 널려 있었고, 스승 ‘다산’과 벗 ‘김정희’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초의와 같은 뜻을 품고 함께 나아가는 동지였고, 초의가 부처님의 마음으로 품어야 할 존재이기도 했다. 초의에게 큰 산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정약용은 그에게 “실학과 철학적인 삶”에 대해 가르쳤다. 김정희와는 “허물없는 지기”로 살며 백파 등 선지식을 찾아가 “선(禪)에 대한 담론”을 벌이고 다녔다. 그러나 정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그들은 항상 “어느 정적이 자기에게 사약을 내리라고 소를 올리고 있지나” 않을지 두려워했다. 초의는 그들이 “마음의 안정을 잃고” 앓을 때마다 “그 자리를 메꾸”며 동전 두 닢의 빚을 갚아나갔다. 한승원 소설가는 “그 상황을 소설 속에서 재생해놓았다.”
초의는 평정을 찾을 수 없을 때 늘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아, 외롭고 답답하고 슬플 때면 하늘을 쳐다보라는 말을 김정희에게 해줄 것을 깜빡 잊었구나. 텅 빈 하늘, 그것은 얼마나 좋은 위안처인가. 우리들이 온 곳도 그 텅 빈 곳이고 돌아갈 곳도 그 텅 빈자리 아닌가. 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