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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커버이미지)
하리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서경희 지음 
  • 출판사문학정원 
  • 출판일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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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2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김유정 신인문학상 수상자 서경희의 놀라운 장편소설
“우리가 쉽게 만나기 어려운 미혼모의 세계를 보여주는 매우 귀한 작품”


“삶은 어떻게 불행 한가운데서도 빛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

그해 겨울, 하리와 미혼모들은
폭설이 모든 것을 뒤덮은 혹한의 세계를 견디고 있었다.


열여덟에 아이를 밴 하리가 거리를 떠돌다 끝내 내몰리게 된 곳은 입양특례법을 우회하여 아이를 불법으로 입양시켜주는 대신 쉼터를 제공하는 ‘분홍하마의 집’이다. 쉼터를 운영하는 원장과 쉼터의 대모인 마마는 돈이 될 물건을 잉태하고 있는 임산부들을 마치 상품을 관리하듯 돌본다. 하지만 하리에게는 애초에 아이를 제대로 낳을 생각이 없다. 그저 불청객처럼 자기 인생을 덮쳐버린 이 ‘괴물’을 어떻게 하면 배 속에서 그대로 죽여버릴 수 있을지를 고민할 따름이다. 한편 분홍하마의 집에서는 정기적으로 ‘고백의 시간’을 갖는다. 본래는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빗대어 보며 치유의 시간을 갖기 위한 취지지만, 이는 마마의 강압적인 고백 강요로 인해 거짓으로 불행한 기억을 지어내야만 하는 ‘불행 전시의 시간’이 되어만 간다. 임산부들은 마치 자기 자신을 혐오하듯 비슷한 억압과 학대의 기억을 가진 다른 임산부들의 이야기를 혐오하고 헐뜯으며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한겨울의 시간이 찾아오던 어느 날 하리는 마침내 아이를 유산하는 데 성공하고 소위 상품 생산력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예상치 못하게도 쉼터에서 쫓겨나는 대신 마마의 역할을 이어받게 된다.

우리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게 아니라
한 번도 귀 기울인 적 없는 이야기


통일 바람과 함께 장밋빛 개발 전망에 들떴다가 이제는 완전히 버려지다시피 한 북방 지역에 들어선 쉼터는 한때는 꿈과 사랑을 좇았다가 가장 낮고 외진 곳까지 밀려난 등장인물들의 삶을 은유하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우리는 처음 《하리》를 읽기 시작할 때 마치 철조망을 두르고 저쪽을 삼엄하게 경계하는 이쪽의 현실처럼, 등장인물에게서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냉소와 적의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이들이 적의를 쏟아내는 ‘이쪽’은 아마도 독자인 우리가 속한 곳일 테니까 말이다. 이는 인생의 황혼녘에 풍파에 바짝 말라버린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마마와 미스터 칙을 제외하면 모든 미혼모 캐릭터들이 취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야기를 계속 읽어 내려가다 보면 오히려 무심하게 폭력적 냉소를 행사하고 있는 건 ‘이쪽’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환대가 상실된 세계. 자주 현실이 소설보다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새삼 떠올려본다면 《하리》가 그려내는 극단적 사태가 오히려 진실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어쩌면 작가는 우리가 쉴 새 없이 분노를 쏟아내는 이 인물들을 견디면서 우리 자신의 진실을 제대로 직시하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삶이 한 편의 연극이라면
우리는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걸까


《하리》에서 미혼모들을 껴안아 미약하게나마 공동체의 온기를 지키는 역할을 도맡는 마마와 하리는 공통적으로 연극을 좋아한다. 어떤 독자들에게는 이들의 취향이 불안정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심리적 기제 때문에 형성되었으리라 추론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자체로 인간 삶을 은유하는 무대라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인간의 육체’야말로 이야기로 구성된 이 세계의 주체임을 집중도 높은 페이소스로 드러내는 예술이 연극이라면, 이들의 애호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긍정하게 된다. 원치 않는 임신, 벗어날 수 없는 가난, 부조리하게 들이닥치는 노년으로 인해 육체성(생명력)을 상실한 두 인물이 눈앞의 불행을 연극에 빗댈 때(연극 대사를 읊을 때) 재앙과 같은 불행은 마침내 삶이라는 서사의 안쪽으로 끌려 들어오면서 긍정할 만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른 미혼모 초련의 앞에서 하리가 자신이 초련을 임신시킨 남자인양 연기하며 역할극을 진행한 끝에 초련을 어떤 치유의 순간에 데려다 놓는 장면은 《하리》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에 하나이다.

매주 열리는 ‘고백의 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분노에 찬 미혼모들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열여덟 살 하리를 따라가다 보면 왠지 모르게 “모든 이야기에는 어디에든, 어떤 식으로든 해피엔딩이 있다”는 말을 믿게 된다. _강영숙(소설가)

‘오늘도 살았다!’는 탄식과 함께 삶의 다음 장으로 자기 육체를 나아가게 하는 힘은 얼핏 나약하게만 보이는 한 주체의 내부에서 자꾸만 솟아난다. 《하리》는 이런 힘으로 우리를 내치고 짓뭉개려는 세계에 끈질기게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이 가련하지만 강인한 인물들로부터 《하리》를 읽는 독자들이 어떤 삶의 경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책을 덮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소개

2015년 단편소설 「미루나무 등대」로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수박 맛 좋아』, 『복도식 아파트』, 『꽃들의 대화』, 『옐로우시티』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가을



분홍하마의 집

산모 수첩

고백의 시간(1)

미스터 칙

고백의 시간(2)

굿바이 몬스터



[2부] 겨울



날짜와 요일을 잃어버린 나날들

마녀 아이린

고백의 시간(3)

구멍 난 통장과 전과 14범

벽지라도 드세요

고백의 시간(4)

기억을 팝니다

집회

제인 구달을 닮은 할머니

불법 입양

고백의 시간(5)

누가 시장을 보러 갈 것이냐는 생존이 걸린 문제

감자 박스가 비어가는 시간

최초의 도둑질

쓰레기통의 영아 시체



[3부] 다시 봄



설탕차와 벤자민 샐러드

백설의 탄생

폭설

고백의 시간(6)

탈출



작가의 말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