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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을 나와서 (커버이미지)
인형의 집을 나와서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채만식 지음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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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 인형의 집을 나온 연유

노라는 지금으로부터 칠 년 전, 그의 나이 열아홉 살 되는 해에 변호사 현석준과 결혼을 하였다.
그때에 벌써 삼십이 넘은 장년의 남자인 현은 노라를 몹시 귀애하였다. 그는 ‘우리 종달새’니 ‘우리 다람쥐’니 하고 노라를 불렀다. 노라도 그를 극진히 사랑하였다. 그런데 그들이 결혼한 지 일년 남짓하여 첫아이 마리아를 낳던 해 현은 과로 끝에 중병이 들어 죽게 앓았다. 그 때문에 노라는 자기 친정아버지의 종신도 하지 못하였다. 그 뒤에 현의 병은 겨우 낫기는 하였으나 다만 병줄을 놓았을 뿐이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하였다.
현의 병을 정성껏 보아 주었고, 그런 뒤로부터 현 부부와 친숙하여져 줄곧 지금까지 흉허물없이 한 집안 식구처럼 지내오게 된 병든 의사 남병희는 일본의 어느 온천으로 전지요양을 가라고 노라와 현에게 간곡히 권고하였다. 실상 그러지 아니하고는 현은 다시 건강한 사람이 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실업중의 병든 남편을 안해의 내직으로 구원해오던 그들에게 그만한 돈의 여유가 있을 턱이 없었다.
노라는 두루두루 애를 태워가며 돈 주선을 하던 끝에 구재홍이라는 고리대금업자에게서 이천오백 원을 취하였다. 그리고 보증인으로는 그때 벌써 사흘 전에 죽고 없는 자기 친정아버지의 도장을 새겨 차용증서를 써주었다.

그는 그런 방면의 법률에 대하여 깊이 알지도 못하려니와 오로지 남편을 살리겠다는 일념에 그런 것 저런 것을 거리껴 돌아보고 할 정신도 없었다.
다만 남편 현이라는 사람이 금전상에 소심하고 결벽이 있음을 잘 아는지라 일체 비밀에 붙이고 돈의 출처는 자기 친정아버지가 마지막 물려준 것이라고 내내 속여 내려왔다.
이렇게 노라가 애쓴 보람이 있었던지 전지요양을 하고 돌아온 현은 버젓하게 건강히 회복되었다. 그 뒤로부터 현은 운이 트이기 시작하여 차츰차츰 출세를 한 것이 이번 섣달에는 동양은행의 지배인으로 올라섰고 그 동안 노라는 아들 송이와 딸 안나를 또 낳아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집안은 즐거운 설차림에 한참 분주한 판이었다. 그런데 마침 섣달 그믐날 김혜경이라는 여자가 노라를 찾아왔다.

--- “인형의 집을 나와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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