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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의 겨울 (커버이미지)
세 남자의 겨울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병욱 지음 
  • 출판사문학여행 
  • 출판일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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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때는 겨울이었고, 그들이 겨울이었다

1973년에서 1974년으로 이어지는 겨울에 춘천에서 두 문학청년(나와 이외수)과, ‘김유정 문인비 건립 같은 돈이 되지 않는 일로 식구들을 힘들게 만든’우리 아버지가 어우러지면서 빚어지는 사연이 주된 내용이다.
나는 강원대학 졸업을 앞두고 ‘과연 내가 졸업사정회를 통과했을까?’ 걱정하며 맞는 불안한 겨울이었으며, 이외수는 인제 객골 분교에서 소사하다가 때려치우고는 가출해서 후배인 춘천의 나를 찾아온 대책 없는 겨울이었으며, 우리 아버지는 뒤늦게‘가장은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길가 가건물에 조그만 연탄직매소를 차린 참 딱한 겨울이었다.

외수 형(나는 이외수 씨를 개인적으로는 외수 형이라 부른다)이 재작년 3월에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도 병석에 누워있다(이 소설의 출간시점에는 고인이 되었다). 나는 그런 형을 보면서‘형과 함께 보낸 1973년에서 1974년으로 이어지는 겨울의 얘기’를 글로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등단하기 전인, 문학청년 시절 이야기가 될 텐데 더 이상 기억 속에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여든 살 나이를 코앞에 두고 병석에 누운 형이나, 형보다 다섯 살 아래 나이의 나나 오십 보 백보가 아닌가.
어언 반세기 전의 일이라 기억은 완전치 않았다. 고민 끝에 기억이 완전치 않은 부분은 상상력을 빌리기로 했다. 그 때문에 ‘장편 실화소설’이라 했다.

그 겨울의 얘기에는 천생 우리 아버지가 포함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잠시, 2002년에 춘천의 실레마을에 들어선‘김유정 문학촌’을 언급하고자 한다.
김유정 문학촌의 출발은 1968년에 우리 아버지가 예총 사무국장하면서 세운, 의암호 변의 ‘김유정 문인비’다. 아버지는 그 비를 모금하여 세울 때 부족한 비용을 채우고자 윗대로부터 물려받은 거두리 야산(2만평)을 헐값에 팔아버렸다. 문인비를 세우고 남은 돈은 현대문학사의 협조를 얻어 김유정 전집을 내는 데 썼다.
당시 아버지의 그런 행동은 식구들의 원망을 살 뿐이었다. 셋방을 전전하면서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했기에 1973년에서 1974년으로 이어지는 그 겨울 초입에 아버지가 조그만 연탄직매소를 차린 일은‘떼돈을 한 번 벌어 가족들한테 능력 있는 가장으로 인정받고자’함이었다. 4차 중동전쟁으로 생긴 석유파동 탓에 연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에서 긴급히 연탄공급 대책에 나서서 얼마 안 가 치솟은 연탄 값은 이내 꺾이고 말았다. 그 바람에 연탄직매소는 망하게 됐고 아버지는 참담한 처지에 몰렸다.
‘태백산맥 아래 상동읍에 가면 크고 작은 폐광들이 널렸으며, 그런 폐광들 중에서 쓸 만한 폐광을 찾으면 떼돈을 번다는데…’
하는 두 번째 사업구상으로 영일이 없을 때 외수 형이 나를 무작정 찾아온 거다. 그렇게 그 겨울, 아버지와 외수 형과 내가 어우러지게 되었다. 중편소설‘훈장’으로 세대 지 공모에서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등단한 외수 형의 모습은 그 2년 뒤의 일이다. 나는 그 즈음 문학일랑 다 잊고서 시골 중학교의 국어교사로 있었다.
이번 장편 실화 소설은 오직 1973년에서 1974년으로 이어지는 춘천의 겨울 동안 벌어진 세 사람의 얘기에 한정해 썼다.

한 편, 외수 형이 병석에 힘겹게 누워있는데 내가 작품에 등장시켜도 되나 하는 송구스러움이 있었다.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전영자 씨(외수 형의 아내)한테 작품의 초고를 건넸다.
“읽어보시고, 형 이름을 실명으로 써도 좋은지 의견을 주세요.”
그랬더니 하루 지나 전화가 왔다.
“재미있게 읽어봤어요. 실명으로 써도 좋아요.”
그 전화에 내 마음이 비로소 편해졌다.

- 작가의 집필 동기 중에서

1970년대 겨울,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세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어느 곳에서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한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가장 역할을 하지 못한 끝에 끝내 가정에서 제외되기에 이르고, 주인공은 그 아버지와 대립한 뒤 옆집 아주머니 집에 신세를 졌다가 이후엔 출가한 누나의 집 짐방에 신세를 지고, 친한 형 이외수는 그 짐방에서부터 주인공 아버지의 사무실과 주인공 후배의 방 등등을 전전한다. 그 시절에도 모두에게 당연한 것까지는 아니었다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쉽게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 시절의 분위기가 소설을 떠받치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이고, 노작가가 반세기 전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문장은 그리 낡았다는 인상이 없다. 아무 곳이나 펼쳐 그곳부터 읽어도 1970년대의 겨울 속으로 빠져들어 지켜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 소설은 시간의 순서를 따라가지 않는다. 그 시절 문학청년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부모님의 과거를 묘사했다가 어느새 첫사랑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다양한 시간대를 물 흐르듯 넘나드는 노련함에 감탄할 뿐이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던 세 남자는 서로 다른 세 갈래 길을 갔다. 젊은 시절 여기저기 신세지던 이외수는 유명 작가가 되었고, 소설 속 모습이 딱히 놀랍지 않은 일생을 살다가 이런저런 말들 속에 세상을 떴다. 작가의 아버지는 수십 년이 흘러서도 아들로부터 비판을 면치 못하지만, 작가는 동시에 소설 밖에서는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일을 이어가고 있다. 실화 소설이라는 자체로 이미 살아 있고, 가볍지 않다. 서평이 곧 그들의 삶에 대한 평가가 될 수 있는 만큼 실은 조심스럽다.

거의 반세기 전의 일이라 작가 스스로 기억이 흐리다 하고,‘소설’인 만큼 세세한 것들까지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의심이든 접어두고 읽어도 좋은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의 현재가 겨울이라면, 그의 미래는 어떠할 것이며 지금의 겨울은 훗날 그의 삶에서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 이러한 물음을 던져 주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소설이다.

저자소개

교직을 2004년 봄에 명퇴한 건 ‘소설을 마음껏 써 보고 싶은 갈망’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소설은 쓰이지 않았다. 방황하기를 몇 년여, 자존심이 끝 모를 데까지 추락한 순간 기적처럼 소설이 쓰이기 시작했다.
약 10년 동안에 쓴 단편소설들 중 12편을 추려서 첫 작품집‘숨죽이는 갈대밭’(2016년)을 냈다. 그 후 2년 동안 중단편소설을 7편 써서 두 번째 작품집‘K의 고개’(2018년)를 냈다. 한 1년 쉬었다가 이번에는 장편소설 쓰기에 도전, 이렇게‘세 남자의 겨울’(2022년)을 내게 되었다.

*춘천 출생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

목차

01. 나를 찾아온 겨울

02. 그 많은 동네들

03. 짐방

04. 미코노스 항(港)

05. 영광 연탄직매소

06. 정초

07. “온순해요.”

08. 일기들의 운명

09. 1974년 1월 20일

10. 야산

11. 시민아파트

12. 인제 객골 분교

13. 소설가의 꿈

14. 첫사랑

15. 네 번째 방

16. 소양강 모래밭

17. 대망의 졸업식과 교사 발령

18.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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