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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리베카 헌틀리 지음, 이민희 옮김
- 출판사양철북
- 출판일2022-02-08
- 등록일2024-02-19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13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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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후 위기의 시대,
수많은 과학적 증거도 우리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기후가 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수많은 과학적 증거에도, 실제로 일어나는 기후 재난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대처가 지지부진한 까닭은 무엇일까?
2019년 9월, 호주에서는 유례없이 큰 산불이 일어나 6개월 넘도록 진압되지 않았다. 6만 제곱킬로미터가 불타는 동안 33명이 죽었고, 야생동물 10억 마리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큰 재난이 일어났으니 사람들이 모두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 벗고 나서게 되었을까?
그러나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해 본 결과는 참담했다. 기후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부정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초기에 산불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한 정부 탓일 뿐 자연재해가 아니라며, 오히려 환경론자들이 설치는 바람에 일이 더 커졌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리베카 헌틀리는 많은 사람이 말도 안 되는 환경 정책을 내는 정당에 표를 던지는 현상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아 왔다.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후 재난에도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움직이려면 대체 무엇이 필요한 걸까?
헌틀리는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단순한 과학적 사실도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므로, 기후변화는 과학의 문제를 뛰어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규정한다. 기후변화에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까닭은 이 문제가 우리 내면과 가치관, 정체성, 젠더 감수성, 삶의 목적과 깊이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헌틀리는 심리학과 사회학, 진화심리학이라는 도구로 기후변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갖가지 감정을 하나하나 깊이 들여다보며,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어떤 메시지가 효과적일지 모색한다.
“이 책은 내 주변 사람들이 기후 문제를 어떻게 대하는지, 인간으로서 우리가 미디어, 과학자, 정치, 사회로부터 얻는 정보나 일상적인 기후변화 경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지침서다. 이 책에서 나는 분노와 공포에서부터 사랑과 상실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모든 스펙트럼을 탐색한다. 기후변화는 이런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불러일으킨다. 나는 죄책감부터 하나씩 짚어 나가며 사랑으로 끝을 맺을 것이다.”
“당신들이 우리 미래를 불태우고 있다”
감성적인 10대 소녀들에게서 배우는 기후 대화법
그레타 툰베리를 필두로 세계 곳곳의 10대 소녀들은 기성세대에게, 정치인과 기업인 들에게 소리친다. “죽은 행성에는 일자리가 없다.” “배운 이들의 말을 무시할 거면 왜 우리가 학교에 가야 하는가?” “기후변화 열일 중.” 이 아이들은 기성세대를 향해 삿대질하고 비난한다. 전혀 천진난만하지 않다. 분명하고 직접적인 심문으로 우리의 수치심을 일깨워 행동을 부추긴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때로는 유쾌하기도 하다. 10대 소녀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또래 친구들은 물론 보수적인 아버지나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이들까지도 설득해 낸다.
“10대 소녀들은 천성과 환경, 호르몬 또는 SNS 같은 요인으로 너무 감성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기후변화 전달자로서는 이 점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들은 이론과 통계를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정밀하게 조정된 감정적 호소의 힘을 이해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개인적이고도 감정적인 문제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오직 과학에 근거한 이성적인 주장만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과학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헌틀리 역시 10대 아이들이 등교하는 대신 기후 시위에 나선 것을 보고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했다. 아이들이 기성세대인 자신에게 뭐라도 해야 한다고 절박한 심정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있었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는 세 딸아이의 물음에 뭐라도 답하기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헌틀리는 10대 소녀 기후 운동가들에서부터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후 소통 전문가, 기후 문제와 관련한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과학자와 심리학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평범한 시민들을 만나며 기후변화를 효과적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찾아 나간다.
“이제 나와 다른 사람들, 세상을 나와 다른 관점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과연 어떻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가 지구 살리기의 핵심 과제다. 이는 과학과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고 행동을 장려하느냐 하는 문제다. 방법은 문화권마다 다르겠지만 성공한다면 미래는 같을 것이다. 내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아이가 구원받은 세상을 함께 누릴 테니 말이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제가 끼치는 영향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죄책감, 부정, 회의…… 기후 메시지에 대한 반응들
아주 오랫동안 기후변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빼빼 마른 북극곰이 작은 유빙을 딛고 선 모습이었다. 이런 이미지는 아직도 지구 온난화를 다루는 뉴스 보도에 간혹 등장한다. 마음이 아픈가? 물론이다. 내 문제처럼 느껴지는가? 글쎄. 매스컴에 등장하는 북극곰 이미지나 황량한 밭에서 땅을 일구는 체념한 제3세계 농부 같은 이미지는 기후 문제와 우리 사이의 거리감을 증폭시킨다. 한마디로 기후 문제가 ‘남의 문제’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집단적인 위험보다는 개인의 위험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연적인 위험보다는 인간이 만들어 낸 위험을 훨씬 두려워한다. 또한 사회 집단들의 심리적 사회문화적 동력이 위험을 감수하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헌틀리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기후변화 위협에 가장 심드렁한 집단은 젊은 남성들이다. 인터뷰에서 한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가 영화 <매드맥스> 스타일로 향한다 해도 나와 내 친구들은 문제없을 거예요. 우린 몸도 튼튼하고 미친놈들처럼 운전하니까요.” 우리가 30여 년 전부터 쭉 기후변화와 관련해 접하는 비관적인 소식은 경각심을 무디게 만든다. ‘아직 안 죽었잖아’ 식의 타성이 자리 잡은 것이다.
환경론자들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일일이 간섭하는 잔소리꾼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헌틀리는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라거나 친환경 용기에 담긴 친환경 세제를 쓰라는 것 같은 환경론자들의 조언이나 ‘당신의 일회용 커피잔이 바다거북을 죽일 수 있다’ 같은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지금 살아가는 방식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강조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기 행동을 탓하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그 사실을 얼마간 부정하고 싶어진다. 죄책감을 유발하는 환경 메시지를 들으면 사람들은 반발한다. “저는 재활용으로 제 몫을 하고 있는데, 중국인들은 어떤가요?”“정부나 기업이 나서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요?”
헌틀리는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적 반발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며, 죄책감이나 수치심, 공포를 조장하는 환경 메시지의 실효성을 자세히 살핀다.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정체성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알아본다.
‘환경 불안’이라는 새로운 심리적 현상
한편 이렇게 무관심한 사람들의 맞은편에는 지금의 현실에 절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비관적 전망 때문에 ‘환경 불안’이나 ‘기후 우울증’, ‘생태 비탄’ 같은 병적 심리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공황 발작, 식욕 감퇴, 조급증, 불면증 같은 증세를 보인다. ‘출산 파업 운동’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는 생태 위기의 심각성 때문에 실존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지만, 권력층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기에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운동이다. 한국에서도 출산 파업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20대 여성 비율이 33.5퍼센트에 육박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20대 여자 현상’, 기후 위기 감수성에서도 나타났다>, <시사인>, 2022년 1월 25일).
하지만 헌틀리가 다행이라고 여기는 지점은,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고 관심을 두는 대상과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찾기만 한다면 기후 문제 해결책에 동의할 수는 있다는 점이다. 그 관심 대상은 사랑하는 아이들의 미래일 수도 있고, 피지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제주도 같은 특정 지역일 수도 있으며, 멸종 위기에 처한 홍관조 같은 동물일 수도 있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신경 쓴다는 말은 곧 사랑하는 대상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관심 대상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찾고, 주변 사람들과 기후 문제를 자꾸 이야기한다면 분명 사람들을 설득하고 행동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결국 희망은 사람들에게 있다
당장 눈앞의 일들이 시급하니 몇십 년 후에 벌어질 기후 문제는 미뤄 놓고 싶은 마음, 정부나 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며 자기 책임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 누군가 나서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대책 없는 낙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비관까지. 이러한 마음들이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분리수거나 잘하고 자전거로 통근하면 모든 게 괜찮아지리라는 믿음은 지나친 낙관주의에 뿌리를 둔 모래 위에 쌓은 희망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각자의 감정들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이를 바꿀 계기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최선의 희망은 기후변화가 지구에 이제껏 어떤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확실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단호한 투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목표를 이루려면 집단의 힘과 협력의 힘을 믿어야 한다. (……) 타인의 생각과 행동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간의 설득력에 희망이 있다.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 단체, 지역 사회에서 우리는 희망과 낙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희망은 개인적 희생이나 행동이 없어도 되는 막연한 꿈이어서는 안 된다. 행동은 희망을 낳는다. 희망은 타인을 대의로 이끈다. 이러한 희망은 우리에게, 그리고 지구에 유리하게 판도를 바꿀 것이다.
저자소개
열정적인 사회과학자이자 작가, 방송인. 학부에서 법학과 영화학을 공부했고, 젠더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 동향 연구소인 Mind & Mood Report 이사로 9년간 활동하며 주로 기후변화나 음식을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의미와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해 왔다.앨 고어가 만든 국제 NGO 기후프로젝트의 일원이며, 세계자연기금(WWF) 같은 기구를 위해 사회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 행동, 건강과 웰빙,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춰 호주가 코로나19에서 회복할 방법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호주 공영 방송국 〈ABC〉와 〈가디언〉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방송에 출연하며 팟캐스트도 진행한다. 《아직은 운이 좋다: 호주와 호주인을 낙관해야 하는 까닭》을 포함해 여섯 권의 책을 썼다.목차
머리말 심경의 변화 : 내가 어떻게 기후변화를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었는가
1장 논리의 문제점 : 왜 우리는 과학적 논쟁을 멈춰야 하는가
2장 감정으로 가는 첫걸음 : 사실보다 감정이 중요하다
3장 소녀 환경 운동가들 : 10대들에게 배우는 기후 대화법
4장 죄책감 : 내 일회용 커피잔이 바다거북을 죽일 수도 있다
5장 공포 : 산불이 여론을 바꿀까?
6장 분노 : 화를 실천으로 바꾸는 법
7장 부정 : 나는 결백해야 한다
8장 절망 : 지구 종말 자조 모임
9장 희망 :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법
10장 상실 : 삼림 지대에 묻어다오
11장 사랑 : 새들을 위하여
맺음말 이제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 지금이 적기다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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