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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전시관 (커버이미지)
허구의 전시관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설혜원 지음 
  • 출판사델피노 
  • 출판일2022-02-16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나의 허구를 찾아줘.”
미로의 소실점을 지나 무한원점의 오로라로 향하는 여정


무지개다리가 무너져 갑자기 떨어진 구덩이에서 뜻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맞닥뜨리는 본 적이 있는가? 꼭 꿈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때로는 꿈이 현실보다 더 사실적이기도, 현실이 꿈보다 몽환적이기도 하다. 이 작품집은 허구의 여백에 현실로 쓰인 우리 삶의 서사를 뒤집어 현실을 여백 삼아 허구로 우리 삶을 서술함으로써 우리에게 무엇이 현실인지를 되묻게 한다.

인생의 어떤 구간은 미로이며 벗어나려 할수록 늪처럼 더 깊이 빠져드는 덫이 된다. 그런 때에는 그저 걷는 것이 상책이다. 벗어나려 조바심내지 않고 계속 걷다보면 어느새 미로를 헤매는 즐거움에 흠뻑 취한 여행자가 된 자신을 조우할 것이다.

꿈에 깊이 잠겨있던 독자의 시야가 환상에 적응하는 순간, 미로를 거닐며 느꼈던 묘한 기시감이 ‘나’로 수렴되면서 지금껏 낯선 두려움으로 점철되었던 수만 갈래 길과 나의 시간들이 비로소 융단 깔린 허구의 전시관임을 깨닫는다.

헨젤이 과자 부스러기를 징검돌 삼아 귀가하듯, 허구의 통로는 결국 우리 생의 한가운데로 이어진다. 이 소설들은 우리가 미로 또한 하나의 길임을 알기까지 수많은 헤맴을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반짝이는 허구의 오로라를 일깨워 준다. 작가는 누구나 여행자인 우리의 아프고 초라한 맨발을 소중히 감싸기 위해 몽상 어린 유희이자 꿈 안팎으로 통하는 비밀의 열쇠를 건넨다.

환상과 풍자로 얽어낸 21세기 앨리스의 래빗홀

우리는 누구나 앨리스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원리와 법칙도 모른 채 지내며 몸이 커지기도 하고, 현실 직시로 작아지기도 한다. 나를 저격하는 카드 여왕의 공격에 쫓기기도 하고 정체불명 고양이의 조력으로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이상한 나라’보다 더 이상한 것은 거울의 소용돌이를 지나는 ‘나’일지 모른다. 그런 ‘나’를 응시하려면 현상의 현미경과 타자를 향한 망원경 뿐 아니라 나의 내면을 살피는 만화경이 겹쳐져야 제대로 된 ‘나’의 지점이 나타난다. 내면의 만화경이란 시공간을 초월한 꿈, 환상, 추억과 소망의 중층 구조를 시각화한 ‘허구’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허구를 통해 보는 ‘나’는 모호하고 신비로우면서 낯설고도 두려운 것이어서 대면을 피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 소설집은 의식과 무의식의 대결, 꿈과 현실의 혼란이 반복되며 숨은그림찾기보다 어려운 진실 찾기의 여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도망쳐도 자꾸만 꼬리를 밟아 뒤쫓아 오는 꿈에서 잉어를 낚는 건지 잉어에게 낚인 건지 헷갈리는 주객의 전도 <잉어와 잉여>, 쓰디쓴 생을 거듭 견뎌낼지 찰나의 달콤함과 맞바꿀지 주저하며 머무는 선택의 지연 <디저트 식당>, 무의식의 꽃을 의식 차원에서 피워내고픈 욕망의 반복되는 변주 <눈, 꽃피다>는 꿈의 작동 원리이며 독자는 작가가 설계한 허구에 하나씩 빠져들어 가시적 실재에 눈 감고 초현실적 실체에 눈 뜨게 된다.

이 작품집의 소설들이 허망한 일장춘몽으로 그치지 않는 것은 콜라 도둑을 잡아 직장 내 수수께끼를 해결하고 <미녀 병동의 콜라 도난 사건>, 도배 괴담을 통해 냉엄한 현대사회의 관계 지형도를 노출하며 <초인종이 울렸다>, 실수로 놓쳐버린 ‘남우’라는 추억을 되찾아 오는 <남우 공방> 생생한 현실과 풍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성의 계단을 착실하게 밟아 몽유의 꼭대기까지 비약하는 이 소설집의 작품 세계는 코지 미스터리부터 서스펜스 드라마, 마술적 사실주의까지 장르적으로 풍성하며 등장인물 또한 조선 시대 나무꾼 <빈한승빈전>에서부터 이 시대 쇼호스트 지망생까지 다종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책의 독자는 작가가 총천연색으로 구현한 허구의 전시관에서 즐거이 거닐다 문득 저 앞에서 뒷모습을 보인 채 나를 기다리는, 이상하게 낯설고 이상하게 익숙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태풍의 눈이 고요하듯 허구의 안정된 정적 속에서 꽃과 같이 피어오른 ‘나’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미로의 회전은 멈추고 거울 속 소용돌이는 다른 차원을 잇는 길로 재편된다. 그 때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허구의 전시관 출구가 아니라 독자만의 새로운 여정의 입구, 즉 ‘이상한 나라’에서 ‘더 이상한 나라’로 떠나는 회전문이 될 터이다. 길을 완전히 잃어야 비로소 다른 길을 찾는 것처럼, 꿈에서 헤매본 자만이 더 깊은 차원의 현실과 마주할 수 있으므로.

저자소개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 「모퉁이」가 당선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2017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에서 「클린 코드」로 신인 추천을 받았다. 2019년 소설집 『클린 코드』로 2019년 인천문화재단 예술지원 작가로 선정되었다. 2022년 소설집 『허구의 전시관』을 출간했다.

목차

미녀 병동의 콜라 도난 사건

빈한승빈전

초인종이 울렸다

디저트 식당

잉어와 잉여

남우 공방

눈, 꽃 피다



추천사_전영태(문학평론가·중앙대 명예교수)

해설_이승하(시인·문학평론가·중앙대 교수)

작가의 말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