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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를 닮은 소녀 (커버이미지)
사자를 닮은 소녀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에릭 포스네스 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출판사잔(도서출판) 
  • 출판일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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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06년 노르웨이 북셀러상, 카펠렌상 수상작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소녀, 에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차별, 외로움 속에서도
사랑을 갈망하는 특별한 소녀의 장엄한 성장기


《사자를 닮은 소녀》는 《여정의 끝에서 울리는 노래(Salme ved reisens slutt)》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에릭 포스네스 한센의 장편소설이다. 2016년 동명 영화로 제작되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등 10여 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소설은 성인이 되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해외 곳곳에서 공연하는 에바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그녀를 소개하는 서커스 단장의 광고 멘트로 시작한다. 익숙할 때도 되었지만 그녀는 불편한 옷을 걸치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어쩐지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곧 걷힐 장막 너머의 당신을,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 초대한다. 1912년, 온몸이 황금빛 털로 뒤덮인 채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운명을 안고 태어난 그해 기차역이 있는 작은 마을로.

당신도 더 가까이 오세요.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벌써 만났을지도 모를 당신. 내가 보이나요? 이제 나를 볼 수 있나요? 더 가까이 오세요.
-《사자를 닮은 소녀》 중에서

언덕길에 쌓인 눈이 푸른 물결처럼 보이고 신비한 오로라가 북쪽 하늘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추운 겨울밤, 루트 아르크탄데르는 특이한 외모를 지닌 여자아이를 낳고 숨을 거둔다. 남편인 구스타브 아르크탄데르 역장은 젊은 아내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기도 전에 또 하나의 커다란 시련을 마주해야 했다.

“아이도 보셔야죠?”
구스타브 아르크탄데르는 어두운 눈빛으로 한참이나 멍하니 의사를 바라보다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비르게르손 부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에 안긴 갓난아기에게 시선을 던졌다.
“세상에!” 그가 외마디 소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사자를 닮은 소녀》 중에서

구스타브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스라소니를 닮은 갓난아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걸 바라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가 목숨과 바꿔서 세상에 내놓은 아이를 안아 보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환영받아 마땅한 세례식 또한 아주 단출하고 비밀스럽게 치렀다. 이름을 지어 줘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세례식 도중에 의사 레빈이 성경에 나오는 인류의 어머니이자 여성을 의미하며 모든 여성상을 대표하는 이름, 에바(Eva)를 떠올린 것이다. 그렇게 아이는 아버지 구스타브가 고용한 유모 한나의 보살핌을 받으며 세상과 단절된 채 외로운 인생 여정을 시작한다.
에바는 조금씩 자라면서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아버지의 면도기로 팔에 난 털을 모두 밀어 보기도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털로 뒤덮여 연약한 피부에 거친 상처를 낼 뿐 털은 이내 빽빽하게 자라났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혼자서 카드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다. 다행히 기차역에서 근무하는 무선기사 멜비그에게 모스부호를 배우며 우정을 나누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지금 무엇을 보고 있니?
친구라곤 한 명도 없는 작은 소녀를 보고 있니? 기차역 관사 2층에 홀로 앉아 카드 게임을 하거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소녀여.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을 비스듬히 돌린 채 앉아 있는 소녀여.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사자를 닮은 소녀》 중에서

어느새 에바는 학교 갈 나이가 되었고, 아버지 구스타브는 주변의 설득을 이기지 못해 다른 아이들이 있는 바깥세상에 딸을 내보내기로 한다.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혹했다. 에바는 아이들의 따돌림과 공격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햇살 쏟아지는 강물의 재바른 물고기처럼 교문을 나서야 했다. 그리고 사라지는 기술도 터득하여 아무도 찾지 않는 숲속의 커다란 바위에 올라 홀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한 그곳에서 같은 반의 아르비드를 마주한다. 에바 몰래 뒤를 따라온 것이다.

“다음에 여기 또 와도 될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비옷을 입고 바위에서 내려와 자전거를 숨겨 둔 덤불로 걸어갔다. 그가 바위 위에서 몸을 일으켜 시선으로 그녀를 따랐다.
“여기 다시 와도 되니?” 그가 소리쳤다.
그녀는 그에게 흘낏 눈길을 던지고 대답 대신 크게 소리쳤다. “아르비드!”
“응. 왜?” 그의 목소리는 깊은 호수처럼 어둡고 부드러웠다.
“안녕! 잘 가!”
그녀는 자전거에 몸을 싣고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달렸다.
햇살과 보슬비 사이로.

-《사자를 닮은 소녀》 중에서

사춘기에 접어든 에바는 아르비드와 가까워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과 성에 눈을 뜬다. 한편 온몸이 털로 뒤덮은 원인과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의학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싣는다. 총회는 쉽지 않은 자리였다. 수많은 의사와 연구자들 앞에서 속옷만 걸친 몸을 보여 줘야 했고, 날카로운 면도칼로 갑자기 털을 잘라내는 순간에는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날 밤 우연히 온몸이 비늘로 뒤덮인 안드레이 보르라는 남자를 만나 요아킴 교수가 운영하는 유람단과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데…….

나, 에바, 이상한 외모를 지닌 이 소녀는…….
-《사자를 닮은 소녀》 중에서

《사자를 닮은 소녀》는 온몸이 황금빛 털로 뒤덮인 에바의 탄생부터 어린 시절과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 홀로서기까지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이제 성인이 된 그녀가 어린 시절에 겪은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초대하며 소설이 시작하는데, 작가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에바가 살았던 그 시대로 돌아가 그녀를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도록 1인칭과 3인칭을 자유롭게 오가며 섬세하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펼친다. 덕분에 독자는 같은 반 아이들의 따돌림과 마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맞서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에바와 함께 성장하는 감정을 느낀다. 어쩌면 더 가까이 오라고 말하는 에바의 외로운 목소리를 따라 독자 스스로 그녀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 가까이 오세요. 북유럽의 작고 외딴 시골 마을에서 온 저를 가까이에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잘 보세요. 더 가까이 오세요. 곧 장막이 걷힐 거예요.
-《사자를 닮은 소녀》 중에서

작가는 등장인물의 대화나 상황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은 영역을 조심스럽게 들추어 내기도 하는데, 자신을 향한 에바의 목소리에서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다. 차가운 시선과 차별이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자신을 객관화하며 꿋꿋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부분이자 작가가 에바에게 전하는 목소리다. 독자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지낸 것 같다. 물론 학교를 다녔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학교에서도 외톨이로 지냈다. 사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하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보다 그들이 예의 바르게만 행동해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나를 사랑해도 타인의 사랑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홀로 지내는 걸 훨씬 좋아했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내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꿈을 버렸고, 우정이나 동지애에 관한 유치한 환상도 갖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바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가능한 한 그들과 거리를 두려고 안간힘을 썼으며, 그들이 어디론가 멀리 가 버리기를 바랐다. 그들은 거기서 무리 지어 하얗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그들만의 우정, 그들만의 술책과 음모, 그들만의 고민과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면 될 일이었다. 그곳에서는 성스러운 장막처럼 하늘에서 스르르 행복이 떨어져 내려 그들을 감쌀 것이다. 우정과 음모는 다루기 힘들고 성가실 뿐인데 따지고 보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사자를 닮은 소녀》 중에서

소설의 등장인물은 외모에서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평범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존재. 단순하고 명료하다. 평범하다는 것은 온몸에 털이나 비늘이 없는 등 보편적인 사람의 외모를 지녔다는 의미다. 여기서 벗어난 존재는 그 외로움을 이겨 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평범한 삶 또한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에바처럼 온몸이 털로 뒤덮인 사례는 중세 이후 50여 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편 내면에서도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외로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하지만 작품에서 외롭지 않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를 잃은 유모 한나를 비롯하여 어딘가 부족한 외로운 인물이 대부분이다. 세상은 이런 것이다, 다르지만 모두 같은 사람이다, 라고 말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는데, 외모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에겐 더욱 가혹한 외로움이 기다린다는 것이다.
에바의 외로움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더욱 깊어지는데, 주변의 몇몇을 제외하곤 다들 신기한 짐승처럼 바라본다. 어린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위나 지식을 갖춘 사람들은 더욱 심하다. 의사나 과학자, 종교인에게 에바는 과학적 생물에 불과하며 연구를 통해 알아야 할 큰 수확물이자 단순한 별종에 불과하다. 물론 특이한 존재여도 가까이에서 오래도록 그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다면 편견을 깰 수 있겠지만, 에바의 경우 그러한 기회조차 없다. 에바의 내면은 누구보다도 강하고 아름다우며 평범하다. 그녀의 외로움은 철저히 외부에서 시작된 것이다. 고립과 차별. 세상은 그녀가 특별한 존재로 성장하는 걸 시샘하듯이 더욱 외로운 존재로 만든 것이다.

사라진다는 것. 내게 사라짐은 어느 특정한 장소를 의미하기도 했다. 숲속 외딴곳에 자리한 커다란 바위. 난공불락의 성이기도 했다. (중략) 나는 그 바위를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롯이 혼자 찾아냈다. 고대 신화에 나오는 거인들이 옮겨 놓은 바위리라.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위를 올라갔다. 단 한 번도 높은 곳에 기어오른 적이 없지만 바위에 오르는 것은 문제 되지 않았다. 바위 꼭대기의 평평한 구덩이는 부드러운 이끼로 뒤덮여서 몸을 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거기서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다들 내가 자취를 감췄다고, 사라졌다고 말하겠지.
-《사자를 닮은 소녀》 중에서

다행히 에바는 온갖 시련을 이겨 낼 만큼 마음이 강하고 또래보다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하며 노래도 잘 부르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섬세한 마음도 지녔다. 자신에게 엄격한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을 만큼 성숙한 면모 또한 갖췄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어린아이에서 소녀, 여성이 되어 갈수록 사랑에 대한 갈망도 커져만 갔다.
에바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낯설고 모호했지만 어느 순간 강렬히 다가왔고, 첫 키스의 달콤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 욕망으로 불거졌다. 하지만 짐승은 사랑을 나눈 후 슬퍼진다고 했던가. 그녀에게 사랑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감정이었지만 질투가 되고 증오가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저기에 내가 아닌 에바가 있다. 나는 그녀를 보고 있지만 그녀를 이해할 수는 없다. 에바는 사물을 철학적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매일, 아니 이틀 또는 사흘에 한 번씩 특별 교습을 받기 위해 저녁나절 집을 나선다. 작은 복수심에서 시작된 일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끝없이 커졌다. 매일 지평선에서 조금씩 더 높아지고 더 차가워지며 더 강렬해지는 가을 하늘의 별빛처럼.
-《사자를 닮은 소녀》 중에서

사실 대부분의 독자가 에바의 외모에 놀라면서 자기 방식으로 그녀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신기한 경험을 할 것이다. 에바의 외모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에바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동안 그녀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고 온몸을 덮은 털 아래에 숨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함께 웃고 눈물 흘리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사자를 닮은 소녀 에바가 거치지만 꿋꿋하게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벌써 만났을지도 모를 당신. 더 가까이 오세요.”
-에바 아르크탄데르

저자소개

1965년 6월 6일 뉴욕 출생.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공부하고 라디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문학과 예술을 전공했다. 1985년 독일 십자군 제국을 배경으로 한 《팔콘 타워(Falketarnet)》를 출간하면서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평범함을 뛰어넘는 데뷔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5년 동안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하며 노르웨이 일간지 《아프텐포스텐》에 문학 평론을 게재했다. 1990년 출간된 두 번째 소설 《여정의 끝에서 울리는 노래(Salme ved reisens slutt)》는 1912년 타이태닉호에 탑승한 다국적 오케스트라 음악가들에 관한 소설로 1990년 노르웨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릭스몰상을 수상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노르웨이 소설에 등극했다. 또한 전 세계 36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1998년 국제 IMPAC상 후보에 올랐다. 《테일즈 오브 프로텍션(Beretninger om beskyttelse)》 《랍스터 라이프(Et hummerliv)》 《사자를 닮은 소녀(Løvekvinnen)》 《콧부스와 베를린 사이의 길에서(Langs landeveien mellom Cottbus og Berlin)》 등을 출간했고, 지금은 노르웨이예술위원회 이사로 활동하며 문학위원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13

1장|23

2장|181

3장|319

감사의 말|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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