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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벨: 영원의 그물 (커버이미지)
아마벨: 영원의 그물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배지훈 지음 
  • 출판사아작 
  • 출판일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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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모든 이가 영원히 살면 정말 유토피아가 펼쳐질까?”
김보영, 김창규, 배명훈 등을 배출한 과학기술창작문예
제3회 중편 부문 당선작가 배지훈의 데뷔 15년 만의 첫 장편소설!
한국 하드 SF의 계보를 잇는 전설의 귀환!


인간의 두뇌를 스캐닝해서 영원한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시대, 그 시대가 시작된 지 백수십 년이 지나고 그 기술, ‘클리니컬 이모털리티’를 이용해 육체를 바꿔서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지구. 모든 사람들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습니다. 사이보그 형사 아마벨은 잔혹한 시위진압 현장에서 이모털리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소년과 소녀를 구하게 되지만, 치료 도중 소년이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그 배후에는 스캐닝으로 컴퓨터 속에 들어가 영원한 삶을 누리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아마벨과 소녀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작품을 소개하는 것보다 먼저 ‘공모전’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근래 한국 SF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데에는 단연코 수많은 작가들의 노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겠으나, 그 숨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데에는 그간 여러 공모전의 역할이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즘에야 <한국과학문학상> <문윤성 SF 문학상> <포스텍 SF 어워드> 등 SF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은 물론, (정부 단체의 지원을 받아 무려 과학기술출판협회에서 주최하는 ‘공상 과학 소설’ 공모전까지 등장한 걸 보면) 다른 장르 소설 공모전의 경우에도 SF의 비중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만, 15년 전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지 싶습니다.

주관 및 후원의 문제로 ‘신춘문예’는커녕 ‘SF’라는 이름조차 제대로 내세우지 못한 2004년의 첫 한국 창작 SF 공모전의 이름은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과 중편 부문을 나누어 진행된 이 공모전은 그나마 3년을 넘기지 못하고 2006년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짧다면 짧은 그 세 번의 공모전에서 배출된 작가들이 김보영, 김창규, 박성환, 배명훈, 정소연 등이며 그 작가들이 한국 SF에 끼친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공모전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중 중편 부문만을 놓고 보면, 1회 수상작가가 김보영(수상작 <촉각의 경험>), 2회 김창규(수상작 <별상>)이었는데, 마지막 3회 중편 부문 수상작가가 바로 배지훈(수상작 <유니크>)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 《아마벨》은 <유니크>와 작가의 또 다른 중편 <인탱글>의 세계관을 잇는 배지훈 작가의 데뷔 15년 만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과학기술창작문예가 배출한 작가 중 정소연 작가가 첫 개인 소설집을 내는 데 11년, 김창규 작가가 12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그보다 조금 더 걸렸구나 하겠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도 과작(寡作)으로 소문난 배지훈 작가의 소설집을 묶는 데는 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봄,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주제를 다룬 이 소설 《아마벨: 영원의 그물》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이 독보적인 작품을 독자들에게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유니크>와 <인탱글>로 이어지는 세계가 ‘아마벨’이라는 새로운 주인공 경찰을 만나 비약적으로 확장되는 것은 물론, 근래 한국 SF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황금기 고전 SF의 풍취까지 갖추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요.

작가의 말에서 밝힌 대로, 《아마벨: 영원의 그물》을 읽기 위해 세계관을 공유하는 중편 <유니크>나 <인탱글>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 매력적인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야기들이 궁금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유니크>는 얼마 전 앤솔러지 《나와 밍들의 세계》(황금가지, 2021)에 수록 출간되었고, <인탱글>은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으니 (https://webzine.munjang.or.kr/archives/117351)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한국 SF 장에서 배지훈의 이름을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그간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나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미래사 시리즈> 등을 번역해 독자들에게 소개해왔는가 하면, <과학동아>에 <돌아간 사람들> 같은 걸작 단편을 발표하며 꾸준히 하드 SF의 명맥을 이어 왔습니다. 사실 작가는 우리 곁에 늘 있었죠. 그리고 어찌 보면 배지훈이라는 작가를 만나게 되기까지 너무 늦었다기보다, 한국 SF가 다양성을 통해 더 큰 전성기를 준비하는 지금이 이 작가를 만날 가장 적절한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벨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출판사 서평>

“까마귀 프로필 사진을 사용하는 모 님”

얼마 전 리디북스에 발표된 전삼혜 작가의 단편 <퍼펙트 페이스>를 읽다가 웃음이 터진 적이 있어요. 소설은 이순신을 닮은 면접자가 소동을 부리고 간 후 ‘위인들의 얼굴 분석 딥러닝’을 통해 관상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블랙코미디인데, 이런 대목이 등장했거든요.

성별 할당제랍시고 여성 위인을 많이 넣으라는 말 자체는 나도 동감하는 바였다. 어쨌거나 여성 위인도 많으니까. 단지 그 위인들의 사진과 이름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지. 천만다행으로 트위터에 한 이용자가 매일매일 그날 태어난 여성 위인에 대해 소개를 해놓은 아카이브를 찾게 되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까마귀 프로필 사진을 사용하는 모 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 전삼혜, <퍼펙트 페이스>

웃음의 포인트는 느닷없이 ‘까마귀 프로필 사진을 사용하는 모 님’으로 소환된 분을 나 역시 알고 있다는 것이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그분은 벌써 몇 년째 그 일을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해오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분이 그 일을 언제 어떻게 왜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까마귀 프로필 사진 밑에는 간략하게 소개글이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번역가, 과학소설가.’

응? 누구지? 아마 그런 궁금함을 느낀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텐데, 무슨무슨 상을 오래전에 받으셨구나 하는 별 감동 없는 끄덕거림이 와, 하는 감탄으로 바뀌며 까마귀 프로필을 다시 보게 된 건 몇 해 전 <과학동아>에 수록된 단편 <돌아간 사람들>을 읽고 나서였을 거예요. 아니, 이건 (좋은 의미로) 최신 해외 SF 번역판인가, 하면서 다시 보니 한국 작가의 창작 SF가 맞았고, 그날로부터 그 작가의 이름이 제대로 뇌리에 새겨졌죠. 배지훈. 배. 지. 훈.

작가의 번역작 역시 예전에 읽은 적이 있었더라고요. 알고 보니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한 작품을 옮긴 분이었고,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미래사 시리즈 중 <코벤트리>가 그의 번역작임을 다시 확인하게 되기도 했죠. 그래, 이런 천재가 여기 한 명 더 있었구나, 하고요.

창작과 번역을 겸하는 작가들이 국내외로 드물진 않지만, 지난 십수 년간 한국 SF에서는 김창규, 정소연 작가가 창작에서 누구보다 빛을 발하면서도 번역을 통해 해외 SF 명작들을 소개하는 데 힘써 온 것으로 유명하죠. 이수현, 고호관 작가처럼 번역에서 놀라운 성취를 이뤄왔으면서 창작에서도 가끔 혜성처럼 반짝이는 작품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고요. 어느 한 가지만도 쉽지 않은 일을 둘 다 잘해내는 분들을 보면 그 능력치와는 별개로 SF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일이겠구나, 싶어요.

그런데 작가의 천재성과 열정, 그리고 꾸준함이 있다고 해서 독자와 대중의 인정까지 쉽게 받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흔한 말로 때를 만나야죠. 김보영 작가가 어느 칼럼에서 썼듯이 정소연 작가가 개인 소설집을 내는 데 11년이 걸렸고, 김창규 작가는 한술 더 떠 12년이 걸렸어요. 그만큼 한국 SF 작가로 산다는 일이 녹록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배지훈 작가가 2006년 제3회 과학기술창작문예 중편 부문에서 김보영, 김창규 작가의 뒤를 이어 당선된 후 본인 이름으로 된 단독 저서를 내게 되기까지는 15년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물론 앞서 말한 대로 그사이 번역도 했고 간간이 중단편을 발표해오긴 했지만, 사람들 눈에 배지훈 작가는 그간 몇 년간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매일 그날 태어난 여성 위인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까마귀 프로필 사진을 사용하는 모 님’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부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은 후 알게 되길 바랍니다. 아, 여기 또 하나의 전설이 귀환했구나, 한국 하드 SF의 계보를 이어가는 작가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구나, 하고요.


<유니크> <인탱글>의 세계를 완성하는 《아마벨》의 탄생

소설의 배경과 시작은 이렇습니다. 인간의 두뇌를 스캐닝해서 영원한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시대, 그 시대가 시작된 지 백수십 년이 지나고 그 기술, ‘클리니컬 이모털리티’를 이용해 육체를 바꿔서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지구. 모든 사람들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습니다. 사이보그 형사 아마벨은 잔혹한 시위진압 현장에서 이모털리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소년과 소녀를 구하게 되지만, 치료 도중 소년이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그 배후에는 스캐닝으로 컴퓨터 속에 들어가 영원한 삶을 누리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아마벨과 소녀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요….

배지훈 작가가 <작가의 말>에도 썼듯이 《아마벨: 영원의 그물》을 읽기 위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유니크>나 <인탱글>을 먼저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이야기들과 달리 ‘아마벨’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소설은 그 자체로 독립적이고 완성된 장편소설이니까요. 전작 중편들의 세계를 공유하면서도 장편소설로서 이 작품이 매력을 획득하고 또 다른 서사를 갖는 데는 주인공 아마벨의 공이 없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서평은 주인공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그 소임을 다하고자 해요. 한국 하드 SF의 계보를 잇는다, 라고 거창하게 바로 앞에 쓰긴 했지만 (그리고 사실이기도 하지만) 그게 지금 또 뭐가 그리 중요한가요.

어쨌거나 91.9퍼센트 기계 몸을 가지고 있는 사이보그 형사인 아마벨은 구(舊) 러시아 출신의 형사예요. 몇 번의 크고 작은 전쟁 끝에 개별 국가는 사라지고 지구연방으로 통합되었지만, 지역적 색채가 아주 없진 않죠. 용병으로 2백 년 넘게 활동해 온 아마벨은 이제 수원 경찰서에서 근무를 해요. 소설에서 따로 설명은 없어서 아마도 고려인 출신이었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하면서 읽었지만, 수백 년이 지난 한국 사회는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더 세계화되었을 테니 왜 러시아 출신의 아마벨이 한국까지 왔을까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촌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름은 또 왜 ‘아마벨’일까요. 이 역시 소설에 따로 설명이 있을 리 없고, 저자에게 따로 물어본 적도 없지만, 짐작키로 테헤란로 포스코센터빌딩 앞 조형물 ‘아마벨’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1997년 미국 작가 프랭크 스텔라가 만든 조형물의 원제목은 ‘꽃이 피는 구조물’이었지만, 작품 제작 도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친구의 딸 이름 ‘아마벨’로 제목을 바꿨다고 해요. ‘진흙 속 연꽃처럼 고철로 만든 꽃 한 송이’ 라고요. 게다가 사고가 난 비행기 부품 일부를 작품 지료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소설에서 두뇌 스캔 기술로 지구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영생을 살게 됐지만, 그 이전에 기계 몸으로 사이보그가 된 아마벨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에요. 아마벨은 그저 고철이 된 몸을 계속 고쳐가면서 살 수밖에 없는 몸이거든요.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이지만 91.9퍼센트 사이보그라고 해서 아마벨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마벨을 로봇 취급한다거나, 그래서 갈등을 겪는다거나 하진 않아요. 이미 그런 진도는 다 지나갔고, 중요한 건 무엇보다 생존이죠. 영생을 산다 해도, 온몸이 사이보그라 해도 생계의 문제에선 벗어날 수 없고요.

출생부터 이름까지 독자로서 상상의 나래를 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좋은 SF 작품들이 흔히 그러듯 캐릭터의 외양 묘사엔 그다지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데요(주인공의 성별에 대한 단서도 처음에 전혀 없어서 내용이 한참 진행이 되고 나서야 알 수 있거든요), 이런 불친절이 독서를 방해하는가 하면, 실은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더 풍부한 상상을 하도록 이끌기도 해요. 몇 번의 생이고 다시 살 수 있고, 나노 기술로 어떤 외양이든 변경이 가능한 사회에서 외양 묘사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도 싶고요.

아무튼 《아마벨: 영원의 그물》은 인간 지분이라고는 8.1퍼센트밖에 남지 않은 형사 아마벨이 우연히 휘말리게 된 사건을 겪으며 스스로의 인간성에 대해 많은 것들을 고찰하면서도, “오랜만에 만나는 박진감 터지는 밀리터리물”이라고 소개해도 손색없을 만큼 총성과 전투가 난무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다 해결된 듯한 순간에 독자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반전까지 빼놓지 않고요.

포스코사거리의 ‘아마벨’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저는 기억나지 않지만 기사를 통해 보면 작품 설치 후 한동안 ‘아마벨’ 때문에 말이 많았었나 봐요. “고철 덩어리다” “흉물스럽다” “이해하기 어렵다” 등등요. 심지어 철거 논란까지 있었다니 사람들의 반감이 얼마나 대단했었나 싶네요. 그런데 그렇게 또 세월이 흐르고 얼마 전 나온 기사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흉물 논란 딛고 100억대 복덩이로”. 역시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사실 장편소설 《아마벨: 영원의 그물》은 집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2006년 <유니크> 데뷔 이후 배지훈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되기까지 15년간 절치부심한 시간들을 생각해봅니다. 그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만큼, 이 유니크한 소설이 독자 여러분께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한국 SF 장에서 배지훈의 이름을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르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한국 SF가 다양성을 통해 더 큰 전성기를 준비하는 지금이 바로 이 작가를 만날 가장 적절한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벨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자소개

칼 세이건과 아이작 아시모프를 신봉하며 자라 생물학과에 진학하지만 결국 원하는 건 과학자가 되는 게 아니라 과학자가 나오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하이텔 과학소설동호회에서 활동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첫 작품에 친절하면서도 잔인무도한 비평을 받고 조금 진지하게 써보자고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목차

01부_아오모리_7

02부_피맛골_71

03부_거묵_201

04부_시에라 사막_297

에필로그_331



작가의 말_343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