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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기억 (커버이미지)
딸의 기억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류주연 (지은이) 
  • 출판사채륜서 
  • 출판일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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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모든 청춘이 다 빛나는 건 아니더라
억지로 묻어 둔 감정, 외면하고 싶었던 기억

주거비 절약을 위해 택한 남녀공용 샤워실이 있던 고시원, 생활비를 벌기 위한 각종 아르바이트, 두세 시간의 수면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던 매일…. 작가의 대학 시절을 대표하는 기억이란다. 누군가는 가난해도 빛나는 게 청춘이라고 한다. 청춘은 청춘이라 그저 아름다운 거라며. 하지만 꿈마저 잊을 정도로 서러운 나날이라면, 빛나는 청춘의 한가운데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게다가 이 서러움의 근원에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냥 해맑게 웃을 수 있을까?
가족이란 양가감정이 들게 하는 존재다. 세상 든든한 내 편이다 싶으면서도 때로는 갑갑하게 목을 조여온다. 소속감을 원하지만, 독립성도 유지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 탓일까? 그보다는 의지와 상관없이 소속되며 세상에서 처음으로 맺는 인간관계란 특성 탓이 더 큰 듯하다. 거처를 분리해도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고 가족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사회에서의 관계가 이리저리 흔들리기도 한다.
작가에게도 가족이란 그랬다.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원, 정말 사랑하지만 그만큼 아픔을 주기도 하는 존재. 특히 작가의 청춘을 고단하게 했던 건 가난이었다. 함께 살 때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사회에 나오니 잘 보이는 건 무슨 연유인지. 생계를 위해 삶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느라 꿈꾸지 못하는 청춘이 되어버린 건, 오늘을 살기에도 빠듯한 집안 형편 때문인 것만 같았다. 이 생각은 원망이 되어 ‘가족’에게, 특히 ‘엄마’에게로 향했다. 엄마에게 비수를 꽂았지만, 당시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어쩌면 일부러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아프고 힘든 건 자신이라며 엄마의 아픔을 보지 않았다. 엄마가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쩌면 이는 많은 자식들이 범하는 과오일지도 모르겠다. 알면서도 반복하고, 내뱉고 난 뒤엔 늘 미안함에 사로잡히는 행위들이다.

불행이라 생각했던 그것들은
마음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괴롭게 했다

서러운 시절을 살아낸 끝에 작가는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되었다. 시절이 지나면 그때의 기억은 잊기 마련이다. 아니, 떠올리고 싶지 않다.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대충 덮을 수 없을 정도였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먹고사는 일에 특별할 것이 없어지자 그때의 기억은 꼭꼭 묻어 버렸다. 서로에게 남긴 상처 역시 굳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에게 암이 찾아왔다. 겨우 숨통이 트인 이 시점에 말이다. 시간의 유한함이 성큼 와 닿자, 대상을 잃은 분노와 황망함, 짓이겨지는 아픔이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무엇보다 작가를 괴롭힌 건 지난 시간에 대한 부질없는 생각과 후회였다. 왜 한결같이 착한 딸이지 못했나, 더 잘나서 가난으로부터 엄마를 일찍 해방시켜줄 순 없었나 하는 회한부터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 시절 자신의 모습까지. 그렇게도 외면하고 싶었던 그것들이 가슴속에 밀물처럼 차오름을 느꼈다.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그것들은 마음의 가장 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끝없이 밀려오는 기억에 허우적거리던 작가는 결심했다. 용기 내어 과거를 직면하기로, 외면했던 그 시절을 꺼내어 완전히 소화하기로. 그래야만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직면한 기억들은 과거 어느 지점, 어느 사람의 곁을 맴돌다가 다시 오늘날 자신을 만나는 과정으로 귀결되었다. 작가는 ‘눈물짓게 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였노라고 받아들이기가 무섭게 일상이 변했다’고 말한다. 과거를 직면하고 나니, 가족 때문에 불행하기만 한 삶은 아니었다고 느낀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불행이라 생각했던 것들, 지나치게 노력했던 어떤 것들, 남아 있는 미련들을 버리기로 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기로 했다. 물론 아직도 고통은 존재한다. 엄마는 여전히 투병 중이고 삶에 불쑥 튀어나올 크고 작은 슬픔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를 직면하고 일어선 지금은 조금 더 버틸 힘이 생겼다. 이제야 정말 딸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작가는 웃을 일 많은 일상을 꿈꾸고 있다. 적어도 과거보다 눈물짓는 날이 적으리라 굳게 믿는다. 앞으로는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다.

힘들었던 기억을 직면하고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은
상처에 새살이 오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

소화하지 못한 과거는, 자꾸만 현재를 발목 잡는다.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한다. 하지만 힘든 기억은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용기를 내어 그것을 직면하고 글로 풀어냈다. 이로써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책은 아주 솔직한 문장으로 적혔다. ‘지난 삶을 돌아보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한 작가의 말 그대로, 어쩌면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웠을 이야기까지 모두 담아냈다. 읽을 맛을 내는 건 전문 작가의 유려한 글이지만, 사실 그보다 마음이 이끌리는 건 진솔한 글 쪽이다. 맞닥뜨린 상황은 다를지라도 꼭 내 마음을 표현한 듯한 문장에, 나와 글 사이의 경계가 와르르 무너짐을 느꼈다. 출발점의 나는 분명 ‘독자’였지만, 어느샌가 ‘주연’이 되어 울거나 웃고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다른 분들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전하리라 생각한다. 특히 방황하는 청춘이라면 문장마다 꼭꼭 눌러 담은 작가의 솔직한 심정에 크게 동요될지도 모르겠다.
‘힘내’라는 말조차 실례가 될 수 있다지만, 글을 읽다 보면 조용히 응원을 보내고 싶어진다. 글 속의 ‘주연’에게 작가인 ‘주연’에게, 그리고 ‘주연’에게 이입한 나에게. 잘해왔고 잘하고 있다고. 그리고 많이 울었던 만큼 앞으로는 웃을 일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부디 과거를 품은 현재의 시간이 미래에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책장을 덮는다.

저자소개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 연필 끝의 자음과 모음만을 갖고 놀며 자랐다. ‘주연이의 꿈길’이라는 제목으로 카메라 앞에 선 적이 있다. 곁에 있어 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어 시집 《시를 쓸 때 비로소 서러웠다》를 만들었다.

책을 사랑하여 경상남도교육청 사서가 되었고 가족을 사랑하여 딸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슬픔과 연민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

목차

이제 좀 살 만해졌는데, 엄마가 암에 걸렸다



01 괜찮다는 음절의 사이


그 삼십 분, 아마도 나는 엄마를 죽였다

수풀을 헤치고 생의 이유를 따왔소

이번엔 홍시가 없는데 어떡하나

괜찮다는 음절의 사이

별것 아닌 향수(鄕愁)

재생 버튼 속 만남

혜정 씨

막내딸이지만 애교가 없어서



02 투병의 역설

마늘장아찌 학사 학위를 따다

망치질

엄마, 남녀 공용 샤워실의 고시원을 알아?

죄인들의 전쟁

아픔의 발견

용건 없는 전화

뱉지 못하는 질문

투병의 역설

내가 엄마라는 상상



03 함부로 하는 동정

천천히 자라도 되는 줄 알았더라면

함부로 하는 동정

그날 들은 욕을 씹어 삼켜 버렸다

그 가방이 뭐라고 남자들을 울렸나

이별인 줄 알았던 생존

순종의 트라우마

일상이 눈물겨울 때

연약함을 들키는 일

술의 맛

안녕, 가여운 나의 시절



04 개화와 직면한다는 것

간신히 건져 올린 위로

내 꿈이 아빠를 잡아먹은 날

나를 살게 한 어른들

그런데도 어째서 행복한가

퇴근길엔 다들 외롭지 않나요

가난의 객관화

개화와 직면한다는 것



형편없는 유서를 쓰게 되더라도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