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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실 고생이지 (커버이미지)
여행은 사실 고생이지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정기호 (지은이) 
  • 출판사사람의무늬 
  • 출판일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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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노후 준비의 하나로 시작한 여행!
고생하려고 떠난 건 결코, 절대, 진짜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개고생만 하다 온
노부부의 심심하고 특별한 유럽 여행기
그래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아마도 이번 여행이 우리의 마지막 여행이 되지 않을까?”
매번 이런 마음으로 계속된 노년의 여행
은퇴 이후,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멀리 유럽까지 여행을 떠난 조경학자 남편과 독문학자 아내는 정작 경치 좋고 맛집 많다는 관광 명소는 제대로 가보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 여행객이라면 거의 가지 않을 곳, 예를 들면 괴테의 책 속에 묘사된 산 능선, 좋아하는 화가의 고향, 번역할 책에 소개된 현장을 찾아다닌다. 시골로 오지로 찾아다니다가 걷고, 비를 맞고, 길을 잃어버린다. 물론 고생한 만큼 즐거운 일도 많았다. 그 좋은 기억 대부분이 고생 끝에 있었기에, 그래서 “여행은 사실 고생”이라 말한다.
당연하게도 보통의 독자라면, 멀리 여행 가서 고생만 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은퇴 후에 노후 준비의 하나로, 10년 넘게 부부 동반 여행을 떠났다고 말한다. 사실, 다른 모든 일처럼 여행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앞으로의 여행을 위한 연습이었길 바란다. 누구에게나 지금 막 시작하는 그 여행은 나중에 있을 어떤 여행의 전초이며, 앞선 여행의 경험들은 다음에 다시 떠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될 수 있으면 걸어 다니다 보니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여행이 되었다.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면, 목적지를 찾아가는 동안에 일상에서 잊고 있던 지난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또 동행과의 소통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여행의 의미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가볍고 흥미롭게 정리했으나, 저자의 여행의 시작은 결국 인문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책, 그림, 정원, 음악 등등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여행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색과 깊이가 담긴 그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새로운 여행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퇴직 후에 계속할 수 있는 게 뭘까?
부부가 단 둘이 첫 여행을 떠났던 건 2003년이었다. 퇴직 후에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게 뭘까 찾던 중이었다. 여행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게 실현될 일인지 장담할 수 없었다. 가장 걱정된 건 여행 중 둘이서 다투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그때만 해도 호텔을 미리 예약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아 일일이 현지에서 해결해야 했다. 호텔 잡는 것부터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루어진 게 없다 보니 다투거나 뜻이 맞지 않는다거나 그럴 수 있는 여유조차 사치스러웠다. 어떤 이유로든 첫해 여행에서 한 번도 다투지 않은 건 분명 성공이었다. 두 번째 여행도 그랬다. 세 번째 여행에서 독일 하노버에 머물고 있던 때였다. 하노버에서 베를린은 기차로 두 시간 거리인데, 늦은 오후였지만 마침 그 날치 유레일패스 유효 시간도 넉넉해서 잠깐 다녀올 생각이었다. 객실에는 승객이 없어 조용했다. 대각선 방향으로 몇 줄 앞자리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일흔 정도의 노부부가 간편한 차림으로 단정하게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내가 혼잣말처럼, “우리도 나중에 저들처럼 조용히 여행을 할 수 있으려나.” 하고 말했다. 내가 그리던 은퇴 후의 큰 그림이 딱 그런 것이었지만 그냥 무심한 듯 툭 던졌다.
- “그래? 그러지, 뭐!”

고생한 기억은 생생하게 남지!
여행은 쉬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여행’이란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좋은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되는 대부분은 고생을 잔뜩 했던 일들이었다. 즐거운 때보다는 애먹은 때가 훨씬 더 많았다. 따뜻하게 햇살이 난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 비가 오거나 바람 부는 날이었다. 여행지에서 가져온 즐거웠던 기억들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지만, 고생을 할수록 그래서 인내하는 시간 끝에 오는 잠시 동안의 좋았던 순간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았다.
아내와 나는 돌아가면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걸로 주저앉지 않도록 자극해 준 것도, 그걸 이겨내게 한 것도 여행이었다. 돌아보면 세상의 어수선한 일들을 외면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피상적으로 스쳐 지나는 모든 일들을 피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여겨지는 모든 일로부터 멀어지고 싶던 때도 있었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 줄 수 없기에 나를 두르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히 의연하려 했지만 참고 드러내지 않는 걸로 치유될 일이 아니었다. 그런 모든 일들이 쌓여 나도 모르게 안으로 움츠러들고 있었다. 진정 다행이었던 건 여행지에서 만난 여러 예술가들의 이야기에서 동병상련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잔이 꼭 나와 같았을 것 같았고 워즈워스에게서도 그런 공감을 했던 것 같다. 헤르만 헤세는 정확히 우리의 갈 길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소소하게 나를 스쳐 지나간 작은 일들로 나는 힐링되고 있었다.

현장 스케치와 함께 읽고 보고~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몇 점이라도 싣자는 편집자의 제안에 일단 생각만 해보자며 발을 뺀 듯 만 듯 그러다가 결국 여기까지 일이 커졌다. 저자는 “자신도 없고 걱정도 되었다만 뭐 전문 삽화가도 아니고 저자로서 여행담에 어울리는 삽화를 좀 넣는 건데 이 정도면 우사는 아니지 않느냐”고 아내가 추켜 주는 통에 에라 모르겠다며 용기를 내긴 했지만, 아무래도 스스로 감싸온 외투를 훌쩍 벗어버린 것 같아 쑥스러웠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영원히 그럴 일이 생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언제든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서슴없이 크로키를 할 만큼 뻔뻔해지기를 기다려 여행 중 기차에서든 카페에 앉아서든 주변 사람들을 그리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일을 즐겁게 상상해” 보고 있다.

저자소개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쉰이 되던 해부터 유럽 여행을 시작해 지금까지 거의 매년 여행을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독일어권과 체코, 폴란드의 동유럽권을 중심으로 연구 답사 여행을 시작했다가 차츰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자연을 찾아가며 여행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될 수 있으면 걸어서 다니는 느릿한 여행을 하는 중이다.
앞으로는 좀 더 외곽으로, 특히 북유럽의 원시 자연 가까이 가는 여행을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 펴낸 책으로는 독일 경관 여행기 『독일, 여행의 시작』(2013), 유럽 정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유럽, 정원을 거닐다』(공저, 2013)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2016), 소설의 현장을 따라간 문학기행 『보헤미아 숲으로』(부부 공저, 2016)가 있다.

목차

아직은 괜찮아



둘이 합쳐 종합 병원


알루미늄 접이의자

배낭 꾸리기



기억의 장소

작은 사치

성당에 초를 켜고

옥스퍼드 박물관

「함부르크 모르겐포스트」

가족 여행



숲에서 길을 잃다

헨젤과 그레텔

와이파이 길 찾기

목장 길 트레일



창밖의 풍경

호텔 창밖

하이델베르크의 큰 그림

낭만적 윈더미어

다락방

소떼



화가의 아틀리에

고흐, “사랑하는 테오에게”

세잔, “베르나르, 당신도 화가요?”

모네, 백내장 없이 본 지베르니 연못

르누아르, 팔목에 붓을 묶고



벤치가 있는 자리

브레너 고개 바라보는 작은 연못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헤세

도라의 수선화 피는 언덕



여전히 여행 중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