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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생활기록부 (커버이미지)
유령생활기록부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나혁진 (지은이) 
  • 출판사몽실북스 
  • 출판일202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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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상을 외면하고 살았던
한 남자의 삶
죽음 이후
유령이 되고서야
살아보는 새로운 삶


인간의 삶이나
유령의 삶이나
고달프고 힘들긴 마찬가지

전작 <상처 검은 그림자의 진실>에서는 직관적인 태도로 사회에 실존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정면으로 대응하던 작가 나혁진. 신작인 『유령생활기록부』에서는 전작보다 약간은 힘을 뺀, 그러면서 유머스러움을 더하고 조금은 유해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블랙코미디적인 느낌이 강한 이 작품은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어쩌다 보니 죽음
이젠 어떻게 살아가지?


제대로 된 사회생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허영풍의 삶은 그랬다.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었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했고 사회에서 도태되는 삶을 살아가던 그였다. 죽음을 마주한 날도 역시나 그랬다. 자신이 마지막으로 걸었던 기대 그리고 절망감. 그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부릅뜬 채 내 뱃속을 온통 휘저어놓는 칼의 움직임을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_본문 중에서

졸지에 유령이 되고 보니 막막할 뿐이다.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단 자신이 왜 유령이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사람과는 다른 유령의 특징에 당황하는 일은 예사다. 자신과 같은 유령을 찾지만, 세상에서 누가 유령인지도 모르겠다. 사고 현장에서 유령 친구를 기다려 보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유령이 되지 않았다. 겨우 새로운 친구를 찾았나 했더니 진실을 아는 순간 사라졌다.

사람들의 생활에
개입하는 유령


유령 친구를 찾던 허영풍은 죽기 전에는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찾아간다. 처음으로 찾은 것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여자친구. 헤어진 지도 벌써 5년이나 지났지만, 딱히 할 일 없는 유령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령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니던가. 그녀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 그는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헤어졌던 여자친구에게 닥쳤던 사건을 해결한 이후로 시간은 흘러 또 5년이 지났다. 즉 자신이 죽은 후로 5년이 지난 셈이다. 이제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져 가는 이때, 그는 오래된 친구였던 대학 친구를 찾아 나선다. 대학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의 모습에 당황하는 허영풍.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석현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학창 시절 늘 웃는 낯이었던 그의 얼굴에는 넌더리 나 근심 따위의 감정이 아니라 압도적인 절망감마저 짙게 느껴졌던 것이다. _본문 중에서

엄마,
죽었어도 한번 자식은 영원한 자식이다.


친구를 찾아다녔던 허영풍은 명절을 맞이해서 고향으로 향한다. 고향이라고 해봐야 늙은 노부모만 계실 뿐. 그는 혹시나 유령생활을 벗어날 길이 생길까 싶어 노심초사하지만 그럴 일은 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부모를 속이려는 계략에서 자신의 장기를 발휘해서 사건을 해결한다.
세월은 흘러서 이제 영풍에게는 엄마 한 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세상에 자신만 혼자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두려워진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유령생활을 청산하고 이제 그만 정리하고 싶다. 자기의 죽음에 대한 사건을 다룬 특집 프로그램에서 범인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자기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고 이 세상을 가볍게 떠날 수 있을까.

“이 에미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무슨 복이 있어 20년 만에 널 다 만나고. 한 번만 더 우리 아들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 _본문 중에서

판타지적 존재인 유령과
현실적인 사건의 절묘한 조합


유령이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작가는 그런 존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는 살아있을 때는 별 볼일 없던 존재였다. 죽었다고 해서 그런 특징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죽음 이후에 자신이 살아있을 때 만났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들, 또는 그들에게 일어날 뻔했던 문제들을 해결함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낸다. 살아있을 때보다 더 존재가치를 드러낸 유령. 역설적인 접근이다.

살아 있으되 살아 있지 않은 시체 같은 삶.
사람이되 유령이었던 삶. _본문 중에서

죽음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무겁기보다는 살짝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현실적인 문제에 유머스러움을 반영시켜서 블랙코미디스러움을 꾀했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자가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존재를 내세워서 생전의 삶과 별다르지 않음을 조건으로 삼았다. 아무것도 없는 제로, 무에서부터 시작하는 그의 삶은 하나씩 사건을 해결하면서 성장해간다. 흡사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임 퀘스트 같은 느낌도 준다.

작가는 영화 제목을 소제목으로 삼았다. 제목이 사건의 힌트인 셈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책을 읽는다면,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본다면 그 둘의 조합이 묘하게 맞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유령생활기록부』는 끝났다. 그의 생활기록부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 있었을까.

삼십 대의 남자, 허영풍은 다른 이들처럼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거나 하지 않고 오직 복권에만 빠져 있다. 오늘도 스포츠 복권을 손에 들고 뚫어지라 쳐다본다. 그러다 돈만 날렸다. 분식집에서는 밥을 먹다 시비가 붙고 돈은 날리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던 그는 비 오던 날 골목에서 칼에 찔려 죽는다.

아니 죽었다. 그리고 유령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제 그는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이 되었다. 유령이 되어도 좋은 것은 없다. 처음에는 자신의 집에서 생활했지만, 그곳이 정리되자 갈 곳이 없어졌다. 그렇게 떠도는 유령이 되었다.

비로소 찾은 유령 친구들은 하나둘 떠난다. 그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사연을 해결해 주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영풍은 엄마의 죽음까지 보게 된다.

살아서도 별 존재 가치 없던 한 남자의 인생은 유령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인다. 그런다고 알아줄 이 하나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작가는 유령의 성장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생활기록부는 처음에는 불만스러웠을지 몰라도 마지막에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저자소개

소설가. 인천 출신으로 시공사, 들녘, 작가정신 등의 출판사에서 주로 소설을 편집하는 편집자였다. 하드보일드 느와르부터 액션 스릴러, 본격 추리, 로맨틱 추리극까지 신선한 소재와 다양하고 획기적인 장르의 결합을 보여 왔다. 《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1》에 참여했고 장편소설 《브라더》, 《교도섬》, 《낙원남녀》, 《상처 검은 그림자의 진실》을 발표했다. 《브라더》는 현재 영화화 진행 중이며 《상처》는 프랑스 판권 계약이 완료되어 번역, 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목차

프롤로그 _ 6

1장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_ 13

2장 사랑과 영혼 _ 79

3장 말 없는 사나이 _ 151

4장 영능력자 배틀 로열 _ 207

5장 마더 _281

작가의 말 _356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