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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커버이미지)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박지음 지음 
  • 출판사도서출판 아시아 
  • 출판일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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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악몽 같은 세상 속 그녀들의 이야기
박지음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끊이지 않는 불행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박지음은 더듬어 전진하며 탈출구를 찾는다
- 하성란(소설가)

믿고 싶은 한 인간의 세속과 간사함까지도 그려내고야 마는 용기.
그 용기로 우리의 상처가 아무는 시간이 조금은 당겨지리라.
- 이소연(시인)


단편소설 「리플레이」로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지음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데뷔작 「리플레이」를 비롯하여 모두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여성, 주로 기혼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여성의 삶과 고민, 좌절, 욕망 등 삶을 억압하는 것들과 맞서는 여성들의 고군분투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표제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서처럼 서로간의 연대가 이루어지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작품에서는 비극적인 색채가 짙다. 세 아이를 낳고 옛사랑을 만나 하룻밤 일탈을 감행하는 가정주부의 환멸과 공포를 그린 등단작 「리플레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언니가 사실은 엄마였음을 드러내는 「레드락」, 또는 유년시절 성추행 사건을 학부모가 되어서야 폭로하는 「거미의 눈」, 소통하지 못하는 남편과의 결별을 사고사로 끝장내는 「톰볼로」 같은 작품에는 “한결같이 제도적 일상에서 억압된 ‘무엇’이 벽지를 찢고 튀어나와 외설적인 ‘날 것’으로 재현”(정은경 문학평론가)되는 장면이 그려진다.

박지음은 인물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유보하면서 그를 둘러싼 시스템과 인간관계들을 묘사하며 그의 심층까지 들여다보려고 한다.

“나는 흔들리지 않고 이 무용한 세계를 지켜가기로 마음먹었다.”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제각각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답게 다른 사연과 꿈을 품고 있다. 기혼 여성과 미혼 여성이 만나서 서로의 사정을 백 프로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함께 낯선 곳을 걸으면서, 함께 밤을 보내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스스로를 의심했던 마음을 버리고 조금씩 용기를 내게 된다.

“낯선 곳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조심스럽게 의지하기 시작하는 마음”(「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이 싹트는 일은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그 만남과 인연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작가는 현실에서 그러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마치 기적과도 같다는 듯 뒤이어 나오는 소설들 속에서 환멸 나는 삶의 장면들을 보여준다.

등단작 「리플레이」는 어딜 가나 CCTV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를 그리고 있다. 어딜 가나 그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그사이에, 끝없이, 끝없이, 우리는 찍히고 있”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CCTV는 ‘나’의 무죄를 증명하는 장치인 동시에 ‘나’의 부정을 고발하는 장치로서 기능하며 현대인들이 품고 사는 삶의 윤리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을 전혀 옹호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박지음은 CCTV와 같은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외로웠다. 그날 말을 걸어준 사람이 누구였든 나는 그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나는 이미 비명을 지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현실적인 문체로 그려낸 삶의 풍경들


정은경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박지음의 작품들이 샬런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쓰고 있다. 「누런 벽지」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미쳐가는 내용을 담은 고딕풍 소설로, 박지음의 소설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에 실린 작품들 역시 삶을 견디다 못해 미쳐버릴 것 같은 여성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결혼을 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가야 할 것 같지만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거나 기댈 곳이 되지 못하고 견딜 수 없어 잠시라도 떠나 있어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가정 내에서 평안을 얻지 못하고 매년 어디론가 홀로 여행을 떠나야만 겨우 숨 쉴 구멍을 찾을 수 있고(「레드락」), 옛 연인을 만나 불륜을 저지르고(「리플레이」), “현실을 도피하려는 마음과 외로움과 남편에 대한 죄책감이 뒤섞여”(「나란히 걸어요」) 말도 안 되는 주술 의식에 참여하기도 한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그 선택들은 삶에서 다른 선택지를 찾지 못한 그들이 삶을 견디기 위해,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피해자이면서도 그 피해를 제대로 회복하거나 보상받을 길이 없는 채로 성장하여 가해자로 돌변하기도 한다. 「거미의 눈」에서 초등학생 시절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나’는 자신의 아들이 같은 반 여자아이를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하고서도 이를 모른 척하고 아들을 변호하려 든다.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바로 자신을 성추행했던 초등학생 시절 동창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나’는 어린 시절 자신을 가해했던 사람들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고스란히 ‘나’에게로 되돌아와 다시 ‘나’를 공격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톰볼로가 있다는 걸.”
잔잔한 일상을 견디고 난 다음 돌출되는 이야기

「톰볼로」에서는 이혼을 결정한 부부와 그들의 딸이 등장한다. 그들이 도로에서 고양이를 차로 치어 죽이고 도착한 장소는 그 풍경과 냄새마저 숨 막히게 하는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서로를 향한 증오와 경멸밖에 남지 않은 듯한 이들의 모습에서 더는 돌파구를 찾아볼 수 없는데, 결국 딸 ‘민아’가 사라진 것은 실종이 아니라 생존의 돌파구를 찾아 무사히 탈출한 것으로 읽힌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톰볼로가 있다”는 대사처럼 박지음의 소설 속 인물들은 바닷속에 잠기지 않고 모습을 드러낼 톰볼로를 발견하여 지긋지긋한 삶을 돌파할 방도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물살이 빠져나간 뒤에 솟아난 ‘육계사주’처럼 묘파”(정은경 문학평론가)하며 작가 박지음의 현실주의 문체는 다른 ‘톰볼로’를 돌출시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화려하지 않고 안정적인 문체로 삶의 굴곡을 그려낸 박지음의 첫 소설집을 통해 다채롭고 풍부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전남 진도 출생. 2014년 영남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이 있다. 여행과 집필, 기획을 하고 있다. 기획 출간한 테마 소설로는 『여행시절』(공저), 『소방관을 부탁해』(공저)가 있다.

목차

네바 강가에서 우리는

레드락

리플레이

햄버거가 되기 위하여

나란히 걸어요

거미의 눈

톰볼로

영등



해설│톰볼로의 그녀들_정은경

작가의 말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