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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G를 찾아서 (커버이미지)
잃어버린 G를 찾아서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김경현 지음 
  • 출판사서울셀렉션 
  • 출판일201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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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글로벌 시대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한 집 걸러 조기유학생이 양산된 듯한 요즘 분위기지만,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불굴의 영웅 신화에 가까운 엄친아 일화들이나 마약, 폭력으로 얼룩진 실패담 등 양극단의 이야기들뿐이다. 그렇지만 유학을 간 아이들 역시 우리 옆에 있는 어느 아이와 다른 것 없는, 더러는 쾌활하고 또 우울하고, 작은 고민을 잔뜩 부풀리는가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엄청난 사고를 치기도 하는 그냥 아이일 뿐이다. 지훈 역시 그런 아이다. 어른이 되는 것 하나만으로 버거운 나이에, 문화도 언어도 다른 곳에서 지훈이 겪는 청소년기는 어떤 것일까? 한국에서 났지만 미국에서 성장한 수많은 평범한 조기유학생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모두의 성장소설

이 소설은 열일곱 지훈의 성장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성장하는 것은 지훈 만이 아니다. 모두에게, 여행은 짐을 덜어내는 과정이다. 미국으로 나서려던 영미는 우선 하이힐과 캐리어를 포기한다. 애리조나로 떠나려던 쥐(지훈)는 지금까지 떨어뜨려놓은 적이 없는 닌텐도 오락기와 휴대폰을 둘 다 두고 나선다. 토마스는 가족으로 여기는 트럭 샐리를 내버려둔 채, 20년 넘게 지켜온 다시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맹세마저 내려놓아야 한다. 페이지는 어떻게든 스스로 알아서 해보겠다던 소녀다운 결벽과 자존심을 접는다.

길 위에서 거침없이 달리다 보면, 크든 작든 확고한 일상의 일부였던 것들이 언제 그랬냐 싶게 떨어져나간다. 치열한 여정의 끝에, 영미는 드디어 아들의 삶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 욕심임을 깨닫는다. 적어도 아들의 인생은 더 이상 엄마의 실수들을 만회하기 위한 두 번째 기회는 아닌 것이다. 칡덩굴처럼 얽히고설켰던 영미와 쥐의 인생은 각자의 것이 된다. 그리고 아들에 대한 집착에서 스스로 풀려나면서, 영미는 비로소 주변의 평판과 시선에서도 자유로워진다.



관찰자도, 여행객도 아닌 주인공으로 바라본 미국의 기숙학교

한국독자들은 죽은 시인의 사회부터 호그와트까지 서구 사립 기숙사 학교의 특수함에 매료돼 왔다.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들이 한국에도 다수 번역 출간되었지만 『잃어버린 G를 찾아서』의 학교 묘사가 유달리 실감나게 느껴지는 것은 이제 쥐라는 별칭이 더 익숙해진 지훈이라는 평범한 한국 소년이 그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기숙학교를 다룬 영화에도 책에도 동양인은 하나의 배경이고 주변인이다. 그렇지만 지훈은 때로 답답함이나 한계에 부딪칠지언정 언제나 관찰자가 아닌 주인공이다. 혼자된 어머니를 생각하며 미래에 대한 부담으로 마음이 무거운 와중에도 친구를 돕겠다며 한밤 중 양호실에 침입하고 단풍나무즙을 증류기에 가득 채워 넣는 기숙사 사역을 마치면 괜스레 뿌듯해하는 지훈의 구김살 없는 모습으로 인해 우리에게도 그 낯선 서구적 풍경은 독자들에게 친숙함으로 다가온다. 지훈의 눈을 통해, 노스필드 기숙학교는 독특한 전통의 단면들의 나열이 아닌 하나의 살아있는 장소가 된다.



한국 소설, 새로운 문화코드를 읽다

<잃어버린 G를 찾아서>는 강남지역 문화나 미국 각계각층의 이야기 같이 그간 한국 문학에서 잘 다뤄지지 않던 문화코드들을 담고 있다. 무심하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 나바호족 친구 윌리, 경찰도 기죽일 정도로 거친 농담을 서슴지 않지만 요령 있고 동정심 많은 흑인 웨이트리스 나오미, 사막에서 중국음식 체인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추 장로,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도 영어가 모국어라고 생각하는 압구정 치과의사의 딸 애린 등 익숙하지만 생소한 인물들이다. 독특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과 함께, <잃어버린 G를 찾아서>의 적재적소에서 쏟아져 나오는 놀라운 폭의 문화사적 지식들은 소설의 서사에 힘을 더한다.



이중 언어로 말하다

<잃어버린 G를 찾아서>는 간혹 서걱대며 씹히는 듯한 생경한 영어 단어들이 한국어와 태연하게 섞여 있다. 토종 한국어 사용자라면 어리둥절할 만한 미국식 유머코드와 표현도 심심찮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어의 파괴라기보다는 실제로 존재하는 또 다른 한국어의 사실적인 재현이다. 압구정 길거리를 걸으면서 들을 수 있고, 삼백만이 넘는 재미교포 커뮤니티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한국어는 단지 시정되어야 할 오용일까, 아니면 한국어의 확장일까?



인물소개



영미

배신감에 멍하다. 믿는 아들 지훈이, 정학이라니! 내가 저를 그 비싼 학교에 보내느라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데. 하룻밤 사이 미국 사는 사촌동생 켱킴까지 동원해 압구정동에서 매사추세츠 주 교외의 사립고등학교 노스필드까지 달려왔다. 그런데 그 아들, 학교에도 없다. 아니, 어느새 백인 여자 친구까지 만들어 같이 사라졌단다. 얘가 내 아들 지훈이 맞나? 일요일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퇴학이란다. 아빠 없이 키워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미국의사 만들어보자는 꿈이 이렇게 사라지는 걸까? 일단, 애부터 찾고 보자.



켱킴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또 누구인가? 좀 전까지 풀러튼 한인목욕탕에 늘어져서 아이폰을 만지작거리던 중이었는데, 어느새 사촌누나와 미국 반대편 끝의 모교에 와 있다. 어라? 이제는 또 도망간 조카의 여자친구 할아버지가 모는 빨간 화물트럭 옆 좌석이다. 교수직이 걸려있는 논문표절심사, 대비해야 하는데……. 이혼 서류, 처리해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같이 가고 보자.



토마스

손녀딸 페이지는 똑똑한 애다. 미혼모로 저를 낳은 제 엄마가 사라지고 나서도 알아서 잘해 왔다. 며칠간 화물운송일로 집을 비워도 걱정할 것 없었다. 나는 도로에만 집중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슬슬 트럭 운전도 정리하려는 이 때, 갑작스레 나타난 한국인 두 사람이 페이지가 임신 중이라고 알려왔다. 지금까지 나는 내 손녀의 자유를 존중한 걸까, 방치한 걸까. 나는 왜 이 여자, 영미만큼의 위기감도 긴장감도 못 느끼는 걸까. 하지만 뭔지 모를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젊은 한국인 여자의 열정에 감염된 듯하다. 오랜만에 제대로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쥐(지훈)

난 왜 이렇게 덩치가 작을 까. 난 왜 아직도 영어 단어가 헷갈리는 걸까. 이래 가지고,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학교, 갈 수 있을까? 뭐, 신나게 지내긴 하지만, 속으로는 걱정투성이다. 실수하는지도 모르고 실수하는 건 정말 자존심이 망가지는 일이다. 뽀샤시하고 어마어마하게 똑똑한 페이지가 이런 날 사랑하는 건 정말 기적 같다. 그런 페이지가 내 아이를 가졌단다. 그렇지만 난 열일곱인데? 아니 그렇지만, 우리 아이잖아? 그리고 그럼 나, 군대 안가도 되는 건가?



페이지

내 성적이 좀 높다고 대학이 무슨 반짝거리는 미래인양 들먹이는 선생님들도, 또래 아이들의 유치한 짓거리도 버거울 때가 있다. 지금 내게 찾아온 아기 ‘씨드’에게 어떻게든 생명을 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그런데 아이를 갖는다는 건 정말 힘들어. 내 몸이 전혀 내 맘대로 되질 않아. 이러다가 들킬 것만 같아. 애기 아빠, 쥐, 너도 날 좀 도와줘. 우리 애리조나로 가자. 아이는 둘이 힘을 합하면 키울 수 있을 거야. 대학은 나중에도 갈 수 있잖아? 영어 SAT는 내가 가르쳐줄게.

저자소개

한 곳에서 오래 정착했던 기억이 없다. 건설업에 종사한 아버지를 따라 열 살 때부터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지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아홉 살에 마당극을 읊을 만큼 신통한 아이였다가 갑자기 생소한 문화권에 놓이니 벙어리에 귀머거리가 됐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등학교는 매사추세츠 주의 전통 있는 사립인 노스필드 마운트 허몬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다시 문학을 사랑하게 됐다. 인터넷은 물론 국제전화도 어렵던 시절 내내 한국 소설을 읽으며 마음의 고향을 찾았다. 그 다음에는 미국 동쪽 끝의 매사추세츠를 벗어나 중서부에서도 가운데에 있는 오하이오 주 오벌린에서 학사를 했다. 문화계 인사들이 다수 배출된 오벌린에서 공부하며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문학을 하는 일에 한계를 절감하던 중, 평론에서는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고 느꼈다. 이어 멀리 서부 끝, 엘에이에 있는 남가주대(USC) 영화대학원으로 진학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27살 때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의 동아시아 어문학과 교수가 되었다. 한국 대중문화, 특히 영화와 두 번째 사랑에 빠졌고 다수의 한국 영화인이나 문학인들을 어바인으로 초청해 미국 학계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데 앞장서 왔다. 씨네21, 문학동네, 당대비평 등에서 꾸준히 비평을 한국어로 기고해왔다. 한편 비평에 그치지 않고 장편영화 「두 번째 사랑」(2007)과 「하녀」 (2010) 등의 작품의 기획제작에 참여했다. 또 「하녀」(1960)를 복원하기 위해 마틴 스콜세지를 직접 만나 설득하기도 했다.
김경헌 작가는 두 가지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인생의 대부분을 살았고, 소설과 영화의 내러티브에 몰두하면서 그 두 가지가 만나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성찰의 결과물로 이 책 『잃어버린 G』를 써냈다.

목차

PART 1 영미의 느닷없는 전화 9

PART 2 노스필드, 매사추세츠 19

PART 3 뉴잉글랜드의 디씨듀어스 숲 27

PART 4 지난 봄학기에 일어난 쥐와 페이지의 연애 사건 1 37

PART 5 영미의 스칼릿 레터 106

PART 6 지난 봄학기에 일어난 쥐와 페이지의 연애 사건 2 126

PART 7 영미의 헌신짝 이야기 142

PART 8 토머스 도마스키스 160

PART 9 영미와 미스터 도마스키스의 만남 169

PART 10 지난 봄학기에 일어난 쥐와 페이지의 연애 사건 3 182

PART 11 언플랜드 페어런트후드 219

PART 12 애린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228

PART 13 1만 달러짜리 갬블 249

PART 14 콜럼버스, 오하이오 276

PART 15 지난여름에 쥐가 본 한강 291

PART 16 영미의 미시시피 강 313

PART 17 쥐 가을학기 시작하다/영미의 세 번의 실수 324

PART 18 밀리의 모방 임신/플래그스태프 제네럴스 치킨 359

PART 19 영어의 몸/기아 소울 385

PART 20 리얼 러브/총과 실탄 433

PART 21 쥐와 애린의 만남/영사실 452

PART 22 미처 쓰지 못한 켱킴의 페북 이야기/일부터 십까지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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