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상세보기

걸어서 하늘 끝까지 (커버이미지)
걸어서 하늘 끝까지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핑루 지음, 김은희.이주노 옮김 
  • 출판사어문학사 
  • 출판일2013-02-24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신해혁명 100주년이었던 2011년, 중국 대륙과 타이완에서는 신해혁명을 기리는 각종 기념행사와 학술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신해혁명을 이끌었던 쑨원(孫文), 그리고 그의 아내인 쑹칭링(宋慶齡)에 대한 각종 서적과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륙의 중국인민은행은 금은의 기념주화를 발매하고, 대만의 중앙은행은 기념지폐를 발매하였다. 주화와 지폐에는 똑같이 쑨원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대륙과 대만 모두 공화정의 정통 적자임을 과시하려는 듯 경쟁을 벌였던 것이다.

그동안 쑨원과 쑹칭링에 대한 평가는 국부(國父)와 국모(國母)라는 호칭에서 엿볼 수 있듯이 숭고와 신성으로 채워져 왔다. 쑨원이 불요불굴의 혁명의지, 삼민주의(三民主義)로 대표되는 건국방략을 지닌 혁명의 선구자이자 아버지였다면, 쑹칭링은 고귀한 품성과 꿋꿋한 혁명정신을 견지한 혁명의 반려자이자 어머니였다. 이리하여 쑨원과 쑹칭링은 영웅이라는 휘황한 아우라를 두른 채 신화의 공간 속에 놓이게 되었다. 범인(凡人)이라면 도무지 눈이 부셔서 그들을 바라볼 수조차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신화의 공간에 갇힌 채 박제화된 두 사람을 인간세계로 불러오며, 판에 박은 듯 진부한 영웅의 각피를 벗겨내고 피와 살을 지닌 범인의 숨결을 입혀준다. 그리하여 그들의 절대고독과 은밀한 욕망을 들추어내고, 그들의 분노와 몽상을 들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가 그들의 혁명 업적을 부정하거나 혁명가로서의 삶을 깎아내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가혹한 현실 속에서 혁명의 대의와 이상을 위해, 혹은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을 위해 비틀거리는 모순덩어리 범인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이 작품은 모두 6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홀수의 장은 쑨원과 관련된 이야기이고, 짝수의 장은 쑹칭링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란히 교차되어 서술되고 있는 셈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은 두 사람이 시공을 초월하여 죽음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두 사람이 죽음으로써 이야기는 끝난다. 쑨원이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주로 국민당 내부의 불화와 갈등, 군벌들의 기만과 횡포, 자신의 신중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 등을 술회한다면, 쑹칭링은 자신의 가족, 쑨원과의 결혼생활과 혁명활동, 쑨원 사후의 생활 등을 술회한다.

두 사람의 술회 가운데 대부분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반면 두 사람의 사생활이나 개인적 감정, 이를테면 쑨원의 심약한 일면이나 다양한 여성편력, 쑨원이라는 역사기호의 부장품 노릇을 거부하려는 쑹칭링의 고뇌, 경호원과 관련된 인간적 욕망 등은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이 발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이러한 부분이 이 작품에 대해 ‘금기의 위반과 숭고의 모독’이라는 평가를 낳게 하였겠지만, 이 작품이 지니는 미덕 또한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1924년 11월 30일 이른바 북상(北上)의 여정 중에 들린 고베(新戶)의 부두를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군벌의 혼전 상황, 그리고 쑨원의 북상과 관련된 정치 상황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1916년 6월 웬스카이(袁世凱)가 죽은 후 북양(北洋)군벌은 내부의 파벌과 투쟁으로 혼미를 거듭하였다. 1920년을 전후하여 북양군벌은 세 파벌, 즉 베이징(北京)을 거점으로 한 우페이푸(吳佩孚)의 직예파(直隸派, 직계直系), 텐진(天津)을 거점으로 한 돤치루이(段祺瑞)의 안휘파(安徽派, 환계?系), 그리고 펑텐(奉天)을 거점으로 한 장줘린(張作霖)의 봉천파(奉天派, 봉계奉系)로 나뉘어 패권을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하였다. 1920년 7월 직예파와 안휘파가 벌인 직환전쟁에서는 봉천파와 제휴한 직예파의 우페이푸가 당시 베이징을 장악하고 있던 돤치루이를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했다. 이어 1922년 5월 직예파와 봉천파가 전쟁(제1차 직봉전쟁)을 벌여 우페이푸가 장줘린에게 승리함으로써 정권을 독차지하였다.

직예파의 패권을 저지하기 위해 1924년 9월 제2차 직봉전쟁이 벌어졌는데, 우페이푸의 지휘를 받던 좌익작전군 제3군사령인 펑위샹(馮玉祥)이 회군하여 베이징을 점령하는 쿠데타가 일어났다. 펑위샹은 당시 총통 차오쿤(曹?)을 감금하고 새로운 섭정내각을 구성하는 한편, 10월 25일 쑨원에게 평화통일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상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당시 북벌을 진행 중이던 쑨원은 급히 광저우(廣州)로 돌아왔으며, 국민당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서 11월 10일 <북상선언(北上宣言)>을 발표하였다. 쑨원은 이 선언에서 삼민주의가 국가 문제 해결의 기초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통일과 건설을 도모하기 위해 공농상학(工農商學)의 대표로 이루어진 국민회의(國民會議)의 소집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북상선언> 발표 당일 장줘린, 펑위샹과 돤치루이는 톈진에 모여 새로운 정부의 수립을 결정하고, 우페이푸의 동의를 얻어 돤치루이를 임시정부 집정으로 추대하였다. 또한 돤치루이는 쑨원의 국민회의 소집 요구에 맞서 군벌과 정객으로 이루어진 선후회의(善後會議)의 개최를 주장하였다. 정국의 혼미 속에서 북상의 의미가 불투명해졌지만, 쑨원은 11월 13일 광저우를 출발하여 17일 상하이(上海)에 도착하였으며, 21일 상하이를 떠나 23일 일본의 나가사키(長崎)를 거쳐 24일 고베에 도착하였다. 고베에서 엿새를 머문 후 30일에 고베를 떠나 12월 4일 텐진에 도착하였으며, 마침내 12월 31일 병든 몸으로 베이징에 도착하였다.



당시의 정치 상황과 아울러 쑹칭링의 인간적인 욕망이 이 작품의 주요한 실마리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녀의 사생활과 관련된 유언비어를 살펴보기로 한다. 쑹칭링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었던 것은 1927년 천여우런(陳友仁)과 결혼했다는 소문이었다. 천여우런은 국민당 좌파로서 1927년 4ㆍ12 정변 이후 쑹칭링과 정치적 입장을 함께 하여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이 해 8월 쑹칭링은 집안 식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천여우런 등과 함께 소련의 화물선편으로 몰래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모스크바로 향하였는데, 얼마 후 상하이에는 그녀가 모스크바에서 천여우런과 결혼했다는 소문이 크게 퍼졌다.

쑹칭링과 관련된 소문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있었다. 그녀가 비서와 동거한다는 소문이었는데, 그녀가 비서와 공개적으로 결혼하기를 요청하였지만 당중앙에서 그녀의 신분을 고려하여 동의하지 않은 바람에 비서와 동거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에 비해 훨씬 그럴듯한 소문은 그녀의 경호원 쑤이쉐팡(隋學芳)과의 관계였다. 이는 그가 중풍을 맞은 후 쑹칭링이 그의 두 딸 융칭(永淸)과 융제(永潔)를 자신의 곁에 두어 함께 지냈기 때문이었다. 이들 세 사람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S와 그의 두 딸, 위위(郁郁)와 전전(珍珍)의 모델이라 할 수 있으며, 전전은 8장까지의 짝수 장의 화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 소설은 핑루의 최초의 장편소설로서, 전례없는 정성을 쏟아부은 작품이다. 더욱 중요하게는 이 작품이 쑨중산과 쑹칭링 부부의 내밀한 사정을 서술함으로써 세간의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다.

-왕더웨이(王德威, David Der-wei Wang). 비교문학 전공, 문학평론가.

현재 미국 하버드대학 동아시아언어문명과 교수



핑루는 두 사람 삶 속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펼쳐내는 서사구조를 이용하여, 쑨중산과 쑹칭링이 각각 죽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 이러한 줄거리의 설계는 독자들의 읽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었다.

-양자오(楊照). 타이완의 유명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본명은 루핑(路平)이다. 1953년 6월 17일에 타이완 가오슝(高雄)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온 가족이 타이베이(臺北)로 이사했다. 타이완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아이오와대학 수리통계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미국우정공사(USPS)에서 통계분석가로 일했으며, 타이완의 가장 권위 있는 종합 일간지 ≪중국시보(中國時報)≫ 주필을 지냈다. 이후 주미 특파원으로 일하며 ≪미주시보주간(美洲時報周刊)≫ 주필을 역임했다.

타이완으로 귀국한 후 ≪중시만보(中時&#26202;報≫ 칼럼 주임을 지냈으며, 타이완대학 언론대학원(台灣大學新聞&#30740;究所)과 타이베이예술대학 예술행정관리대학원(台北藝術大學藝術管理&#30740;究所)에서 교편을 잡았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타이완과 홍콩 두 지역의 예술과 문화 교류를 목표로 홍콩에 설치된 광화문화센터에서 주임으로 일했다. 2014년 3월 전 민주진보당 주석 린이슝(林義雄), 중앙연구원 부연구원이자 법학 교수인 황궈창(黃國昌) 등과 함께 비정부단체 ‘공민조합’을 발기하여 ‘즐거운 참정’을 기치로 활동 중이다.

핑루는 1983년 <옥수수밭에서의 죽음>으로 타이완에서 발행하는 중문 일간지 ≪연합보(聯合報)≫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소설상을 수상했으며, 시보문학상(時報文學&#29518;) 최우수 극본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로 쑨원(孫文)-쑹칭링(宋慶齡) 이야기를 그린 ≪걸어서 하늘 끝까지(行道天涯)≫(1995)와 2002년 출판된 타이완 국민가수 덩리쥔(鄧麗君)의 수수께끼와 같은 죽음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그린 ≪그대 언제 다시 오려나(何日君再來)≫ 등이 있다. 단편소설집으로 ≪백세 서신(百齡箋)≫, ≪금서계시록(禁書&#21855;示錄)≫, ≪모니카의 일기(蒙&#22958;&#21345;日記)≫ 등이 있으며, 근작 장편소설로 2011년에 출판된 ≪동방의 동녘(東方之東)≫과 이듬해 9월에 출간된 ≪파사의 섬(婆娑之島)이 있다. 소설 외에도 사회·문화·인권 등을 제재로 한 평론과 문화비평 관련 칼럼을 다수 썼다. 산문집으로 ≪마음을 읽는 책(讀心之書)≫과 ≪홍콩에서의 지난날들(香港已成往事)≫ 등이 있다.

목차

역자의 말 4

사진 자료 12

걸어서 하늘 끝까지 25

인명 색인 276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