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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나무 도적 (커버이미지)
야자나무 도적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L.티멜 듀챔프, 레오노라 캐링턴, 킷 리드, 은네디 오코라포르, 엘리노어 아너슨, 켈리 에스크리지, 앙헬리카 고로디스체르, 네일로 홉킨슨, 레나 크론,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로 
  • 출판사아작 
  • 출판일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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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 세계 페미니즘 SF의 작은 박물관,
28편의 중단편을 엮은 《혁명하는 여자들》 완역판!

오늘날 SF 소설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편집팀으로서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한 앤 밴더미어와 제프 밴더미어 부부가 선정하고 구성한 뛰어난 페미니즘 SF 선집이다. 1960년대 작품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두루 포함하는 이 선집은 페미니즘 담론의 확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상상력 넘치는 풍성한 생각거리로 독자들을 이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에서 은네디 오코라포르까지
새로운 전선으로 사고를 확장하라.


이 책은 SF와 페미니즘의 연관관계를 보여 주는 대담한 사례들을 모았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나사파리 구제법>에서, 어슐러 K. 르귄, 조안나 러스, 옥타비어 버틀러로 이어지는 고전부터 은네디 오코라포르의 <야자나무 도적> 같은 풍자적인 작품까지, 이 영역의 작업들이 가지는 강렬한 집중도를 드러낸다. 캐서린 M. 밸런트와 같은 주목받는 작가들과 함께 반다나 싱, 히로미 고토 등 전 세계 작가들의 작품을 포함한 이 선집은 페미니즘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담아낸다. 이 책은 동시대 소설과 페미니즘의 두 측면에서 새로운 전선들로 사고를 확장한다. 환상적인 작품에서 미래지향적 작품으로, 신비로운 작품에서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옮겨가는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어떤 책과도 다른 페미니즘을 향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우리가 원했던 바로 그 일을 해낸다. 진부한 설정들을 찢어발기고, 젠더와 그 함의에 의문을 던지고, 풍자와 유머와 사회적 징후와 규정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분석을 동반한 의도적 무지를 이용하여 정체성을 들여다본다.”
- 마베쉬 무라드, <토르닷컴>

거의 모든 책이 편집자의 손을 거치면서도 겉으로는 흔적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편집자의 안목과 의도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집만큼은 편집자의 손길을 선명하게 내보일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선집은 ‘편집자의 책’이다. 이 책을 편집한 밴더미어 부부는 장르 문학계에 잘 알려진 스타 편집자들이다. 앤 밴더미어는 공포소설 잡지인 <기묘한 이야기들>의 편집자로 2009년에 준 전문잡지 부문에서 휴고상을 수상했으며, 출판사인 ‘버즈시티 프레스’를 세워 여러 잡지와 단행본을 출간하고 있다. 남편인 제프 밴더미어는 네뷸러상과 리슬링상, 영국판타지문학상, BSFA상, 세계판타지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이자 편집자이다. 두 사람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공동으로 선집을 편집하기 시작하여 매년 한두 권의 선집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출간한 스팀펑크 시리즈는 이 하위 장르를 새로이 조명하며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2014년에 출간한 《시간여행자 연감》은 시간여행을 다루는 작품들을 모아내며 시간여행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로이 환기시켰다. 2016년 7월에는 지금까지의 SF 역사를 개괄할 수 있는 《과학소설 빅북》이라는 1,200쪽이 넘는 선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밴더미어 부부는 장르 문학의 흐름을 정리하고 업데이트하면서 최근의 관련 논의를 반영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 책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다. 밴더미어 부부가 이런 작업을 비교적 수월하게 해내는 배경에는 기존에 꾸준하게 출간된 선집들이 쌓아놓은 성과가 있었다. 페미니즘 SF가 주요 흐름 중 하나로 자리 잡은 1970년대 이래로 미국에서는 여성작가들의 작품만을 모은 선집이 20여 권 가까이 출간됐다. 독자들의 호응을 가장 많은 받은 선집은 이 책에 참여한 작가 중 한 사람인 파멜라 사전트가 편집한 《경이로운 여성들》 시리즈일 것이다. 이 시리즈는 1975년에 처음 발간돼 독자들의 찬사를 받은 후 1976년과 1978년에 두 번째 권과 세 번째 권이 출간되었고, 1995년에 다시 두 권의 선집이 더 추가되어 1948년부터 1993년까지의 페미니즘 SF 소설의 흐름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그리고 1991년에 제정되어 젠더 문제에 대한 문학적 시야를 넓힌 SF와 판타지 소설에 수여되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이 있다. 세 권이 출간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수상집이 페미니즘 SF 소설의 흐름을 읽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편집자들은 밝히기도 했다.

이 책의 편집자들이 가장 신경을 쓴 지점은 21세기 들어 SF 소설계가 맞고 있는 페미니즘 르네상스를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었다. SF 소설계의 페미니즘 논의도 크게 보면 전반적인 여성운동의 물결과 궤를 같이 한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여성참정권 운동으로 대변되는 1차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고,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1970년대에 젠더와 성역할, 가부장제에 주목한 2차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다. 페미니즘 SF 소설의 황금기는 이 2차 페미니즘 물결과 함께 시작됐다. 1990년대에 시작된 3차 페미니즘 물결은 서구 백인 여성 중심에서 벗어나 여성들 간에 존재하는 인종적, 계급적, 개체적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남녀의 경계를 넘어 보다 다양한 성 정체성과 여성적 지위에 있는 여러 대상들과의 연대에 주목한다. 현재 SF 소설계가 맞은 페미니즘 르네상스는 넓은 의미에서 이 3차 페미니즘 물결과 흐름을 같이 한다. 21세기 들어 SF 소설계에는 여성작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요 상들을 석권하는 한편, 전에 없이 다양한 인종과 국적, 성 정체성,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여성들의 목소리가 뚜렷이 반영되고 있다.

SF 소설계의 변화는 재빠르고 논란은 격렬하다. 이처럼 안팎으로 치열한 논의를 벌이는 커뮤니티도 드물 것이다. 이런 변화와 논의들을 이끌며 여성들이 SF 소설계에서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1955년에 제정된 이래 1967년이 되도록 여성 수상자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여성경시 풍조가 심했던 휴고상을 2016년부터 여성들이 휩쓸고 있다. 네뷸러상도 마찬가지다. SF 소설계가 여성작가들에게 우호적이어서는 아니다. 2015년 휴고상 투표만 하더라도 여성작가들이 휴고상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자는 조직적인 운동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SF 소설계는 여성에 적대적이었다. 1차 페미니즘 물결로 서프러제트 운동이 일었을 때 반동이 일어난 곳이 SF 소설계였다. 아니, SF 소설이 반동의 도구로 사용됐다는 편이 더 맞겠다. 2차 페미니즘 물결과 함께 페미니즘 SF 소설이 황금기를 맞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냉혹하고 융통성 없는 여성들이 권력을 장악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여성들을 무지하고 철없는 사고뭉치로 그리며 조롱하는 여성혐오 작품들이 홍수를 이뤘다. 말하자면 SF 소설계가 페미니즘에 각성하여 공간을 열어준 것은 아니었다. 여성작가들이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하고 안팎으로 논쟁을 벌여 환경을 바꾸었을 때 비로소 변화한 것이다. 아직도 저항은 있지만, 적어도 지금의 SF 소설은 여성 인물을 고민 없이 얄팍하게 묘사했을 때 호의적이지 않은 평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 50여 년 사이에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커진 것이 사실이지만, 한때 온전히 남성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SF 소설계에 이처럼 많은 여성이 참여하여 유달리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은 우연일까? 어슐러 르 귄은 ‘SF는 현실을 다시 곱씹어보는 일종의 사고실험’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로서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여성들의 상상과 고민은 쉽게 SF 소설에 다다른다. 이것이 여성작가들이 SF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여성작가들에게서 훌륭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여성작가들이 서로 소통하며 페미니즘 논의를 발전시키고 후배 여성작가들을 발굴하며 격려해온 전통 또한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에 참여한 많은 작가가 편집자를 겸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여성작가가 선집을 기획, 편집하고, 출판사를 운영하고, 잡지와 온라인 사이트 등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도 동료 작가인 팻 머피와 케런 조이 파울러가 주도하여 제정했다.

SF 소설은 재미난 사고실험의 장이자 그 사고실험을 타인과 나눌 수 있는 매개체다. 이 책이 새로운 작가들을 자극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신해경, 번역가

저자소개

SF 작가이자 비평가, 페미니스트이자 퀴어 활동가였던 조애나 러스는 1937년 뉴욕에서 태어나 10대 때부터 SF와 공포소설을 즐겨 읽으며 장르 소설에 담긴 자유와 상상력을 흡수했다. 코넬 대학교에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제자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고 예일 대학교 드라마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워싱턴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영문학을 가르쳤다.
러스가 막 활동을 시작했던 1960년대에 SF는 소위 ‘백인 이성애자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제2의 물결 페미니즘의 태동으로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전복하고 남성이 규정한 여성성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여성들에게 기성 문학의 규범에서 벗어난 SF는 자신들의 상상력을 실험할 수 있는 새로운 영토로 여겨졌다. 러스는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1972), 《알릭스》(1976), 그녀의 가장 큰 문제작인 《여자남성》(1975) 등을 통해 젠더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어슐러 K. 르 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마지 피어시 등과 함께 1970년대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의 부흥을 이끌었다.
러스는 페미니즘과 영문학, SF, 퀴어 비평까지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서 소설만큼이나 도발적이고 문제적인 이론서들을 다수 발표했다. 〈SF 속 여성의 이미지〉(1971)에서는 미래나 우주를 무대로 한 실험적인 작품에서마저 젠더 문제에 있어서는 백인 중산층 가정의 고정관념을 답습하는 남성 SF 작가들을 비판했고, 《여성의 글쓰기를 억압하는 법》(1983)에서는 여성의 글쓰기를 무시하고 예외적으로 취급해 온 영문학의 역사를 비판했다.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1995)는 러스가 SF와 여성의 글쓰기를 주제로 쓴 대표적인 글들을 모은 비평집으로 SF 작가로서 그의 목소리가 가장 직접적이고 생생하게 드러나는 책이다.
분노는 그녀가 글을 쓰고 대중 앞에 나서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지만 말년에는 만성 피로 증후군과 심한 요통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2011년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목차

머리말 5

01 마거릿 A.의 금지된 말 / L. 티멜 듀챔프_15

02 내 플란넬 속옷 / 레오노라 캐링턴_49

03 상어섬의 어머니들 / 킷 리드_57

04 야자나무 도적 / 은네디 오코라포르_81

05 문법학자의 다섯 딸 / 엘리노어 아너슨_91

06 그리고 살로메는 춤을 추었다 / 켈리 에스크리지_113

07 완벽한 유부녀 / 앙헬리카 고로디스체르_141

08 유리병 마술 / 네일로 홉킨슨_151

09 어머니의 눈물: 네 번째 편지 / 레나 크론_177

10 나사파리 구제법 /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_185

11 나 레의 일곱 가지 상실 / 로즈 렘버그_225

12 저녁과 아침과 밤 / 옥타비아 E. 버틀러_237

13 식물의 잠 / 안네 리히터_287

14 나무에 사는 사람들 / 켈리 반힐_301

15 가슴 이야기 / 히로미 고토_345

16 무척추동물의 사랑과 성 / 팻 머피_363

17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 / 조안나 러스_385

18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 반다나 싱_405

19 늑대여자 / 수전 팰위크_431

20 애들 / 캐롤 엠쉬윌러_475

21 중간관리자를 위한 안정화 전략 / 에일린 건_505

22 북방 체스 / 타니스 리_531

23 숙모들 / 카린 티드베크_563

24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 / 어슐러 K. 르 귄_577

25 공포 / 파멜라 사전트_609

26 무로 가는 길의 우회로 / 레이첼 스워스키_635

27 시공간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 캐서린 M. 밸런트_645

28 바닷가 집 / 엘리자베스 보나뷔르_671

역자 후기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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