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상세보기

소설 부산 (커버이미지)
소설 부산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곽재식 외 지음 
  • 출판사아르띠잔 
  • 출판일2020-08-04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내용 및 특징

〈산 너머 보던 풍경〉은 부산이 고향이며 수많은 SF 소설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곽재식 작가의 작품이다. 나는 친한 친구가 같은 반 태희에게 고백하고 둘이 사귀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 한다”는 역설인가를 얘기했던 국어 교사 말만 믿고 짝사랑만 하며 애를 태웠던 자신이 얼간이 같은 짓을 했다고 후회하며 괴로운 마음에 학교 뒷산에 오른다. 마음껏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 거기에는 자경이 먼저 올라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평소 말 몇 마디 해보지 않은 친구였지만, 어쩌다 점심시간마다 그곳 뒷산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가볍게 농담을 나누며 떠들다 보면 밝고 즐거운 그 사람의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별 큰 걱정거리도 없게 되는, 그런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자경은 내가 바라보던 먼 곳 해변 쪽을 가리켰다. 어떻게 보면 내가 보던 쪽보다 더 먼 곳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짙은 구름이 거대하게 이어지는 검은 그림자를 바다 위에 드리우고 있었는데, 멀리 한쪽으로 그 구름이 끝나는 곳이 보였다. 그 먼 곳에는 구름 너머에서 내리비치는 햇빛이 보였다.”

《소설 도쿄》에서도 만났던 송재현 작가가 이번에는 <부산에서 김설아 찾기>를 통해 부산 곳곳의 풍경을 보여준다. 싸이월드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 끝에 오랜만에 자신의 미니홈피를 열어본 해란은 그곳에서 이틀 전 댓글 창에 글을 남기려던 ‘김설아’라는 이름을 확인하게 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였던 김설아가 자신의 미니홈피를 찾아 댓글을 올리려다 아무 내용도 남기지 않고 나갔던 것이다. 다른 반이 되고서도 한결같았던 우정이 대학에 가고 남자친구가 생기며 소홀해지고 결국에는 연락처조차 알 수 없게 된 사이가 되고 만다. 10년 만에 친구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다가, 부산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있는 설아를 봤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부산을 찾는다. 어느 매장인지도 모른 채 백 개쯤 되는 부산의 스타벅스 중 설아를 봤다는 친구의 일정표에 따라 남포를 시작으로 해운대역에서 마린시티를 거쳐 센텀시티 그리고 광안리까지 부산 곳곳을 헤매는 해란을 통해 작가는 부산의 여러 표정과 설렘 가득한 학창 시절 풍경을 톡톡 튀는 문체로 그려냈다.
“원래의 자기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 생긴 공간에 우리의 우정이 자라났던 건지도 모른다.”
“부르면 응답해주는 사람이 되는 건 무서운 일 아니니. 그러다가 불러주기만 기다리는 사람이 되면. 더 이상 부름을 받지 못하게 되면.”

목혜원 작가의 <포옹>은 세 남자의 무력한 인생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옛 해운대역 뒤편 산복도로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나는 영업 마지막 날, 카페 문을 일찍 닫고 들어갈 요량으로 삼 주쯤 매일같이 같은 옷을 입고 카페를 찾는 남자에게 부산을 찾은 이유를 묻는다. 그런데 그는 “광안대교에서 뛰어내리려고요”라는 뜻밖의 대답을 한다. 난감해하던 나는 “언제 뛰어내리시려고요?”라고 농담 식으로 묻는다. 하지만 그는 “오늘 밤이요”라는 더 당황스러운 대답을 내놓는다. 내가 그의 말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가끔 확 죽어버리겠다고 30년 넘게 말하던 어머니가 결국 진짜 자살했기 때문이다. 마침 그때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청년과 함께 와인 한 병을 두고 세 남자가 마주한다. 오늘 밤 자살을 하겠다는 남자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청년을 통해 소소한 마음 나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난 이미 부서졌지만 더 부서지고 싶었어요, 완전하게. 광안대교 위에 서면 완전히 부서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완전히 부서져서 바다 속으로 흩어지고 싶었어요.”
“악수 대신 그를 끌어안았다. 그도 나를 안았다. 그의 온기를 느끼며 누군가를 안아본 지가 참 오래되었구나 생각했다.”

김경희의 <불면의 집>은 세련된 고층 아파트에서 쥐 떼가 쏟아져 나오는 판타지에 휩싸여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다. 결혼 후 취미 삼아 부동산 강좌에 등록했다 본격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든 아내 덕에 수십 억대 부자가 되었지만 남자는 아내에게 끌려다니며 패배감에 사로잡힌다. ‘압구정 미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은 아내는 부동산 강좌다 재테크 수기다 돈을 불리는 데 열을 올리지만 아내 눈치만 보며 집에서 살림을 도맡아 하는 남편은 아내가 이끄는 대로 권태로운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다 광안대교가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아파트 여러 채를 매입해 한몫 챙기려는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남자는 불안에 시달리며 최고급 고층 아파트에서 쥐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불안과 허무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바로 거기, 구멍처럼 텅 비어버린 검은 동공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라는 존재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어떤 전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게 뭔지 아십니까? 잠들지 못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잠에서 깨지 못하는 겁니다.”

백이원의 〈떠나간 시간의 음〉은 58년 개띠인 아버지의 죽음으로 당신 고향인 부산을 찾은 딸의 시선으로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한 가장의 쓸쓸함을 그린 작품이다. 부산 비석마을에서 태어난 김중근은 공동묘지 터에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어 늘 방구석에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놀아야 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가수로 성공하겠다며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인천 공단에 취직하고 만다. 그곳에서도 늘 혼자였던 김중근에게 ‘고래’라는 동료가 말을 걸어와 주었다. 그 덕분에 낯선 사람과 어울리기 힘들어했던 김중근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드디어 혼자가 아닌 무리에 섞여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 노동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위장 취업했던 고래 덕분에 민주화니 노동운동이니 하는 시대의 큰 흐름에도 뛰어들게 된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전태일이 분신하고, 노동운동을 전개하고, IMF를 견디며 살아온 아버지 시대의 스산했던 삶을 그 시대를 풍미했던 가요의 노랫말과 함께 되돌아볼 수 있다.
“그건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지. 사소한 걸 보고 사소하다 하지 않고 자기가 지나쳤던 게 있으면 귀찮아도 굳이 뒤돌아 와서 들여다보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도 고유한 흔적이 남고 그것은 이어진다. 그것만으로도 관계라는 것이 완성되기도 하는 거야.”

부산에서 나서 줄곧 부산에서 작업해온 임회숙 작가의 <흔들리다>는 2대에 걸쳐 대물림되는 가난의 쓸쓸한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필리핀 엄마를 둔 동철과 유명 브랜드 아파트에 살면서 은행원인 아빠와 교사인 엄마, 거기다 공부 잘하는 형까지 둔 민석, 그리고 백수 아버지를 둔 영석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직업도 없이 집 안에만 처박혀 있다가 일용직 노동자로 꽤 규칙적으로 출근하던 영석의 아버지가 어느 날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옥상에 올라갔다가 그만 몸을 가누지 못해 떨어져 죽고 만다. 그리고 마침 아버지를 말리기 위해 건물 아래 있던 엄마는 아버지한테 깔려 식물인간이 된다. 그 장면은 누군가에 의해 동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을 떠돌고 영석은 그 후 학교에 가지 않는다. 비록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고 어묵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지만 그렇게 돈을 벌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지낼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매일 같이 자기를 찾던 동철과 민석은 언제부턴가 뜸해지고 혼자 밤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가난하고 미래조차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이웃과 친구가 있어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영석은 세상의 불행이 전해질 때마다, 자신은 덜 불행한 것 같아 안도했다.”
“깎아지른 언덕, 좁은 골목, 굽은 담벼락. 반듯한 길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동네였지만 담벼락을 넘어오는 말소리와 불빛에 마음이 편해졌다.”

김이은의 〈오월의 여행〉은 더 이상의 기대도 설렘도 없는 삶에 무언가 특별한 활력을 더하고 싶어 하는 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갤러리 큐레이터인 임지수는 32평 전세 아파트. 2,500cc 중형차. 별다른 말썽 없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딸아이. 섹스리스 말고는 별문제 없는 가족이 된 남편과의 관계. 크게 잘될 것도 그닥 못 될 것도 없는 이미 결정되어버린 어정쩡한 삶에 공허함을 느낀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제 생에서 더 이상을 원할 수는 없을 거란 상실감에 빠져 무언가 새로운 것에 빠져들고 싶다고 욕망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단 한 번 본 남자가 함께 부산으로 여행을 가자고 한다. 그녀는 고민 끝에 가장 예쁜 구두를 사 신고 남자와 함께 부산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불륜도, 누리고 있는 삶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매번 이별을 택하기로 한 임지수는 그와 1년에 딱 한 번 부산으로 이별 여행을 하기로 한다. 무언가를 잃고 사는구나, 하는 자각으로 ‘사랑’이라는 일탈을 택함으로써 일상을 견뎌내기로 한 여성의 비극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어쩐지 부산은, 해운대 바다는, 거기 서 있어도 어디론가 떠나는 심정이 되곤 한다.”
“젊음은 낭비해야 돼. 팔팔할 때 주식시장이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같은 얘길 하면 슬플 거야. 어차피 나이 들면 그것밖에 할 얘기가 없거든.”

부산은 누군가에게는 나고 자란 고향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끝을 보기 위해 달려온 너른 바다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소중한 추억 한 조각을 품을 곳이기에 서로 다른 이야기, 서로 다른 풍경이 너울댄다. 그래서 비릿한 바다 내음을 품은 북적북적한 도시가 전하는 다양한 맛과 색깔의 이야기들이 《소설 부산》에는 있다.

산비탈 좁은 골목을 돌아설 때, 비릿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시장을 걸을 때,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힘겹게 모래밭을 걸을 때도 여러분들의 마음이 수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지길 소망합니다. 그 짧은 부산 여행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겠지만 언제가 되었건 다시 돌아와 선 그 자리에서 지난날의 기쁨과 슬픔이 아련하게 남아 있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소설 부산》에서는 부산이 고향이거나 부산을 터전으로 활동하는 작가, 그저 부산과 인연이 닿아 있을 뿐인 작가 등 7인이 그려낸 각기 다른 맛과 빛깔의 부산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뿐 아니라 이제 막 작가 활동을 시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기쁨을 작가에게는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지면을 열어놓았다. 누벨바그 시리즈는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저자소개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한문학을 공부했으며,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일리자로프의 가위」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 『코끼리가 떴다』, 『어쩔까나』, 『산책』 등이 있고, 장편소설 『검은 바다의 노래』, 『11:59PM 밤의 시간』, 『열두 켤레의 여자』를 썼다.

목차

프롤로그_다양한 맛과 색깔의 부산 이야기를 만나다



산 너머 보던 풍경_곽재식

부산에서 김설아 찾기_송재현

포옹_목혜원

불면의 집_김경희

떠나간 시간의 음_백이원

흔들리다_임회숙

오월의 여행_김이은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