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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이프 (커버이미지)
원더풀 라이프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송태욱 옮김 
  • 출판사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출판일201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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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진정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출발점, 원더풀 라이프

다큐멘터리적이면서도 일상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현대인의 삶을 그려온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처녀 장편소설 『원더풀 라이프』가 출간되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첫 영화 <환상의 빛> 이후 <원더풀 라이프>부터 자신이 연출한 모든 작품들의 각본을 직접 써왔다. 그런 의미에서 <원더풀 라이프>는 고레에다의 영화 세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점에 놓이는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본격적인 자신의 영화 세계를 시작하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영화를 소설로 만들어서 발표했다. 그러므로 감독이 직접 소설화한 『원더풀 라이프』는 단순히 각본에 살을 붙인 여타 영상 소설과는 다르다. 게다가 고레에다 감독은 대학 시절까지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고레에다는 ‘영화라는 형태로 일단 부풀어 오른 <원더풀 라이프>의 모티프를 활자라는 영역으로 다시 해방시키는’ 일종의 실험으로서 소설에 도전했다고 저자의 말에서 쓰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 연출 콘셉트를 ‘당신은 내가 아니다’라는 말로 정의한다. ‘카메라가 피사체와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비로소 초점이 맞고 필름 위에 상을 맺는 것처럼’ 타자를 그리는 데 감정이입을 자제하고 관찰자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그의 연출의 기본자세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소설은 인물에 대해 무한정한 감정이입과 심리묘사가 가능한 장르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소설 『원더풀 라이프』를 쓰면서 ‘영상과 활자라는 차이를 넘어 다큐멘터리와 픽션이라는 작품을 그리는 두 가지 태도(장르가 아니라)의 차이를 몸소 실감했고 이것은 향후의 창작에 큰 도움을 준 수확이었다’고 자평한다. 이처럼 감독에게 창조적인 수확이었던 작업은 고레에다의 영화를 아끼고 <원더풀 라이프>를 보고 자신의 삶을 한번쯤 돌아본 적이 있는 관객들에게는 고레에다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글을 매개로 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 감정이입이 극대화되면서 영화의 차분한 분위기와는 또 다른 인물들의 감정의 동요가 드러나고 그에 따른 독자의 감정의 진폭도 커진다. 상담 역할을 하는 시설 직원들의 캐릭터가 영화와 달리 약간은 대립적인데 이와 같은 캐릭터 설정은 시설 안에서 이루어지는 망자들의 소중한 추억을 고른다는 행위의 의미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진다.

추억은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본 팬들에게는 메인 캐릭터라 할 수 있는 모치즈키와 시오리의 마음속 풍경을 글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카메라로만 비쳐졌던 그들의 모습보다 더 강렬한 주저, 연정, 질투, 동요가 소설 속에서는, 카메라가 보여주지 못했던 행동들과 함께, 더욱 애틋하게 묘사된다. 약혼자가 선택한 소중한 추억을 보고 나서 자신이 타인의 삶에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는 감동을 안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모치즈키에 대한 묘사와 서술은 확실히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교코에 대한 질투의 감정을 안고 방황하는 시오리의 귀여운 반항도 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들이다.
영미권에서는 일찌감치 컬트 예술 영화의 반열에 오른 <원더풀 라이프>는 그 독특한 생사관과 내세관으로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죽은 뒤 7일 동안 펼쳐지는 삶의 정리. 당신의 인생을 일주일 동안 정리해 그중 가장 소중한 추억을 안고 천국으로 간다면 당신의 선택은? <원더풀 라이프>는 이 한 가지 질문을 계속해서 우리에게 던진다. <원더풀 라이프>를 영화로 보든, 소설로 읽든 관객과 독자들은 결코 이 질문에서 헤어날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쉽게 내놓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유효한’ 질문이라는 것을 누구나가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괜찮은 삶이었다고 자부하던 와타나베가 그 질문을 앞두고 자신에 대한 환멸에 빠지다가 결국은 자신과 화해하면서 시설을 떠나는 것처럼.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망자들의 가장 소중한 추억은 너무도 소박하고 개인적인 것들이다.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차 안에서 가족들과 도시락을 먹던 기억, 자신을 예뻐하던 오빠와의 외식, 몸이 아플 때 간병해주던 여인이 끓여준 죽 한 그릇, 아내와의 데이트 중 공원 벤치에 앉아 바라보던 풍경, 차창을 통해 들어오던 산들바람의 살랑임... 이런 평범함이 사람들의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은 서로가 추억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는 모든 훌륭한 예술들이 그렇듯이 상대방에게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의 모색 속에서 어떤 삶의 의미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원더풀 라이프』는 여러모로 고레에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품이다. 한 예술가의 탄생 선언이자 진정한 독립의 선언이라는 것을 우리는 작품의 내용과 아울러 이 작품을 둘러싼 작가의 자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고통받는 외로운 이들을 위로하는 고레에다 작품 세계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소개

영화감독이자 텔레비전 연출가.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와세다 대학교 제1문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제작사 티브이맨 유니언TVMAN UNION에 입사하여 연출 일을 시작했다. 1995년 〈환상의 빛〉으로 감독 데뷔하기 전까지 교육, 복지, 재일 한국인 등 다양한 사회적 제재를 바탕으로 비판적 시각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환상의 빛〉은 1992년 당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소속해 있던 제작사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었으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시나리오 초고를 읽은 후 “빛과 그늘 묘사에 대한 고집”이 생겨 영화로 찍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아직 영화를 찍어 보지 않은 연출가, 아직 주연을 맡아 본 적 없는 신인 배우가 만나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이라 평가받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 후 영화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활동했다. 〈환상의 빛〉을 비롯한 〈원더풀 라이프〉 〈디스턴스〉 〈아무도 모른다〉 등에서 ‘죽은 자’와 ‘남겨진 자’를 그리며 상실과 슬픔의 치유 과정을 특유의 시각으로 보여주었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는 어릴 때부터 체내에 각인된 홈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자기만의 기준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밖에도 원수를 갚지 않는 무사의 이야기 〈하나〉, 인형의 눈으로 삶의 공허를 담아낸 〈공기인형〉을 찍었다. 2017년 홈드라마의 틀을 벗어나 법정 드라마 〈세 번째 살인〉을 발표했고, 이듬해인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2022년에는 〈브로커〉를 찍었다.
영화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연출 외에 자신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소설 《원더풀 라이프》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 《어느 가족》을 썼고, 에세이집 《걷는 듯 천천히》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영화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썼다. 2014년에는 티브이맨 유니언으로부터 독립하여 ‘복을 나누다’라는 뜻을 가진 제작자 집단 ‘분부쿠分福’를 설립했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0년 넘게 영화를 찍으며 만난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 경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영화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차분히 힘 빼고 전하는 책이다.

목차

작가의 말



월요일 ― Reception / 환영

화요일 ― Remembering / 상기

수요일 ― Regret / 후회

목요일 ― Relationship / 관계

금요일 ― Responsibility / 책임

토요일 ― Requiem / 장송

일요일 ― Resolution / 결단

월요일 ― Refrain / 반복



옮긴이의 말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