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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감정 (커버이미지)
연애 감정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원재훈 지음 
  • 출판사박하 
  • 출판일2016-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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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을 말이다.
이 소설은 연인의 그 눈빛 같은 소설이다.”

작가 원재훈이 써 내려간 생에 가장 찬란했던 사랑의 기억, 청춘의 속살 이야기.


이제는 작가 원재훈을 시인이라고만 일컫기가 무색하다. 소설은 물론 인물론에서부터 번역, 영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대한 저서를 펴냈기 때문이다. 《연애 감정》은 아버지를 위한 레퀴엠인 《망치》를 낸 뒤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비단 한 인간의 연애사만을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1980년대에 사랑을 나누었던 이들에게 바치는 청춘의 오마주이다. 작가는 ‘삶을 비극이라 여기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을 시작한다.’라는 예이츠의 글귀처럼 생이 저무는 시점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동물 생태학자 ‘서문’은 감정이 메말라버린 듯한 중년의 일상이 초조하다. 내일에 대한 기대와 살아야겠다는 의지조차 불분명한 매일 속에 자신이 찍어놓은 발자국조차 도둑 발자국으로 오인하고 만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인생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된 서문에게 희미해진 기억 속의 인물 ‘황보나영’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는 기억들을 더듬으며 서문은 청춘의 강가에 찍어놓은 발자국 흔적을 찾아 나선다. 사라진 줄 알았던 ‘연애 감정’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잉걸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지난 시절, 은은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모두의 가슴을 적셨던 《레테의 연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같은 정통 연애 소설의 계보를 잇는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

사랑은 기억을 남기지만 기억은 그 사랑을 잊으라 한다
얼마나 많은 청춘의 바다를 항해해야 우리는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은 천태만상이다. 그러나 ‘연애 감정’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누구라도 청춘의 한 페이지를 들추어볼 것이다. 이것은 그 ‘청춘의 조각들로 만든 모자이크 소설’이자, 일모도원(日暮途遠)의 때에 ‘메마른 시간을 태워 아교처럼 풀을 쑤어’ 만든 이야기이다.
198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이라면 그 시절의 연애를 떠올리며 ‘땀과 눈물의 시간’을 함께 복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월의 광주’로 집약되는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어김없이 사랑은 피어났다. 여학생이 남자 선배를 부를 때 ‘형’이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러웠던 시절, 황보나영은 화자인 서문을 ‘오빠’라 부르는 속 깊은 여학생이다. 일찍이 노동 현장에 뛰어든 김종혁과 등단한 시인 남궁민은 노상 다투면서도 술집 ‘풍뎅이’에서 문학과 예술을 논한다.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때묻지 않은 고민을 하며,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던’(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때였다. 첫사랑인 연상의 여인 원소미와 함께 간 미미 다방은 담배인지 대마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연기로 자욱하다. 턴테이블에 돌아가는 이정선의 ‘섬소년’과 김정미의 ‘봄’은 사랑의 열정을 부채질한다. 타자기로 백지에 자모를 하나씩 찍어내듯 서툰 모양새로 사랑을 아로새기던 시절, 그래서 더 오래 잊히지 않는 그때의 연애 감정을 서문은 초로의 나이에 하나씩 되짚어 간다.

현실과 환상, 생과 사가 뒤엉킨 세계를 마술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원숙한 필치!
시간의 마모 속에서도 생의 본질은 결국 사랑이다


작가는 연애 감정을 청춘의 바다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에 비유한다. 서문이 출가한 첫사랑을 찾아간 곳도, 후배인 황보나영과 사랑의 꽃을 피운 곳도, 한순간에 타오른 열정으로 아내를 만난 곳도 모두 ‘어청도’라는 섬이다. 육지의 끝, 바다의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섬은 고립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사방으로 열려 있는 기억의 공간을 상징한다. 섬은 언제나 그곳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육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마치 결코 잊지 못하면서도 선뜻 마주하기는 어려운 연애의 기억처럼 말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솜씨 좋게 넘나들며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엉키는 세계를 마술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삶의 본질적인 요소는 오직 사랑이라고 역설한다.
중년의 시기에 돌아보는 사랑은 실보다 실밥이 많다. 뜯긴 자리마다 슬픔이고, 시간이 지나도 고통이 덜어지지 않는 상처 자국이다. 한 통의 전화를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애의 기억들은 거울처럼 우리의 옛 사랑의 기억을 비춘다. 소설의 말미에 나영은 미당 서정주의 시를 인용해 서문에게 묻는다.

붉은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푸른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푸른 숨이 돌아오는 그런 세상을
이제 우리는 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끝에 있는 것은 결국,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서 있건 간에, ‘지금부터는 사랑을 위한 여생’이라는 다짐일 것이다. 작가는 《연애 감정》을 통해 스스로의 발자국을 되짚어간 사람들만이 진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저자소개

시인, 소설가. 1988년 가을 《세계의 문학》에 시 「공룡시대」, 2012년 여름 《작가세계》에 중편소설 「망치」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시집 『낙타의 사랑』 『그리운 102』 『사랑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라 하네』 『딸기』, 소설 『만남』 『모닝커피』 『바다와 커피』 『미트라』 『망치』 『연애감정』 『드라큘라맨』,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산문집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꿈길까지도 함께 가는 가족』 『내 인생의 밥상』 『소주 한잔』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여행』 『네가 헛되이 보내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착한 책』 『나는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고독의 힘』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Restart! 다시 쓰는 글쓰기』 『사진보다 낫잖아』 외에 동화, 번역서 등을 펴냈다. 『시의 쓸모』는 그동안 글을 쓰면서 이슬방울처럼 떨어진 작가의 마음을 담은 책이다. 시와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창작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작은 결과물이다. 이제 등단 33년이 되는 작가의 스스로를 향한 작은 목소리가 상처받은 독자를 위한 울림이 있기를.

목차

프롤로그



1 왼쪽 엄지발가락

2 오빠

3 가위눌림

4 추억은 흉터를 남기지 않는 상처

5 연애 감정

6 타자기 소녀

7 시리우스

8 수분리에 살고 있는 허봉니 씨와 지금도 수분리에 살고 있는 허봉니 씨

9 마트료시카 만들기

10 술집 안티 카메라

11 약속

12 내려가라, 그 길이 올라가는 길이다

13 솔베이지의 노래

14 붉은 부리 찌르레기

15 바다와 별과 바람과 시와 섬, 그리고 새

16 새는 사람처럼 걷는다

17 개와 늑대의 시간

18 고래자리의 오메가성

19 산에서 온 편지

20 거울 속에 있는 낯선 남자

21 거울 뉴런

22 오래된 사랑은 새처럼 걷는다

23 한 마디도 그 뜻을 알 수는 없다

24 섬이 움직인다

25 보이지 않았던 사랑의 섬, 무인도

26 이삿짐 정리

27 클래식 메리 제인

28 사랑을 위한 여생



에필로그

작가의 말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