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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김지영
- 출판사아이웰콘텐츠
- 출판일2013-11-24
- 등록일2014-10-08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3 M
- 지원기기
PCPHONETABLET 프로그램 수동설치전자책 프로그램 수동설치 안내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책소개
걸 그룹의 노래는 철저하게 음악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 군으로 떠오르고 있던 10대 소녀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음악은 단순하고 순수했으며 발랄했다. 브릴 빌딩의 유능한 작곡가들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멜로디를 만들어 주었고 필 스펙터는 탁월한 프로듀싱으로 생기발랄함을 불어 넣어 주었다.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는 리드 보컬과 쉽고 경쾌한 백 보컬은 10대 소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걸 그룹은 그 이름과 달리 여성을 위한 음악도, 여성에 의한 음악도 아니었다. 단지 여성이기에 그룹을 만들고 노래를 할 수 있었을 뿐, 대부분 남성인 작곡가와 프로듀서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노랫말 도 소녀로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담아내기보다 멋진 소년에 대한 찬사와 설렘을 늘어놓는 게 고작이었다. 스스로 곡을 만들려는 생각도 없었지만, 그럴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걸 그룹과 그 음악은 모든 것이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예쁘장한 상품에 불과했다. 브릴 빌딩과 필 스펙트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걸 그룹들도 몰락할 수 밖에 없었다.
“1964년 2월 9일. 영국 밴드 비틀즈가 <에드 설리반 쇼>에 출연한다는 기사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 신문 속 사진에는 마치 가발을 뒤집어 쓴 것 같은 4명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나는 호기심 반 심심풀이 반으로 기숙사 휴게실 TV로 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기로 했다. 그 때 휴게실에는 40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잠시 후 비틀즈가 를 부르자 우리는 감전이라도 된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그래, 이거야!”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록 평론가 그레일 마커스는 비틀즈(Beatles)가 미국에 첫 선을 보이던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레일 마커스의 회상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그 날 <에드 설리반 쇼>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틀즈라는 이름을 공유한 네 명의 더벅머리 영국 청년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에게 넋을 빼앗겼다. 그 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며칠 뒤 비틀즈가 두 번째로 <에드 설리반 쇼>에 출연했을 때, 뉴욕의 시청률은 72%로 역사상 최고 기록을 찍었다. 펜실베이니아 역에서는 워싱턴 D.C에서 돌아오는 비틀즈를 보기 위해 몰려든 2000명의 소녀들이 경찰 저지선을 무너뜨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록 밴드로는 최초였던 비틀즈의 카네기홀 공연에는 록펠러 여사, 로렌 바콜 등 저명 인사들이 앞다투어 자리를 메웠다. 비틀즈의 음반은 3주 만에 250만장이 팔려 나갔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비틀즈가 영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3월에는 존 레논의 첫 에세이집 [In His Own Write]가 베스트셀러가 됐고 4월 4일에는 비틀즈의 노래들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부터 5위까지를 휩쓸었다. 빌보드가 음악 차트를 만든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음반의 60%가 비틀즈라는 경이적인 기록도 나왔다. 7월 비틀즈의 첫 영화 가 사운드트랙 앨범과 함께 공개되자 흥분한 소녀 팬들이 스크린으로 달려 들어 영화 상영이 중단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