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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커버이미지)
    [사회]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24-02-19

    “우리가 어느 쪽에 투표하는지에 삶과 죽음이 달렸다.”*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된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2015년에 출간된 《위험한 정치인》의 개정판입니다.“보수가 집권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다.”한 세기에 걸친 폭력적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다수십 년간 폭력 문제를 연구해 온 정신의학자가 어느 날 통계를 분석하다 기묘한 수수께끼에 부딪혔다. 그가 분석한 자료는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였다. 한 세기 동안 일관되게 자살률과 살인율이 동시에 높이 솟구쳤다가 동시에 급격하게 떨어졌던 것이다. 대체 왜 자살률과 살인율이 같이 움직이는 걸까? 슬프거나 ‘미쳐서’ 자살하는 사람과 범죄적 동기로 남을 해치는 살인자가 어째서 동시에 확 늘었다가 확 줄어드는 걸까?이 수수께끼에 도전한 사람은 바로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이다. 그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눈에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었던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보수 정당, 즉 공화당 출신이 대통령이 될 때마다 온 나라가 자살과 살인이라는 ‘치명적 전염성 폭력’으로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0년간 미국의 인구 변화와 실업, 불황, 불평등 같은 경제적 · 사회적 변수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각종 통계와 기존 연구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집권 정당과 자살률 · 살인율 사이에 명백한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정치인들보다 더 위험한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거나 좋은 일을 전혀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그들이 추구하는 정책이 죽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사람들은 왜 자신을 불평등과 폭력이 늘어나는 세상으로 몰아가는 보수 정당에 자꾸만 표를 던지는 것일까? 어째서 그 정당과 그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은 불평등과 폭력을 키우는 정책을 계속해서 추구하는 것일까? 무엇이 유권자의 99퍼센트가 전체 인구의 1퍼센트에게 나라 전체 재산의 40퍼센트 이상을 몰아주게 만드는가? 이 책은 이런 의문에 하나씩 차근차근 답한다.저자는 시종일관 치밀하고 냉정한 논리로 정치와 죽음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자살과 살인이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책임져야 할 문제임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날카롭고 신랄하며 때로 위트 넘치는 문장은 책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진정으로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국가를 바라는 모든 시민, 유권자, 그리고 정치가들을 위한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폭력의 원인을 연구하던 정신의학자, 충격적 진실을 발견하다보수 정당인 공화당이 집권할 때는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이 증가하고, 진보 정당인 민주당이 집권할 때는 감소한다. 1900년부터 2007년까지 107년 동안 미국 정부가 발표한 통계 자료를 토대로 증명된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의 탓이라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컸으며, 전쟁과 공황 같은 역사적 격변이나 대통령 개인의 성향 차이를 비롯한 다른 변수를 뛰어넘을 만큼 강력한 일관성을 보였다.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정책에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이 충격적인 발견을 내놓은 사람은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이다. 40년 이상 폭력의 원인과 예방을 연구해 온 폭력 문제 전문가인 그는 통계 자료를 분석하다가 우연히 이 사실을 발견하고 두 눈을 의심했다. 혹시 자신의 발견이 왜곡된 것은 아닌지 검증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 통계를 비롯해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검토하고, 조사 대상 시기를 세밀하게 쪼개보거나 여러 가지 계산 방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또 하나 놀라운 발견은 자살률과 살인율이 동시에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쪽을 끌어올리는 어떤 원인이 다른 쪽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한다. 일반적 통념으로 보면 살인과 자살은 서로 상관없는 사건이다. 살인은 나쁜 범죄자가 저지르는 일이고, 자살은 슬프거나 ‘미친’ 사람이 저지르는 일이니 함께 오르내릴 이유가 없다. 그러나 통계 수치는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다. 살인과 자살은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동일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동시에 움직이는 사회 현상임이 명백히 드러난다.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살인과 자살을 근본적으로 같은 종류의 폭력으로 보고, 저자는 살인과 자살을 하나로 묶어 ‘폭력 치사’라고 부른다.자살을 개개인의 정신 질환으로 보고 살인을 마찬가지로 개개인의 윤리적 결함으로 보는 것은 이 두 가지가 부분적으로는 사회・경제・정치적 압력으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정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도외시하는 태도다. 유전이라든지 인생 경험이라든지 개인의 성격 구조 같은 허다한 개인적 변수가 개인이 자살이나 살인을 저지르는 경향을 높이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폭력 치사가 전염병 수준으로 일어나는 것은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사회 환경에서 생겨난 변화 탓이다. ― 3장 보수는 경제에 강하고, 진보는 경제에 약한가?(120쪽)통계 수치가 보여주는 상관관계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파헤치고자 저자는 정치․경제․사회적 분석에 뛰어든다.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개인적 삶에서 정신적 고통이나 장애의 원인을 찾아내는 의사로 살아온 자신이 이런 분석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저자는 고백한다.나는 의사지 경제학자나 정치학자가 아니다. 나의 관심사와 내가 훈련받고 경험한 분야는 삶과 죽음의 문제였지 불황과 선거 문제가 아니었다. …… 폭력으로 인한 죽음의 원인과 예방을 연구하다가 뜻밖에 특정한 정치・경제 현상이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그런 행동을 예방하거나 치유하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누구나 그랬을 테지만 깜짝 놀랐다. ― 7장 정치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219쪽)의학은 원래 가치 판단을 하는 학문이 아니다. 그러나 딱 하나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의학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인간 생명이라는 가치, 혹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야 할 때다.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은 정치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생명을 말하는 책이고, 죽음을 부르는 정치에 대한 예리한 고발이자 생명을 구하는 정치를 찾아 나서는 절실한 호소문이다.보수는 경제에 강하고, 진보는 경제에 약한가?자살률과 살인율의 증감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실업이다.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살인율과 자살률이 높아지며, 실업과 연관된 경제 변수인 빈곤, 불평등, 불황 또한 폭력 치사 발생률과 정비례한다.문제는 공화당 집권기에 민주당 집권기보다 실업, 빈곤, 불평등, 불황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공화당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민주당은 과도한 규제와 복지 정책 탓에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는 소질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이러한 통념과는 정반대다. 공화당 집권기에는 민주당 집권기보다 실업률이 더 높았고, 불황이 더 자주, 심하게, 오래 지속됐으며, 1인당 국민총생산(GNP) 역시 덜 성장했다.불평등을 줄이려는 정책이 경제를 번영시킨다두 정당의 경제 성적표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차이는 정당의 경제 정책이 저마다 다르다는 데서 비롯한다. 공화당은 최상류층에게 부를 몰아주는 정책을 펼치고,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 상위 1퍼센트에게 부를 몰아준다면 나머지 99퍼센트는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화당 정부 때는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부유층의 소득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고, 민주당 정부 때 나타난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의 소득 증가율과 비교해도 크게 낮았다. ‘광란의 20년대’에 공화당이 이루어놓은 부의 양극화를 뒤집은 것은 1933년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 뉴딜 합의였다. 이것은 어려운 사람에게 처음으로 지급된 소득 보조금(사회 보장비, 실업 수당 등), 실업 감소, ‘최저 임금’과 병행하여 최고 소득세를 90퍼센트까지 끌어올려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은 사실상의 ‘최고 임금’ 제도 도입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런 제도들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은 일부 경제사학자들이 소득과 재산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데서 ‘대압착(Great Compression)’이라고 부르는 결과를 낳았다. 대략 1940년부터 1970년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가장 번영했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가장 평등하고 가장 비폭력적인 …… 시대를 누렸다. ― 3장 보수는 경제에 강하고, 진보는 경제에 약한가?(96~97쪽)하지만 1969년에 공화당이 정권을 되찾으면서 평등의 시대가 끝나고, 1980년대의 레이건 시대에 와서는 불평등이 192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1990년대에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평등이 심화하는 속도는 전임 공화당 대통령들 때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클린턴이 실업을 줄이고 최고 소득세, 근로 장려세(직업이 있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돈을 주는 마이너스 소득세), 평균 임금, 최저 임금을 끌어올림으로써 국민 전체의 재산과 소득 중 일부를 부유한 자에게서 가난한 자에게로 재분배하는 효과를 낳는 정책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덕분이었다.왜 99퍼센트의 못 가진 사람들이 1퍼센트를 위한 정당에 표를 줄까?이처럼 살인과 자살을 늘릴 뿐 아니라 경제 성적표도 신통찮은 정당이 공화당이다. 그런데도 미국 국민은 도대체 왜 공화당에 표를 던지는 것일까? 저자는 불평등과 폭력을 키우는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공화당이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모순된 구조를 밝혀낸다. 불평등은 폭력 범죄를 늘린다. 범죄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면 미국인은 인권과 복지를 중시하는 진보적 정책을 비난하고 보수 성향의 후보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다. 범죄자를 단호하게 응징하는 정책에 동의하고, 범죄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에게 복지 혜택을 ‘거저 주는’ 데 거부감을 품게 되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중상류층과 중하류층이 최하류층을 미워하게 만드는 ‘분할 정복’ 전략을 발판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폭력 범죄의 주된 희생자는 못사는 사람이므로, 폭력 범죄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잘사는 사람은 어차피 경비원이 지키는 공동 거주 구역 안에서 살거나 비싼 돈을 주고 사설 경비업체를 고용하므로 별로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 범죄율과 폭력 발생률이 높아질수록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서로를 증오하도록 농락당하며 자기 주머니를 진짜 털어 가는 사람은 자신들 가운데 있는 비교적 소수인 무장 강도가 아니라 더 소수인 아주 잘사는 사람들과 그들을 대변하면서 돈을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손에서 최상류층의 손으로 옮기는 공화당 정치인임을 깨닫기 어려워진다. ― 3장 보수는 경제에 강하고, 진보는 경제에 약한가?(103~104쪽)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전략을 이렇게 규정한다. “공화당은 범죄자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공화당은 인종 문제로 분열될 때만 이긴다. …… 낙태나 동성애 같은 인종 아닌 문제로 이기려 들면 번번이 진다. 공화당이 범죄를 물고 늘어지는 건 그래서다. …… 그러면 이긴다. 공화당은 그걸 안다.” ― 3장 보수는 경제에 강하고, 진보는 경제에 약한가?(105~106쪽)분할 정복의 열쇠는 높은 범죄율분할 정복에는 높은 범죄율이 도움을 준다. 공화당은 범죄자를 단호하게 다스리는 정책을 내세우지만, 그런 정책은 실제로 오히려 범죄를 부추긴다. 공화당 출신의 닉슨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197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수감률은 무려 7배나 늘어났다. 엄격한 마약 단속, 청소년을 성인 교도소로 이송하는 정책, 아동 체벌 합법화, 개인의 총기 소유 합법화를 비롯한 공화당의 정책이 폭력을 부채질한다는 연구 결과를 저자는 하나하나 짚어준다.예를 들어 아동을 심하게 처벌하면 아동의 폭력 성향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숱하게 나와 있지만, 공화당 정권은 아동 체벌 합법화를 계속 추진하며 공화당 의원과 지지자들은 이런 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 1984년부터 1994년 사이에 14~17세 미국 청소년의 살인율과 살인 희생률이 3배로 뛰었는데, 대부분 권총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개인의 총기 소유가 법으로 금지되는 것은 요원하다. 공화당은 권총 규제에 반대하는 핵심 로비 집단인 미국총기협회를 지지하고 미국총기협회는 공화당을 후원한다.그래서 공화당은 실제로는 범죄율을 증가시키면서도 겉으로는 범죄를 엄격하게 처단해서 범죄율을 끌어내리고 싶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범죄 대처에 미온적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만약 범죄율이 높지 않다면 공화당은 범죄를 강력히 응징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표를 휩쓰는 전략을 잃어버릴 것이다.수치심이 사람을 죽인다폭력을 이해하려면 사회적 원인과 더불어 폭력을 저지르는 개인의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 희생자가 자신이든 타인이든 결국 폭력을 휘두르는 주역은 개인이므로, 무엇이 개인을 폭력으로 이끄는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폭력을 이해하지도 설명하지도 못한다.저자는 폭력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으로 수치심을 지목한다. 사람들은 수치심 때문에 참을 수 없이 괴로울 때 자기 안에 있는 수치심을 남한테 떠넘겨 수치심에서 벗어나려고, 혹은 수치심을 느끼는 고통을 처음부터 피하려고 남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사람들이 남을 해치는 것은 더 약한 사람, 그래서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 남임을 증명하려는 심리 때문이다.한편 수치심은 살인뿐 아니라 자살도 유발한다. 남을 해침으로써 수치심을 해소하려는 충동에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공격성의 화살을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겨누기도 한다. 수치심이 자극하는 타인에 대한 폭력적 충동은 때로 자기 자신에게라도 터뜨려야 겨우 남에게 향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살인과 자살은 둘 다 수치심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치심을 많이 느끼는 사회에서는 살인율과 자살률이 동시에 올라간다.사람들은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운 수치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 자살의 전모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죄의식이라는 또 다른 감정도 고려해야 한다. 죄의식은 자신을 꾸짖는 감정이다. …… 수치심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하며 이런 행동은 어떤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살인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죄의식의 심리적 기능은 수치심이 자극하는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저지하는 것(곧 막는 것)이다. 그런데 수치심이 자극하는 타인에 대한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충동은 때로 자기 자신에게라도 터뜨려야 겨우 타인에게 화살이 향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 4장 수치심이 사람을 죽인다(127~128쪽)수치심은 우파 정치의 핵심 정서다수치심의 윤리는 우월한 사람은 명예를 만끽하고 열등한 사람은 수치심을 느끼는 위계화한 사회 체제를, 죄의식의 윤리는 아무도 남들에게 우월감을 못 느끼고 열등한 존재로 여겨지는 굴욕을 맛보지 않도록 평등주의를 옹호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기독교 사상, 심리학과 인류학에서 두 갈래의 가치 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 정치에서 수치심은 우파 정치의 핵심 정서이고 죄의식은 좌파 정치의 핵심 정서다. 현대 미국의 우파 정당 공화당과 좌파 정당 민주당에서도 두 가지 윤리의 차이는 고스란히 드러난다.이렇게 판이한 태도의 정치적 실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내세운 대조적 기치에서 볼 수 있다. 루스벨트는 말했다. “진보의 성패는 많이 가진 사람의 풍요에 우리가 더 얹어주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너무 적게 가진 사람에게 우리가 충분히 베풀어주는가 여부에 달렸다.” 반면에 레이건은 (공화당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미국을 보고 싶어 하는 당이다.” 루스벨트는 …… 실제로 경제 정책과 정치 활동을 통해 그런 목표를 이루었다. 레이건은 아직도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강자(상대적으로 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비교 대상이 없으면 무의미한 개념)를 챙겼고 불평등을 늘리는 쪽을 옹호했다고 볼 수 있다.(부자 감세, 빈민에 대한 복지 혜택 축소, 기업 규제 축소, 노조 억제 같은 경제 정책과 정치 활동을 통해서 바로 그런 목표를 이루었다.) ― 4장 수치심이 사람을 죽인다(133~134쪽)보수 정당 지지자 대 진보 정당 지지자2000년 11월 7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는 미국의 43대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격전을 벌였다. 다음 날 아침, 미국인은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놀라운 지도를 보았다. 나라가 정치적으로 ‘적색 주’와 ‘청색 주’로 갈린 것이다. 적색 주들은 부시를 찍었고 청색 주들은 고어를 찍었다.이것은 단순히 정치적 대립이 아니라 더 폭력적인 문화와 덜 폭력적인 문화의 대립이기도 했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공화당이 지배하는 시대와 마찬가지로 폭력이 늘어나고, 민주당이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지배하는 시대와 마찬가지로 폭력이 줄어든다. 2004년에 적색 주의 폭력 치사 발생률은 10만 명당 19.6명으로 나타났고 청색 주에서는 14.2명으로 나타났다. 적색 주에서는 청색 주에 비해 사형과 수감 비율도 월등히 높다. 1976년에서 2009년 사이에 적색 주에서는 1,177명이 사형당한 반면 청색 주에서 사형당한 사람은 54명이었다.적색 주의 대부분은 미국 남부와 서부 지역이다. 남부와 서부에는 인종 차별,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결투와 린치 같은 관습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이러한 폭력적 문화의 바탕에 바로 수치심의 윤리가 뿌리내리고 있다.미국 남부 같은 사회는 좀 더 ‘극단적인’ 수치 문화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 …… 예나 지금이나 수치심과 폭력 행동을 낳는 데 크게 이바지하는 관행들을 지켜 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 사회 계층의 강화다. 노예제는 이런 사회 계층화의 극단적 모습이었으며 인종 계층화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높은 수감률과 선거권 박탈 같은 수단을 통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같은 국민 안의 일부 집단을 신분 위계 안에서 더 낮은 자리로 끌어내리는 것은 그들에게 수치심과 굴욕감을 안기는 일이다. …… 그렇게 하면 남부에서 볼 수 있듯 폭력의 정도가 더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 6장 보수 정당 지지자와 진보 정당 지지자(168쪽)적색 주와 청색 주의 차이는 수치심의 윤리와 죄의식의 윤리의 차이와 비슷하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 차이와도 비슷하다. 적색 주처럼 수치심의 윤리가 지배하는 문화에서는 수치심에 휘둘리는 인격이 자라나고, 수치심에 휘둘리는 인격은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열등함의 조건들을 만들어내는 정책을 내놓는 공화당 행정부를 재생산한다. 적색 주와 청색 주의 사례는 지지 정당, 문화, 인격이라는 세 가지 변수의 밀접한 연관성을 또렷하게 보여준다.내 가족의 생명이 나의 한 표에 달렸다《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은 다른 정치인들보다 더 해로운 정치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이 죽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대통령 개인의 인격보다 사회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이러한 사실을 알았을 때 유권자들의 투표 기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개인이 아니라 사실은 그가 속한 정당을 찍는 것임을, 좋든 싫든 그 정당과 결부된 모든 이념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것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사실 선거 운동의 틀을 두 후보의 순전히 개인적인 대결로 몰아가려는 목적 중 하나는 두 당의 실제 정책 차이가 무엇인지에 유권자가 주목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데 있다. 그래야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성취했고 어떤 추문과 결부되었는지를 놓고 개인들에게 논쟁이 집중되고, 두 정당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두 정당이 정치와 경제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지에는 집중되지 않기 때문이다. ― 7장 정치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217쪽)한편 폭력 행동이 일어난 다음에 치료 또는 징역과 같은 사후 처방전을 제공하는 것보다, 폭력을 유발하는 사회·경제적 위험 요인과 폭력을 예방하는 보호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중요하다는 것 또한 이 책이 전해주는 소중한 교훈이다.19세기에 우리는 청결한 식수 공급과 하수 체계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의사, 약, 병원보다 죽음을 예방하는 데 훨씬 효과적임을 깨달았다. 20세기에 우리는 식중독에 걸리고 나서 치료하는 것보다 식품이 오염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 훨씬 싸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배웠다.같은 맥락에서 21세기에 우리는 자살, 살인이라는 전염병을 막고 다스리려면 그런 전염병과 직접적으로 결부된 불평등, 치욕, 절망이라는 병인을 줄여서 청결한 정치·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그런 위험 요인에 이미 노출된 사람들을 치료하거나 처벌하는 데 우리의 한정된 자원을 쏟아붓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배울 필요가 있다. ― 7장 정치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222~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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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치미디어
    • 2024-02-19

    1,825일, 1,195개의 국가 행사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인 의전 비하인드 스토리문재인 정부 의전비서관이었던 탁현민 전 비서관의 회고록이다. 국가 기념식과 해외 순방, 남북 행사 등 1,825일 동안 대중에게 감동을 준 행사 1,195개를 기획한 저자는, 각종 흥미로운 뒷이야기와 대통령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이 책을 통해 풀어낸다.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던 비서관이 정부의 여러 행사를 되돌아보는 책이니만큼 대통령직에 대한 의미는 물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기획자의 각종 노하우도 살펴볼 수 있다.“지금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문재인 대통령의 1,825일,탁현민이 전하는 5년의 순간들문재인 정부 시절 1,195개에 달하는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를 기획했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지난 5년을 돌아본 회고록으로 독자를 찾아왔다. 홍범도 장군 귀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등 대중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던 정부 의전은 물론, G7 정상회의, 대통령과 BTS의 유엔총회 연설 같은 대한민국의 가장 눈부셨던 순간의 한편에는 어김없이 기획자 탁현민이 있었다. 이 책에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순간에 대한 뒷이야기와 함께, 청와대와 대통령에 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저자는 국가와 정부, 대통령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와 같은 외신은 저자 탁현민에 대해 “정치는 정책만큼이나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것이다……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외 이미지를 모든 측면에서 관리했다. 대통령이 사진이 찍힐 만한 순간마다 문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메시지에 부합하도록 하나하나 신경을 썼다(Politics is as much about presentation as policy…… Mr Tak controlled every aspect of Mr Moon’s public persona, ensuring every photo-op sent the right message and that his words and actions always met the moment)”고 평가하기도 했다. 책 제목 ‘미스터 프레지던트’는 작곡가 김형석 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헌정한 곡 이름에서 따왔다. 헌정곡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는 미국의 〈헤일 투 더 치프Hail to the Chief〉, 영국의 〈갓 세이브 더 킹God Save the King〉과 같은 의전곡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모든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에 쓰인 작품이다. 권력의 시대를 넘어 국가와 대통령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5년을 상징하는 곡이기도 하다. 〈미스터 프레지던트〉의 악보는 이 책의 속표지로도 활용됐다.“대통령의 일정이 곧 대통령의 철학이고, 국가가 무엇을 기념하는지가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준다”이 책에서 저자는 “지난 5년간 수행했던 모든 일은 정치의 범주 안에 있었다. 좋은 정치란 진실과 진심을 담아 국민에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5년은 결국 저자가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대통령의 철학과 생각을 어떤 이야기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이 책의 1부와 2부에는 이를 위해 노력했던 대통령 일정과 행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1부 〈1825일, 1195개의 대통령 일정〉에서는 ‘밀리터리 덕후’였던 대통령이 전투기에 탑승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임명식, 임기를 마칠 무렵 대통령이 손석희 전 JTBC 대표와 진행했던 대담의 뒷이야기,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다섯 곳의 사관학교 졸업식을 모두 방문하게 된 대통령 이야기 등을 살펴볼 수 있다. 2부 〈대한민국 국가 기념식〉에는 홍범도 장군 귀환, 5·18 기념식, 현충일 추념식 등 대중에 깊은 감동을 주었던 국가 기념식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겼다. 국가 행사에서 무엇을 기념하고, 무엇을 추념할 것인가, 매년 반복되는 같은 의미의 행사에 어떤 새로운 형식과 이야기를 담아낼 것인가. 저자는 국가 기념식의 첫 번째 과제가 ‘그날’의 의미를 잊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그날에 담긴 이야기가 무엇인지 찾아서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야기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수록 그날의 의미는 잊히지 않고 기억되며 살아 숨 쉬게 된다. 2부를 통해 독자는 우리가 지난 역사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기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물론, 대통령직의 존재 의미도 되돌아볼 수 있다. 평화의 순간, 그리고 문화의 힘이 책의 3부 〈평화, 먼 길 간다〉에서는 평화의 문턱까지 갔던 남북 관계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남측으로 내려온 북측 인사의 역사적인 청와대 방문부터 10년 만에 이루어진 남측의 평양 방문 공연이었던 〈봄이 온다〉의 연출 과정, 두 정상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 환송까지 모든 순간이 역사였던 판문점 회담, 그리고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 공연 〈먼 길〉까지 각 에피소드가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특히 〈15초 암전〉 에피소드에서는 고요와 침묵의 순간을 평화에 투영한 저자의 놀라운 연출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4부 〈대통령 순방 수행기〉에서는 높은 문화의 힘을 전 세계에 알렸던 해외 순방과 대중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정상회담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어진다. 특히 2021년 유엔총회는 저자가 꼽은 문재인 정부 외교 일정 중 최고의 순간으로, 한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표해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한국 아티스트가 유엔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와 메시지를 발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높은 문화와 외교의 힘을 보여준 에피소드다. 아울러 〈브랜드K 론칭 쇼〉, 〈아세안 푸드 스트리트〉 같은 에피소드에서는 저자의 탁월한 기획력을 살펴볼 수 있다.품격과 스토리가 담긴행사 기획이란 무엇인가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정치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각종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를 연출해온 ‘공연 기획자’ 탁현민. 그는 기획과 연출에 있어 행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품격과 스토리, 그리고 진정성이 있는 행사를 만들어 내는 것, 《미스터 프레지던트》는 이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노하우가 생생하게 녹아있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기록이자, 나아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기획자들을 위한 실무적인 조언이 담긴 ‘S급’ 족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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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명이 있는 나라 - 미래를 위한 세 가지 키워드 : 녹색전환, 혁신국가, 평생배당 (커버이미지)
    [사회]사명이 있는 나라 - 미래를 위한 세 가지 키워드 : 녹색전환, 혁신국가, 평생배당
    •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2024-02-19

    아폴로 프로젝트: 사명감을 지닌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냉전이 한창이던 1962년 9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주 휴스턴의 라이스대학에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중요한 연설을 한다.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아폴로 프로젝트라고 명명한 최초의 인간 달 착륙 계획이었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사명감을 지닌 정부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세계에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례였다. 달 착륙을 뜻하는 문샷(moon shot)은 불가능을 향한 담대한 도전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미국은 이 과업에 단일 프로젝트로는 유례가 없을 만큼 정부 재정을 쏟아부었다. 10년 동안 전체 정부 예산의 4퍼센트인 280억 달러(2020년 가치로 2830억 달러, 약 360조 원)를 썼다. 참여 인원은 미국항공우주국, 대학, 연구기관, 민간기업을 망라하여 40만 명을 넘어선다.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기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빈곤, 실업, 인종 차별, 계급 갈등 같은 문제가 미국에 산적해 있는데 달에 사람을 보내는 일에 돈을 써야 하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폴로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인류의 시야와 지식은 지구 너머로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프로젝트와 연관하여 수많은 과학기술적 혁신이 일어났다. 컴퓨터 소형화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추진로켓, 전자장비, 자동항법시스템, 생명유지장치, 무선통신장치, 소형 카메라, 물정화장치 등이 최초로 개발되거나 기존 제품의 혁신을 거쳐 출현했다. 불에 잘 견디는 피복 소재도 주요 혁신 중 하나이며 수많은 소방관들의 목숨을 구했다.정부의 대규모 투자는 기술혁신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아폴로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사명감을 지닌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낸 대표적인 사례였다. 또한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여 엄청난 기술혁신을 이룬 예이기도 했다. 이러한 혁신은 민간경제의 성장에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다. 기업이 정부보다 기술혁신에 적극적일 거라는 통념과는 달리 민간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많은 자금이 드는 신기술 개발을 주저한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시장에 뛰어드는 일도 꺼려 한다. 이럴 때 정부의 투자는 위험을 공적으로 떠안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여는 마중물이 된다. 국가는 사명을 가진 투자자 또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 구실을 함으로써 민간자본을 그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혁신의 ‘스케일업(scale-up)’을 이뤄낼 수 있다.한국 경제의 역사도 사명을 가진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과 기술 성장은 “돼지털에서 디지털”로라는 말로 요약된다. 정말로 1960년대 초까지 돼지털은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 중 하나였다. 한국은 농업에서 경공업으로, 중화학공업으로, 디저털산업으로 산업고도화에 성공했기에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기술 성장의 역사는 다른 개발도상국과 패턴이 다르다. 개발도상국들이 일반적으로 따르는 단계를 한국은 건너뛰며 성장했다. 예를 들어 중화학공업이나 반도체산업으로의 진출에서 정부는 초창기에 막대한 지원을 해주어 이러한 단계 뛰어넘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한국 정부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공공 자본을 제공해 산업고도화를 이끌었던 것이다. 한국이야말로 정부의 “사명 지향 투자”의 성공적인 예인 것이다. 3대 위기: 기후 위기, 미중 패권 경쟁, 불평등오늘날 한국 사회는 3가지의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첫째는 기후 위기이다. 기후 위기는 거대한 생태적 재난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탈탄소 경제를 신속히 구축하지 않을 경우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경제적 위기이기도 하다. 유럽연합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100퍼센트로 높이겠다고 하며 육상풍력발전법을 제정해 10년간 추가로 국토의 2퍼센트를 풍력발전 부지로 확보하기로 하고 지자체에 부지 제공 의무를 할당했다. 미국도 전력 부문 탈탄소를 목표로 정했고 전기차 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 1위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세계 1위 국가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나라들이 시장에서 이득을 보는 일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유럽연합이 2026년부터 시작하는 탄소국경조정(CBAM)은 사실상 ‘탄소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은 탄소 가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니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미국도 곧 이를 실시할 계획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RE100 캠페인은 더욱 강력하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퍼센트로 생산한 전기로만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이 글로벌 기업들에 납품하려면 재생에너지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높여야 한다. 한국은 석탄, 원전, 가스 등 전통적 에너지원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이다. 세계적인 석학 제러미 리프킨이 한국은 좌초자산이 너무 많다고 우려할 정도다. 둘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역시 우리가 맞닥뜨린 중대한 위기 중 하나다. 미중 갈등은 유난히 기술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띤다. 역사상 가장 빠른 기술혁신과 국제질서 변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첨단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은 범용적이어서 군사기술과 상업기술에 두루 사용된다. 기술 확보에 뒤처지면 군사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크게 불리해진다. 또 현재의 첨단 기술은 전후방으로 긴 공급망을 필요로 한다. 경쟁에서 밀리면 공급망까지 잃게 돼 독자적으로 추격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서로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외교 경쟁이 가열되고 있고 한국의 입지가 매우 좁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도 우리가 당면한 심각한 위기이다.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빈곤 문제 등은 모두 이와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도 불평등은 경제발전을 해친다고 했다. 인공지능 혁명을 비롯한 놀라운 기술 진보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잃게 만들고 더 많은 불평등과 빈곤을 초래하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전환 재정 1000조 원: 대한민국 대전환의 방향을 제안한다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사회경제적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가가 ‘사명 지향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이 도전은 몇몇 천재 혁신가, 기업가 정신을 갖춘 스타트업,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노력에 맡겨서는 성공할 수 없다. 심각한 위기 앞에서 개별 시민이나 기업이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선택한 행동이 오히려 공동체의 장기적 이익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근시안적 시각과 지평의 한계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냥 국가가 아니라 사명이 있는 국가, 곧 ‘사명 지향 리더십’을 갖춘 국가가 등장해야 한다. 저자는 3가지 키워드로 대한민국 대전환의 방향을 제시하며 전환재정 1000조 원을 마련하여 대규모 투자로 위기를 넘어서자고 주장한다. 미래를 향한 3가지 키워드란 바로 탈탄소 녹색전환, 글로벌 기술혁신 국가, 온 국민 평생배당(기본소득)이다.향후 10년간 1000조 원의 전환 자금을 마련하고, 그중 600조 원을 국가 주도로 에너지와 생산 부문의 녹색전환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한국과 연간 전력 사용량이 비슷한 텍사스주의 사례와 비교분석하여 추정한 수치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이지만 ‘햇빛과 바람의 나라’로 탈바꿈할 경우에 매년 에너지 수입으로 지출하는 150조 원의 외화를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지급액(2030년 기준)에 준하는 금액이다.또한 저자는 1000조 원 중 300조 원은 미래 선도 기술 개발에 투자해 글로벌 혁신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한다. 국가적 장기 과제 연구를 주도할 기초원천연구원(한국형 DARPA)을 설립하고 재정 지원과 인재 양성을 위한 법령의 제정과 획기적 규모의 공적자금 투자를 단행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술적인 측면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해 ‘대체 불가 국가’로서 강대국과 당당히 협상하고 경쟁하는 나라가 되자고 한다. 한국이 글로벌 기술혁신 국가가 되어 미중 패권 경쟁에서도 자율적인 외교 공간을 확보하고 정직한 매개자(honest broker)가 되자는 것이다.마지막으로 100조 원을 출발 자금으로 삼아 국민부펀드를 만들고 매년 펀드 자금을 100조 원씩 증액하여 ‘온 국민 평생배당 사회’를 열자고 주장한다. 국민부펀드를 통해 우리는 공유부(共有富) 수익의 평등한 배당으로서 기본소득의 이상을 현실화할 수 있다. 공유부는 전통적으로 토지, 천연자원, 대기와 햇빛과 같이 누가 원천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공동 자원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오래 축적된 지식, 문화, 데이터 등도 집단적 기여를 통해 창조한 공동 자원으로 공유부에 속한다. 이 공유부에서 발생한 수익은 모두가 권리를 갖는 ‘모두의 몫’이다. 따라서 그 수익은 동등하게 나누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국민부펀드는 기본소득의 재원 확보 문제 중 하나인 조세 저항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명이 있는 나라아폴로 프로젝트의 교훈은 정부는 먼저 목표를 정하고 조직과 시스템을 그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예산이 이만큼이니 목적을 거기에 맞게 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큰 위기의 시대에는 큰 정부가 요청된다. 사명 지향 국가는 국민과 미래를 위해 과업을 정하고 재정을 조직해야지, 재정의 울타리에 갇혀 할 일을 포기해선 안 된다. 주어진 예산 내에서만 정부가 움직이라는 주류경제학의 신조는 오늘날 세계에선 이미 철 지난 유행가 같은 것이다. 증세와 민간투자, 국채 발행을 통해서 전환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의 시대, 사회경제 전환의 과업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 이 과업에 성공하면 우리 자신과 후손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선진경제에서 살아갈 테고, 임무를 포기하면 선진국의 꿈을 뒤로한 채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다. 강하고 유능하며 사명을 가진 국가가 등장하거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국가로 퇴행하거나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이제 남은 것은 사명 지향 정부와 의회가 등장해 국민에게 담대한 비전을 설득하고 대전환을 시작하는 일이다. 케인스가 말했듯이 “정부가 할 일은 개인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전혀 시도되고 있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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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중국 - ‘서조선’부터 ‘비단잉어’까지 신조어로 읽는 (커버이미지)
    [사회]요즘 중국 - ‘서조선’부터 ‘비단잉어’까지 신조어로 읽는
    • 곤도 다이스케 지음, 박재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02-19

    생각할수록기괴하고 이상한 나라, 중국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34 단어공산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중국은 우리의 시선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나라이다. 때로는 싫지만,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300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렇게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중국을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 없을까?그렇다면 귀중한 일화들이 한가득 담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중국의 국유기업에서는 사원이 시진핑의 연설을 손으로 베껴 쓴다. 중국 청년들 사이에 퍼지는 은둔형 외톨이와 대인기피증을 중국 정부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중국의 배달 기사는 대기업 두 군데만 827만 명이다. 시진핑이 시작한 ‘음란물’ 소탕 대작전은 효과를 보고 있을까? 신조어로 뜯어보는 중국의 이모저모! 저자에 따르면, 복잡하고 기괴한 중국을 이해하려면 다음의 34 단어만 알면 된다. 각 단어에 대한 설명은 7페이지 분량으로 독특하고 때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서쿵, 포시, 컨라오주, 탕핑, yyds, 45두런셩, 바이롄화, 주궁바이차이, 룬쉐, 궁퉁푸위, 부왕추신, 쉐챠가이, 잔랑 외교, 페이뤄시 촨타이, 쳰녠따지, 바이웨이빙, 둥타이칭링, 신넝웬런, 마이터우쿠간, 이궈량쯔, 산하이쩡처, 샤황다페이, 마오샨, 시차오셴, 주주류, 다궁런, 와이마이치쇼, 즈보다이훠, 란웨이러우, 판쉐, 미허싱웨이, 진리, 룽겅, 쿵훈주.모두 최근 중국 유행어이다. 물론 실제로는 더 많지만 비슷한 의미를 갖거나 중국인들만 관심을 갖는 것을 생략하여 “34 단어”로 좁혔다. 중국은 유행어 자체가 한국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와는 다르다. 그래서 독특한 유행어를 통해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독특한 중국 사회의 모습을 분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어 유행어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첫 번째는 일반 대중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등장한 유행어로, 우리가 그 뜻을 상상하기 쉽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비슷한 경로의 기원을 갖지만 시진핑 공산당 정권에 의해 비난 받고 사용이 금지되어 지하로 들어간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숨겨진 언어’이다. 세 번째는 상업적인 의도에 따라 유행어가 되고 공식 미디어에 의해 의도적으로 전파된 소위 “공식 유행어”이다. ‘yyds’ 같은 경우가 첫 번째에 해당할 것이고, ‘바이웨이빙(백위병)’ 같은 경우가 두 번째에 해당할 것이다. 세 번째는 ‘비단잉어’와 같은 단어가 해당될 것이다.단어로 이해하는 중국의 역사단어만 보아도 중국 역사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궁퉁푸위(공동 부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보고서를 보면 \"다 함께 잘사는 시대가 도래했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19세기 서구 열강에 침투한 자본주의는 \'자유\'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성공을 위해 일하는 사회이다. 한편, 20세기에는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이 러시아에 의해 설립되어 \"평등\"의 개념이 강조되었다. 중국도 소련의 편에 섰고,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는 데 앞장섰다. 이처럼 미국이 대표하는 \'자유\'와 소련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평등\'은 20세기 후반에 \'사상의 싸움\'을 벌였다. 이것이 냉전의 본질이다. 결국 \'자유\'를 주창하던 미국이 승리했고, 1991년 \'평등\'을 주창하던 소련이 무너졌다. 중국에서는 1989년 천안문 광장 사건이 발생하여 나라가 붕괴 직전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덩샤오핑은 \"정치는 사회주의(공산당의 일당 독재)이지만 경제는 시장 경제\", \"정치적 반대는 허용되지 않지만 경제적으로 부자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와 같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결합한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만들어 ‘부 우선 이론’을 옹호함으로써 중국을 재건했다. ‘다함께 잘사는 사회’라는 궁퉁푸위. 다소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단어는 사회주의와 시장 경제가 뒤섞인 중국의 특수하고 미묘한 현실을 담고 있다.중국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지만,우리는 중국의 실상에 대해 모르고 있다!백위병, 서조선, 비단잉어, yyds, 불계....중국을 강타한 최신 키워드를 통해코로나 이후의 중국을 읽는다.우리와 가장 가깝고 오랜 이웃, 21세기 가장 눈부신 성장으로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 나라인 중국은 우리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동반자이다. 또한 요우커 천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중국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에 비해 우리는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책에서 배운 중국의 각 왕조의 이름을 암기한다고 하여 지금의 중국을 설명할 수도 없고, 세계에서 인구 1위와 면적 4위라는 사실만으로 지금의 중국을 설명할 수도 없다. 특히 중국 MZ 세대에 대한 이해는 더더욱 부족하다.그 나라의 문화와 현재를 이해하기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신조어를 파악하고, 그 신조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헬조선’, ‘흙수저’, ‘영끌’과 같은 말이 신조어였고, 이런 말들이 사회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었다. 신조어는 사전에 등재되지 않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신조어를 보면 그 나라, 그 시대, 그 국민을 파악할 수 있다.그래서 중국통으로 알려진 저자는 신조어와 유행어로 현대 중국을 해독한다. 상하이 시민들은 흰 방역복을 입은 경찰과 보안요원들의 강압적 태도를 문화대혁명 시기의 홍위병에 빗대 ‘백위병’이라 비판하고 있다. 코로나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와 자세가 얼마나 선동적이고, 거짓되며 미흡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점이 중국 당시의 홍위병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서조선이라는 말은 중국 인터넷에서 실제로 퍼진 유행어고 이젠 뉴욕타임스까지 인용할 정도이다. 서쪽에 있는 북한이라는 뜻의 \'서조선\'은 10년 전부터 중국 인터넷에서 쓰이기 시작한 자국 비하 용어이다. 중국어로 서(西)와 시진핑의 성씨인 습(習)은 똑같이 \'시\'로 읽히기에 시진핑을 비꼬는 의미도 들어 있다. 이제 시진핑이 기존의 집단지도체제를 전부 무너뜨리고 완벽한 1인독재체제를 구축하자 뉴욕타임스가 다시 한번 비꼬는 의미로 사용하였다.비단잉어는 원래는 그저 여느 물고기의 이름에 불과했지만, 올해 9월 알리페이의 마케팅을 통해 ‘행운의 아이콘’이 되었다. 알리바바는 웨이보에서 경품 추첨 행사를 벌였는데, 당첨자를 ‘비단잉어’로 일컬었다. 이때 알리바바가 제시한 경품이 종류가 많은 것은 물론 값비싼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심지어 알리바바의 경품 추첨 행사 게시글은 300만 명 이상 공유가 되었다. 중국 전역에서 ‘비단잉어’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고 비단잉어는 단숨에 ‘행운, 대박’의 아이콘이 되었다. 앞으로 비단잉어가 그저 한 물고기 종류로 불리기는 어려워 보인다.사실은 역행자도 원래 중국 10대들이 쓰는 유행어인 것을 아는가? 이처럼 중국의 유행어가 한국에까지 스며든 경우도 있다. 유행어가 한국과 비슷한 경우도 있는데, 특히 yyds, 불계라는 유행어를 통해서도 한국과 비슷한 중국 청년들의 유행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yyds는 ‘영원한 신’이라는 중국어 약자로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 ‘신처럼 훌륭하다, 능가할 수 없다’는 찬양의 의미로 주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레전드’, ‘쩐다\'와 유사한 의미로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아이돌을 대상으로 감탄을 표현할 때는 물론 사람뿐 아니라 음식이나 물건, 브랜드, 사건 국가 등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yyds는 \"영원한 솔로\"라는 뜻으로도 종종 사용된다. 이를 보면, 중국에서도 아이돌 문화가 얼마나 열풍인지 알 수 있고, 연애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줄여 말하기가 유행인 것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불계’ 또한 최근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이다. 마치 해탈의 경지에 이른 불자처럼 어떤 일이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달관적 태도나 라이프스타일을 일컫는다. 중국 청년들은 불계가 \'포기\'가 아니라고 한다. 주어진 일은 묵묵히, 열심히 하되 결과에 연연해하거나 무리한 것을 얻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는 것. 이것이 불계의 핵심이다. 저자는 불계도 결국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느낀 청년들이 좌절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선택한 일종의 \'자기 방어\'가 아닐까 분석한다.각양각색 중국인의 다양한 이야기이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Q. 요즘 중국인들은 왜 자신들을 ‘서조선’이라고 부를까?Q. 무려 1천만 명에 달하는 중국의 떠오르는 신종 직업은 무엇일까?Q. 중국 청년들 사이에 퍼지는 ‘이것’은 무엇일까?Q. 중국의 취업전선에 초초초초빙하기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Q. 향후 미래의 천 년을 내다보고 시진핑이 추진하는 정책은 무엇일까?Q. 코로나 발생지인 중국은 코로나에 대한 방역 대책을 어떻게 세웠을까? 그리고 그 결과는 어땠을까?Q. 사마천과 요즘 중국의 기자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Q. 중국의 부자들에게 닥친 충격과 공포의 정체는 무엇일까?Q. 중국이 그렇게 강조하는 중국몽!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이 개츠비라면, 차이니스 드림의 화신은 누구일까?Q. 요즘 중국의 여성들을 한 단어로 규정해본다면? 이상한 나라 중국을 더욱 더 아리송하게 만드는 질문들이다.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위화 작가는 중국을 ‘카오스’로 표현했다. 그 누구도 중국의 내일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진핑 신시대’라고 하는 요즘만큼 중국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도 없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더욱더 이상한 나라가 될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중국,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다행히 요즘 중국의 신조어를 망라한 이 책과 함께라면, 이상한 나라 중국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뿜작가의 개성만점 일러스트와 함께 중국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다 보면 당신도 어느새 중국통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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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재적 의미와 평가 (커버이미지)
    [사회]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재적 의미와 평가
    • 한설
    • 유페이퍼
    • 2024-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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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는 생각 - 제5차 산업혁명과 군사적 폴리매스 (커버이미지)
    [사회]이기는 생각 - 제5차 산업혁명과 군사적 폴리매스
    • 김태형 지음
    • 좋은땅
    • 2024-02-19

    변화하는 전쟁의 양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간파한다고정관념에 맞서 초일류 강군으로 나아가는 전쟁의 전략2022년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발발했다. 연일 보도되는 전쟁의 참상은 우리에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한국에게 있어, 전쟁 발발은 더욱 서늘하게 피부로 와닿는다. 한반도는 휴전체제로 지내온 지 어느새 70년을 맞이했다. 불안정한 휴전 상태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에 우리는 항시 안보적 긴장 상태에 놓여 있었다. 과거 역시 동북아 국가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전쟁의 역사가 오래 지속됐던 점을 되돌아볼 때, 한반도 내 점차 적층된 긴장감은 과연 나라의 주권은 어떻게 지킬 것인지, 국가 안보 문제에 주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책 『이기는 생각』은 전쟁의 본질을 탐구하며 ‘전략’에 관한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전쟁의 형태 역시 달라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형태를 변화시키면서도 수행해 나가는 ‘주체’에 주목한다. 결국 전쟁이 어떠한 양상을 띠든, 이 변화의 흐름을 잡고 선도할지 아님 뒤따라갈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기는 생각’은 여기서 시작된다.저자는 전쟁에 관해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와 같은 ‘이데아’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본질을 찾아가는 ‘우시아’ 개념을 적용한다. ‘항상 변화하는 것(contingencies)’과 ‘절대 변하지 않는 것(continuities)’의 공존, 두 가지의 조화와 균형이 곧 전쟁의 우위에 서는 전략이 된다고 말한다. 불확실성, 마찰, 폭력 등과 같은 전쟁의 본질과 감정을 지닌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의 형태나 수행방식은 시대의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저자는 오랜 기간 주입식으로 고착화된 생각의 틀, 즉 고정관념을 지적한다. 기존의 방식과 상식을 깨고 더 발전적인 결과를 창출하는 건설적 사고와 대상의 상호관계를 유연하고도 예리하게 파악하는 맥락적 사고의 조화를 통해 국가 안보를 책임져야 할 군 간부들이 새롭게 개척하며 세계를 선도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두 사고는 전쟁의 이데아와 우시아적 속성을 간파하면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국가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 군이 미래의 전장을 주도하는 초일류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사적 폴리매스’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어두운 전장 속에서도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존재로, 여기에 리더십의 이니셔티브까지 지님으로써 영향력을 발휘해 나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다가올 5차 산업혁명과 우주시대를 군대, 군사적 폴리매스들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조직 전체가 하나가 되는 군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군대를 만드는 것. 이는 우리가 어느 전쟁을 직면하더라도 이기는 전략이 될 것이며, 『이기는 생각』은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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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끝에서 보는 세상 - 삶에 대한 성찰 (커버이미지)
    [사회]인생 끝에서 보는 세상 - 삶에 대한 성찰
    • David S. Park
    • 본원
    • 2024-02-19

    한국의 정세를 바르게 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노년을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과 아직 젊지만 노년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사람이 일생을 사는데 많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고 사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의 삶이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 생고(生苦)즉 고통이라고 했듯이, 보통 사람들의 삶이란 행 보다는고가 더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위와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조금은 덜 고통스럽고조금은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85년간 이 세상을 산 노인의 간증이라고 생각하시고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간략해서, 이 세상은 마음먹기에 따라, 보는 각도에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불행할 수도 있다고 저는 그렇게 믿고, 그렇게 살고, 그렇게 판단합니다.믿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니 믿어도 좋습니다. 그 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고 그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짧고 한번뿐이 인생을 지금부터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즐길 수 있으면 즐겁게 사시길 간곡히 기원합니다.출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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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커버이미지)
    [사회]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 낸시 프레이저 지음, 장석준 옮김
    • 서해문집
    • 2024-02-19

    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회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의 뜨거운 제안—암울한 우리 시대의 가장 우아한 자본주의론이자, 고전의 반열에 오를 단 하나의 명저★정희진 추천! “흐느끼며 일상을 견디는 이들에게 당도한 희망의 목소리.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회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의 역작! 암울한 우리 시대의 ‘가장 우아한 자본주의론’이라 평가받는 이 책은 한 마르크스주의 노학자가 생애 말년에 뜨거운 마음으로 써 내려간, ‘좌파의 길’에 대한 절절한 모색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저자는 오늘날 교착 상태에 빠진 정치 위기와 숱한 사회운동의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통적인 고전 마르크스주의 자본주의관에서 벗어나, 자본주의를 새롭게 해석하는 ‘확장된 자본주의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를 ‘식인 자본주의’라 명명하면서, 그에 맞서는 이론적․정치적 기획을 한 권의 완성체로 묶어 선보인다.기존의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는 자본주의를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인식하면서 생산 영역 이면에 감춰진 ‘(노동)착취’에 주목했다면, 이 책은 자본주의를 (‘경제’를 넘어서는) ‘사회’의 한 유형, 즉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제도화된 사회 질서’로 인식하면서 착취 이면의 ‘또 다른 감춰진 장소들’에 주목한다. 착취를 가능케 하는 네 가지 배경조건, 즉 전 지구적인 제국주의적-인종적 수탈, 돌봄 등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지구 환경과 자연에 대한 수탈, 정치의 기능 장애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자본’의 파괴적인 속성이 근본 원인이며, 이러한 자본의 탐식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확장된 자본주의관으로 무장한 광범위한 (새로운) 사회주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신자유주의 이후 수많은 정치․사회운동과 비판이론들이 위기에 처해 있는 오늘날, 이 책의 주장과 대안은 독자에게 매우 깊은 영감과 각성을 준다. 페미니즘, 성소수자운동, 환경/생태운동, 노동운동 등 수많은 운동들이 각개약진하면서도 혼돈스럽게 뒤얽혀 있고, 또 한편으로는 ‘진보적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기묘한 동거라거나 극우 포퓰리즘의 만개 같은 전 지구적 현상들이 결국 하나의 근원(‘식인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충격을 받게 되기도 한다. 이 넘쳐나는 ‘정체성 정치’의 시대에,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일지 모른다. “나를 포함, 흐느끼며 일상을 견디는 이들에게 희망의 목소리가 당도했다. 한계 없는 자본주의의 위장이 터지기 직전인 당대, 이 책은 기존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포괄적 접근을 시도한다.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인간이라는 시한폭탄을 품고 붕괴가 임박한 지구를 알고 싶다면, 인문학 용어가 정확히 번역된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적실한 자본주의 입문서를 구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정희진 (여성학 박사, 오디오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낸시 프레이저는 최고의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스트 전통에 입각한 전설적인 급진 철학자이지만 흑인, 생태, 이민자, 성적 자유 운동에 대한 그의 진정한 포용과 심오한 이해는 그녀를 당대 지식계에서 독보적인 인물로 만든다! 이 책은 암울한 우리 시대에 고전의 반열에 오를 단 하나의 보배다.”-코넬 웨스트Cornel West (《Race Matters》 저자)“21세기에 걸맞은 마르크스주의 자본주의론에 대한 자신의 수많은 선구적인 공헌을 훌륭하게 종합한 아름다운 글!”-볼프강 슈트렉Wolfgang Streeck (《How Will Capitalism End?》 저자)“이 책은 자신이 번성하는 바로 그 땅, 노동력, 자연 세계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괴물을 소환한다. 저자는 특유의 명확하고 독창적인 산문을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적인 변천, 서로 얽힌 역학을 풀어냄으로써 겉보기에 이질적인 위기와 사회적 폭력 사이의 상호관계를 드러낸다. 그를 통해 우리는 반인종주의적, 생태사회적 재생산 비평의 강력한 잠재력을 보게 된다. 그리고 왜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작업장과 거리, 숲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반자본주의 투쟁을 구축하는 사회주의 좌파에 달려 있는지를 알게 된다.”-슈 퍼거슨Sue Ferguson (《Women and Work》 저자)“저자는 우리 시대의 가장 우아한 자본주의 이론을 내놓았고, 이제 우리는 그 체제를 심판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협소한 경제적 의미에서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완전한 잡식성이라는 의미에서의 자본주의, 주변 모두를 집어삼키는 짓을 멈출 수 없는 체제이자 사람과 자연의 생명을 파괴하는 체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위기의 시대를 구할 마르크스주의 이론이다.”-안드레아스 말름Andreas Malm (《How to Blow Up a Pipeline》 저자)최고의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스트 전통에 입각한 전설적인 급진 철학자,낸시 프레이저는 누구인가저자인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 1947~ )의 이름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신자유주의가 확고한 지배 이념으로 자리 잡은 1990년대에 착수한 ‘정의’론 작업이었다. 그는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는 존 롤스식 정의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여성운동․흑인운동․성소수자운동 등이 제기하는 또 다른 정의관, 즉 문화적 정체성의 ‘인정’을 중심에 둔 정의관을 적극 수용해 이 둘의 공존과 상호작용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의론을 제시했다(이러한 그의 정의론은 악셀 호네트와 벌인 논쟁의 기록 《분배냐, 인정이냐?》에 잘 나타나 있다). 이후 프레이저의 정치사회이론은 부단히 진화했다. 그는 정의의 또 다른 축으로서, 분배와 인정의 측면에서 불의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적 ‘대표’의 측면에서 만인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삼차원적 정의론을 발전시켰다. 또한 지구화 시대에 정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적인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지구화 시대의 정의》).경제 위기와 극우 포퓰리즘의 창궐, 기후 급변 등으로 어지러웠던 2010년대에 프레이저는 이제까지의 이론적 토대 위에서 다른 어떤 사회이론가보다 더 맹렬히 현실에 개입하며,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그는 정체성 정치만 강조하며 분배 요구를 등한시한 사회운동들을 비판했고, 최근 극우 포퓰리즘이 상당수 대중에게 대안으로 선택받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음을 통렬히 지적했다. 특히 페미니즘의 대중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신자유주의’라는 낡은 틀에 갇혀 있는 여성운동을 향해 자기 성찰과 노선 전환을 촉구했다(《전진하는 페미니즘》 《99% 페미니즘 선언(공저)》).또한 프레이저는 무엇보다도 사회운동과 좌파정치 전반이 환골탈태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극우 포퓰리즘이 발호하도록 만든 원흉인 ‘진보적 신자유주의’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의 동맹에 바탕을 둔 ‘진보적 포퓰리즘’뿐이라고 주장했다(《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운동, 여성운동, 생태운동, 흑인운동 등이 굳건한 동맹을 발전시켜야 할 근거를 ‘자본주의’라는 토대 자체에서 찾아낸다. 다만, 이 ‘자본주의’는 더 이상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야기하던 그 ‘자본주의’와 같지 않다. 자본-노동 관계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더 복잡한 제도적 실체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책 《좌파의 길: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에서 드디어 그의 새로운 자본주의관은 그 전모를 드러낸다.우리의 시스템은 어떻게 민주주의, 돌봄, 지구를 먹어 치우는가우리는 이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노동은 불안정하고, 부채는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며,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공공 서비스는 퇴보하고, 인프라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팬데믹과 극단적인 기후위기까지 엄습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법을 상상하거나 실행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정치의 위기’가 이 모두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책은 이 모든 끔찍한 사태의 근원에 관한 심층 탐사다. 그 원인을 진단하고, 범인을 지목한다. 저자는 ‘식인’이라는 은유를 통해, 우리 시대를 이 지경에까지 몰아넣은 이 사회 시스템에 이름을 붙인다. 자기 존재의 토대조차 걸신들린 듯이 집어삼키는, 이른바 ‘식인 자본주의(Cannibal capitalism)’다.제1장 “걸신들린 짐승: ‘자본주의’의 재인식”에서는, 왜 우리의 자본주의관을 확장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윤곽은 무엇인지를 개괄한다. 이를 위해 마르크스가 말한 ‘(생산 이면의) 감춰진 장소’ 이면의 또 다른 네 가지 감춰진 장소들로 우리를 안내한다. 즉 상품 생산에서 ‘사회적 재생산’으로, 경제에서 ‘생태’로, 경제적인 것에서 ‘정치적인 것’으로, 착취에서 ‘수탈’로 우리의 인식을 이동시키며, 그 구조적 분할을 살핀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는 이러한 ‘비-경제적(으로 보이는)’ 배경조건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나아가 이러한 확장된 자본주의관을 바탕으로, 전 지구적으로 연대하는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경계투쟁’)의 윤곽을 그려 보인다.제2장부터 제5장까지는 그 네 가지 ‘감춰진 장소’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본다. 각 장소/영역마다 고유한 ‘자본주의’에 대한 구조적 분석과 역사적 성찰(16~18세기 중상주의적 자본주의부터 19세기 자유주의-식민주의적 자본주의, 20세기 중반의 국가-관리 독점 자본주의, 우리 시대의 금융화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이론화를 한데 합침으로써, ‘자본주의’가 수탈․재생산․생태․정치의 각 영역에서 어떻게 ‘제 살 깎아먹는 짓’을 벌이는지를 낱낱이 짚어낸다. 즉,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자본의 파괴적인 속성이 기후위기와 인종적 불평등, 돌봄의 평가절하(젠더 지배), 정치위기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위기들을 촉발했는지를 온전히 드러내 보인다. 제2장 “수탈 탐식가: 착취와 수탈의 새로운 얽힘”에서는, 마음껏 먹어 치울 수 있는 집단을 찾아 헤매는 탐식가에게 먹이를 대주는, 자본주의의 수탈/착취 분할을 다룬다. 이른바 인종적-제국주의적 역학이다. 수탈과 착취를 동시에 당하는 시민-노동자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왜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제국주의적-인종주의적일 수밖에 없는가. 반인종주의를 위한 인종 교차적 동맹은 어떻게 가능한가.제3장 “돌봄 폭식가: 생산과 재생산, 젠더화된 위기”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돌봄 폭식가의 낙인을 찍는, 자본주의의 재생산/생산 분할을 다룬다. 이른바 젠더화된 역학이다. 식민화—가정주부화—가족임금을 거쳐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규범인 ‘맞벌이 가구’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역사적 체제들에서 ‘돌봄’은 어떻게 취급되고 처리되었나. 부유한 가족에서 가난한 가족으로, 전 지구적 ‘돌봄 사슬’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시장화’와 ‘사회보호’의 길항 속에서 어떻게 해방운동이 ‘진보적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었나. 왜 사회적 재생산이 자본주의 위기의 중심 무대일 수밖에 없으며, 새로운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제4장 “꿀꺽 삼켜진 자연: 수탈․돌봄․정치와 얽혀 있는 생태 위기”에서는, 우리의 집인 지구를 자본이 꿀꺽 삼키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자연/인류 대립을 다룬다. 이른바 생태-포식 역학이다. 자연은 어떻게 자본의 수도꼭지이자 하수구로 전락하게 되었나. 생태 위기는 어떻게 수탈, 돌봄, 정치(국가/공적권력)와 얽혀 있는가. 왜 생태정치는 환경을 넘어 자본주의 자체에 맞서야 하는가. 제5장 “도살당하는 민주주의: 정치와 경제의 분할”에서는, 공적 권력을 먹어 치우고 민주주의를 도살하려는 충동을 내장한, 자본주의의 경제/정치 분할을 다룬다. 자본은 어떻게 국가, 공공재, 정치를 무력화하는가. 왜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반민주주의적일 수밖에 없는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금융의 지배 아래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져버린 오늘날, 우리는 이 비상한 역사의 갈림길에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가. 제6장 “진정한 대안의 이름으로: ‘사회주의’의 재발명”에서는, 자본주의에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으며 이에 맞서는 진정한 대안은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자본주의를 ‘식인종’으로 새롭게 바라보면 어떤 실천적 차이가 나타나는가. 이 관점은 사회주의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어떻게 바꾸는가. 그렇다면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주의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마지막으로 에필로그 “팬데믹, 식인 자본주의의 광란의 파티”에서는, ‘식인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단적으로 집약되고 응축된 ‘광란의 파티’로서 팬데믹 사태를 다룬다. 수탈․재생산․생태․정치의 서로 얽히고 중첩된 위기들이 어떻게 코로나19와 그 타격을 만들어냈는지, 그 참혹한 비극의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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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 미국에 미련을 버린 북한과 공포의 균형에 대하여 (커버이미지)
    [사회]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 미국에 미련을 버린 북한과 공포의 균형에 대하여
    • 정욱식 지음
    • 서해문집
    • 2024-02-19

    마침내 도래한 불가역적 핵시대 ― ‘공포의 균형’을 넘어, ‘진짜 평화’를 위한 남북관계 리터러시 2023년 7월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김여정 명의로 두 개의 담화를 발표한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대미·대남 비난 담화가 특별히 주목받은 것은 남한에 대한 당연한 듯 낯선 지칭 때문이다. 담화에서 김여정은 남측·남조선이란 표현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네 차례에 걸쳐 사용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전까지 북한이 성명 등 공식입장을 내며 남쪽을 대한민국이라 지칭한 사례는 없다.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 규정한 이래 남북은 서로를 정식 국호인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닌 남측과 북측 또는 남조선과 북한으로 불러왔다. 양측을 오갈 때 ‘출입국’이란 말 대신 ‘출입경’으로, 여권 대신 방문증명서를 사용해온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남북의 ‘기본합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김여정의 행보에 대해, 군축·반핵·평화체제를 축으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에 천착해온 평화 연구자·활동가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달라진 북한’의 한 시그널로 해석한다. 나아가 이를 일회성 제스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탈바꿈한 북한의 대외 전략구상의 일각으로 규정한다. 무슨 의미일까? 때마침 내놓은 책에 자세한 이야기를 담았다. 주제는 2018-2019년 비핵화 협상의 결렬 이후 본격화한 북한의 변화와 그런 북한이 뒤흔들고 있는 남북·북미 관계, 나아가 동아시아 6개국 판도의 격변이다. 요컨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우리가 알던 북한은 없다. 새로운 북한의 4가지 시그널① 미국에 미련을 버리다변화의 핵심은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를 비롯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한 이래 30년간 북한의 일관된 대외정책 기조는 미국과의 수교, 그리고 평화체제 수립이었다. 핵개발은 체제의 동아줄인 동시에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비장의 카드였다. 2018-2019년 세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 간 협상은 그런 흐름의 정점이었고, ‘하노이 노딜’ 즉 비핵화 협상의 결렬은 그 기조의 폐기로 이어졌다. 이후 핵무기는 체제를 위한 거래수단에서 체제 그 자체, 북한의 ‘국체’로 거듭났다. 저자는 이 기간 김정은-트럼프가 주고받은 27통의 친서를 포함한 각종 문헌을 통해 미국에 대한 김정은의 기대와 환멸, 미련과 변심을 복기한다. 이후 북한의 입장 변화는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주변 역학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된다.② 민족제일주의에서 국가제일주의로두 번째는 남북관계의 밑그림이 바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가짜평화’에 취해 안보를 등한시했다고 공격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다져놓은 남북의 우의를 후임 정부가 망쳐놓은 것처럼 푸념한다. 저자에 따르면, 둘 다 거짓말이다. 윤석열의 말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안보, 특히 군비증강에 올인하다시피 한 정부였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런 안보 강박, 다시 말해 첨단무기 도입과 군사력 증강에 집착하면서 정작 북한더러 핵포기를 요구하는 ‘내로남불’ 행보가 북한을 질리게 만들었다. 2018년 북한의 ‘역대급 환대’가 격렬한 ‘근친증오’로 바뀌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2019년 남북의 공동 외교공관격인 개성연락사무소 폭파사건, 2023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불허하는 성명을 대남부서(통일전선부)가 아닌 외무성에서 발표한 것, 그리고 김여정의 ‘대한민국’ 발언―은 모두 민족제일주의에 입각한 ‘남북한 시대’의 끝과 ‘국가 대 국가’ 시대의 시작을 가리킨다. 이를 통해 저자는 지난 30년간 대북정책의 양대 패러다임인 포용정책(경제-평화의 교환이라는 진보의 희망고문)과 압박정책(붕괴 후 흡수통일이라는 보수의 희망회로)의 시효가 끝났음을 알린다.③ 경제난이라는 오해, 퍼준다는 착각, 지원을 바랄 거라는 망상 세 번째는 북한 내부의 변화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간 형용모순이라며 조롱받아온 ‘경제-핵무력 병진노선’(병진노선)에 대한 재평가다. 핵무기는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비대칭 전력으로, 핵개발로 아낀 재래식 군비를 경제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아이젠하워의 뉴룩(new-look)정책, 덩샤오핑의 양탄일성(两弹一星) 등의 선례가 효과를 입증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상식처럼 통용되는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 사정에 대해 추정치가 아닌 유엔의 공식 보고서를 검토하며 조심스럽지만 다른 견해를 밝힌다. 무엇보다 북한이 지난 10여 년간,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절해온 사실을 짚으며 ‘가난한 북한’이라는 고정관념이 새로운 북한을 상대하는 걸림돌임을 지적한다.(실제 문재인 정부는 임기 후반 한미연합훈련을 양보하지 않은 채 인도적 지원 카드만을 고집하다 남북관계 회복의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린 바 있다.) ④ 한미일 대 북중러,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네 번째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판도, 즉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부상이다. 오래된 통념과 달리 한반도와 그 주변 6개국은 냉전 시대부터 진영 대결보다 각국의 이익에 따른 합종연횡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미사일방어체제(MD)에 일본과 한국을 포섭하며 북중러를 공통의 적으로 설정한 이래, 2019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깨지고, 중국과 러시아가 (패권 경쟁국인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반도가 동아시아 최대의 화약고로 부상한 것이다. 달라지는 게임의 법칙과 ‘공포의 균형’에 대해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패, 그로 인해 달라진 북한은 결국 ‘불가역적 핵시대’를 가져왔다. 이에 일부에서는 냉전 시대 미소 간의 ‘공포의 균형’을 언급하며 한미 간 핵공유나 아예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을 떠들어댄다. 그러나 한미동맹과 북핵문제 전문가로서 저자의 견해는 냉정하다. NPT(핵확산금지조약) 회원국으로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어불성설이며, 핵공유론 역시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한 까닭을 조목조목 짚는다. 오히려 저자는 민주화 이후 진보-보수를 막론한 모든 정부의 대북·평화 정책 실패의 원인을 과도한 친미주의(한미동맹 의존)와 함께 ‘힘에 의한 평화’ 추구에서 찾는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한미동맹의 군사력만으로도 북핵은 충분히 억제 가능하며, 그 이상의 군비증강은 미국의 비싼 청구서와 북한의 도발만 부르는 정치적·전략적 악수다. 결국 답은 ‘공포의 균형’이 아니라 상호주의에 바탕한 군축에 있다. 사상 최대의 한미연합훈련이 수십 일간 이어지고 거기에 북한이 ‘미사일쇼’로 맞불을 놓는 오늘날 그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반세기 전 미국과 소련이 해냈고, 오늘날 중국과 미국이 부분적으로 이뤄내고 있음을 상기하며 남북의 ‘새로운 평화 프로세스’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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